[레지나칼럼] 어떻게 인생을 마무리할 것인가?(1)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어떻게 인생을 마무리할 것인가?(1)

팬데믹이 시작되고서도 나는 매일 사무실로 출근을 했었다.


아침 7시부터 저녁 3시까지 열심히 일을 하면서 하루의 중간중간에 아웃리치팀과 함께 매주 약속 시간에 나타나지 않는 정신질환자 고객들과 중독자 홈리스 고객들이 주로 거주할만한 곳으로 이들을 찾아 나섰다.


이들이 살고 있는 시애틀 지역의 텐트촌들 그리고 시애틀 차이나타운 안에 다리 밑에 엉성하게 쳐놓은 텐트촌 퀸엔지역 에 텐트촌을 찾아다니면서 나와의 약속시간에 찾아오지 않는 고객들을 찾아다니고는 했었다. 


물론 이런 곳을 방문할 때는 혼자서 다니는 일은 거의 없고 건장한 젊은 남자 직원들이나 동료직원 두세 명이 함께 찾아가거나 하면서 안전을 도모하고는 했다.


매일 사무실로 출근을 하는 나에게 우리 프로그램의 디렉터인 00는 나에게 레지나 집에서 근무를 했으면 하는데…라면서 나의 매일 사무실로의 출근을 말렸었다.


팬데믹이 시작되고 나서 우리 사무실 문도 닫아버리고 늘 사무실 로비에 복잡스럽던 우리 사무실 고객들의 발길이 끊어져 버리고 우리 고객들은 비가 오나 바람이 불어오나 우리 사무실 건물 밖에서 우리가 불러주면 한 사람씩 담당자들의 호출에 맞추어 사무실로 불려 들어가고는 했는데 이들이 들어오지 못하는 사무실 로비에는 한 사람씩 호출되어서 로비 안으로 들어와 담당 카운슬러들과의 상담을 기다리는 두세 명씩만이 있어서 그리 복잡하지도 않고 심한 냄새도 나지 않아서 우리는 숨을 쉬는 것이 자유로웠었다.


팬데믹 시작 전에는 우리의 고객들이 이 삼십 명씩 사무실 로비로 들어와 자리를 잡고 홀을 메우며 카운슬러나 베네핏을 도와주는 사람들을 기다리는 동안 로비는 새벽에 쉘터에서 나온 (보통의 쉘터는 저녁 6시 30분에 저녁을 주고 8시면 방에 불을 꺼버리고 자야 하며 새벽 5시면 이들을 거리로 내보내고는 한다. 


이들이 다른 따뜻한 장소로 가려면 이들은 데이센터에 가야 하는데 보통 데이센터는 보통 9시에 문을 여니까 시애틀의 겨울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으스스하며 몸이 추우니 이들은 추위를 이기기 위해 독한 술이나 알코올, 때로는 코케인을 흡입하는 이유도 있다.


우리 사무실은 이들의 부족한 잠자리가 되어지고 로비 안에는 이들이 먹다 만 음식 부스러기들이나 이들이 먹고 서는 아무 데나 던져버리는 쓰레기 등으로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로비를 담당하는 청소하는 청소부가 있었는데 청소부가 청소를 아무리 해도 이들이 어지럽혀놓은 속도는 따라갈 수가 없었다. 


이곳을 청소하는 청소부는 30대 초반의 아랍계통의 여자였는데 머리엔 히잡을 두르고 얼굴만 보이며 늘 회색빛의 롱치마를 입고서도 지저분하고 더러운 곳을 치우면서도 항상 흥얼거리며 일을 하고 있었다.


청소부는 항상 기쁜 얼굴로 일을 하면서 우리 직원들이 사무실 안에서 바쁘게 일하다가 휴지 등을 휴지통에 제대로 집어넣지 않으면 제대로 들어가지 못한 휴지 등을 가리키면서 휴지를 버린 당사자들을 찾아가서 심각한 얼굴로 얘기를 시작하고는 했다. 


나는 내 책상 바로 옆에 휴지통이 있어서 그리고 우리의 서류나 다큐멘트들은 절대로 그대로 버리지를 않고 파일 분쇄기에 갈아서 없애버리기 때문에 폐지를 버릴 일이 별로 없었는데 어쩌다 내프킨 등을 제대로 버리지 못할 경우 이 젊은 아랍 여자 청소부에게 걸려서는 한참을 꾸지람 비슷하게 들어야 했다. 


젊은 아랍 청소부 여자는 긴 회색빛 치마와 히잡을 쓴 얼굴이 볼이 발갛고 맑은 눈을 가졌는데 일을 하면서 항상 기쁘고 즐겁게 일을 하고는 하다가도 직원들이나 우리 고객들이 아무 데나 휴지나 캔 등을 버릴 경우 눈썹을 치켜세우며 휴지를 버린 당사자 앞으로 다가가 훈계를 하고는 했다. 


나는 네가 고용한 것이 아니고 나는 여기 사무실에서 이 사무실을 깨끗이 유지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내일을 열심히 하는데 나는 기계가 아니고 나는 로봇이 아니야!


이렇게 00가 당당하게 말하는 것을 보면 나는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00는 난 여기에 붙어서 너희들이 잘못 버린 것들을 정리하려고 만 일하는 것이 아니니 너희들은 휴지는 휴지통에 버리고 캔은 캔 버리는 곳에 집어넣고 플라스틱도 제대로 버려주기를 바라! 


물론 이 청소부가 훈계를 시작하면 우리 직원들은 뜨악한 얼굴로 이 젊은 청소부를 바라다 보고는 했지만 나는 왠지 이 외국인 아랍계통의 젊은 여인인 청소부의 당당함이 너무나 이뻐 보인다.


몇 년 전 나는 사무실에서 간간이 시간이 날 때마다 청소부인 00하고 눈인사를 하다가 어느 날 일이 빨리 끝나고 내가 이메일 보낸 상대방의 답장을 기다리는 중에 이 젊은 청소부 여인하고 말을 걸어볼 시간이 있었었다.


하이,

아 엠 레지나,


젊은 여자 청소부는 그 맑고 깊은 눈을 빤짝이며 마치 내가 자기를 찾아주기를 기다린 사람처럼 반가워하며 나를 반기며 마침 내 자리 옆에 비어있는 의자에 앉아서 그 특유의 밝은 모습으로 나에게 하이!라며 반가워하면서 자기는 아랍 00사람인데 미국에 온 지는 몇 년이 되었고 자기 나라에서 결혼을 했는데 자기가 원해서 결혼을 한 것은 아니고 자기의 부모가 자기가 13살이 되던 해에 동네에 사는 부자인 50대 남성에게 지참금으로 소와 양을 많이 받고 자기를 시집보냈는데 자기는 시집을 가고 싶지가 않았었고 그때 00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한국에서 온 선교사들이 운영하는 미션센터가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그곳 지역에 살고 있는 가난하고 어려운 살림에 학교에 가지를 못하는 그곳 지역 아이들을 미션센터에서 공부를 무료로 시켜주었다고.


자기는 너무나 공부가 하고 싶어서 자기의 부모에게 사정사정을 해서 무료 학교에 더다니고 싶다고 했는데 부모님은 여자가 그만큼 공부를 했으면 됐지 무슨 공부를 또 하느냐며 집안 살림도 도울 겸 시집을 가라면서 시집을 보냈단다.


그녀가 시집을 가기 전 그곳 무료학교에서 글쓰는 법을 배울 수 있었고 그 사람들은 한국에서온 선교사였는데 종교는 절대로 말하지 않고 잘살아가려면 여자도 공부를 해야 한다고 알려주었단다.


청소부 그녀가 나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내가 한국사람인 것이 하나란다.


그녀는 이곳에서 1년간 글쓰기 읽기 등을 배우면서 꿈을 가지며 언젠가는 이곳을 탈출하여서 넓은 세상에 나가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열심으로 공부를 하는 중인데 부모는 이 여자아이의 미모에 반해버린 늙은 부자의 권유에(소와 양을 지참금으로 준다고) 넘어가고..


이 이야기를 할 때는 여자 청소부의 그 아름답고 깊은 눈에 눈물이 깊게 고여있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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