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한인로컬칼럼] 보스톤의 일본 라면집: 꿈을 나누세요 - 민명기학원
추수 감사절이 가까워 오니, 집 떠나 타지에서 일하는 아이들이 보고 싶은 것은 모든 부모님의 공통된 심정일 것이다. 가끔 전화나 카톡으로 서로 안부를 챙기기는 하나 직접 얼굴 마주 보고 손이라도 잡는 것과 어찌 비교가 되랴? 이제는 다 컸다고, 제 엄마가 안기라도 하는 날에는 질색하는 시늉을 하는 아들 녀석이나, 온갖 스위트한 말로 부모를 챙겨 주는 딸아이를 생각하면 왜 이리 피식 웃음이 나고 마음 저 안쪽이 아려 오는지. 부모의 마음은 참 비이성적이다. 곁에 있을 때는 그리도 말 안 듣고, 공부 안 하는 것만 보이더니, 멀리 떨어져 있으니 조그마한 일이라도 같이 나누고 싶고 사소한 먹을거리라도 좀 더 먹이고 싶은 마음이다.
아내를 일터에서 픽업해 집으로 가는 길에, 집에 먹을 것이 별로 없다는 아내의 걱정도 덜 겸 간단히 식사를 할 요량으로 한국 식당엘 들렸다.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데, 때맞추어 딸아이가 전화를 했다. “뭐 하세요. 혹시 바쁘신 거 아니에요?” 항상 자상한 아이라 배려하는 마음이 듬뿍 든 물음이다. “응, 아빠랑 저녁 먹고 들어가려고 식당에 와 있어요.” “뭐, 드시려구요?” 의례껏 하는 질문에 아내는 과잉 반응을 한다. “응, 아냐, 그냥 맛없는 것 먹으려구…” 집 떠나 마음껏 먹고 싶은 것도 못 먹을 아이를 위한 배려에서 나온 대답이지만, 별로 이해가 되지 않는 대답이라 말을 끝내고 같이 웃어 버린다. 아이들이 자신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타지에서 고생을 하는 것이 안 스럽기는 하지만, 꿈은 노력하고 고생을 감내하는 자만이 이룰 수 있으니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워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리라.
꿈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작년 추수 감사절을 맞아 돌아 온 아들 녀석이 해 준 재미난 일본 라면 집 이야기가 떠오른다. 하버드 캠퍼스에서 북쪽으로 기차역 하나를 지나면, North Porter 지역이 나오는데, 이 근처 버스 정류장 앞에 “Yume wo katare(꿈을 나누세요)”라는 아주 조그마한 일본 라면 식당이 보스턴에는 흔한 던킨 도우넛 매장과 스파 사이에 없는 듯이 위치해 있단다. 소문이 나 길게 늘어선 줄에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식당엘 들어가면, 주방 쪽을 향해 긴 식탁 세 개와 각 테이블 당 의자 6개가 학교 교실의 것들처럼 서로의 등짝을 보며 앉게 될 손님들을 기다리며 놓여 있단다. 메뉴는 단 두 가지, 대짜와 소짜 라면으로 가격은 좀 센 편인 각 $11과 $13이다. 차이는 국수 위에 얹어 주는 두툼한 돼지고기 등목살이 각 두개와 다섯 개의 차이란다. 주문을 마치면, 종업원이 “당신의 꿈을 다른 분들과 나누시겠습니까?”라고 묻는다. “그러지요”라고 하면 식사가 끝난 뒤에, “이분이 꿈을 나누시겠습니다”라는 신호에 따라 일어나 “제 꿈은 세계 각지를 여행하는 것 입니다”라는 등의 꿈을 나누는데, 이후에 종업원이 라면 그릇을 살핀 뒤, 식사량을 기준으로 다음 중의 하나를 큰 소리로 외치고 식당의 다른 종업원과 손님들도 같이 합창을 한다고 한다: 많이 남기면, nice try; 조금 남기면, good job; 거의 다 먹으면, almost; 국물과 면을 모두 다 깨끗이 비웠으면, perfect.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또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열정과 인내, 그리고 헌신이 필요한데, 위의 순서와 반대로 즉 음식을 많이 비울수록 꿈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음을 말한다고 한다. 그 식당의 인스타 그램에 나온 문구: Any Dream can be achieved with a little help from friends! Share a dream with us today for lunch 11-3 and dinner 5-10pm!
그렇다. 우리 모두에게는 꿈이 있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서, 출근 전에 맨손 체조라도 해야지 등의 작지만 건설적인 꿈이 있다. 내년에는 좀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가야지, 더 좋은 차를 사야지 등등의 조금은 세속적이고 개인적인 꿈도 있다. 매일 출근길에 뵙던 집 근처의 학교로 통하는 횡단보도에서 길 건너는 학생들을 위해서 차량 통제원으로 봉사하시는 할아버지가 몸이 불편하신지 며칠 동안 모습을 뵐 수가 없다. 그 분 대신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봉사하는 일을 해 봐야지 등의 남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꿈도 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님의 꿈은 무엇인가? 자녀가 아시안으로는 처음으로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으면 하는 꿈이 있으신가? 가장 가까운 친구로서 용기를 주고 격려하며, 그 꿈에 가까이 갈 수 있도록 같이 힘이 되어 주시기를 바란다. 며칠 전에 시애틀 항만청의 커미셔너에 당선된 샘 조가 테리야키 식당을 운영하시며, 자신에게 최선의 격려와 뒷받침을 해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리는 것을 보았다. 필자도 샘의 고교 시절에, 학생과 카운슬러로 만나 부모님의 열성적인 지원을 직접 목도한 터라 큰 공감이 갔다. 당신이 최선의 것을 갖기 원하는 친구들과 꿈을 나누시며 서로를 격려하시기 바란다. (www.ewaybellevu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