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칼럼] “사소한 것이 일을 망친다” - 시애틀한인 커뮤니티칼럼

전문가 칼럼

[정병국 칼럼] “사소한 것이 일을 망친다” - 시애틀한인 커뮤니티칼럼

작은 돌 하나가 1등으로 골인 할 수 있었던 마라톤 선수를 뒤로 처지게 한다. 줄곧 일등으로 달리다가 42.195km 완주를 불과 얼마 남겨놓지 않고 갑자기 멈춰 선 마라토너에게 기자 한 사람이 물었다. “잘 달리다가 왜 갑자기 포기하고 말았나요?

무엇이 당신을 가장 힘들게 했습니까? 더운 날씨 탓인가요? 높고 가파른 언덕 때문인가요? 아니면…?” 기자의 질문에 마라토너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대답했다. “반환점을 막 지났을 때 운동화 안으로 들어온 작은 모래알 하나 때문입니다.”

질문한 기자의 예상과 달리 그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더운 날씨도, 가파른 언덕도, 마라톤 벽이라 이르는 30km 지점도 아니었다. 우리 생각에 대수롭지 않을 것 같은 모래 한 알이 그토록 그를 괴롭혔던 것이다. 그렇다. 우리 생각에 모래 한 알은 아무것도 아닌듯한데 그것이 이 마라토너의 승리를 망친 것이다. 이처럼 사소한 것이 일을 망치는 경우가 이 세상엔 생각보다 많다. 이 작은 것(모래 한 알)의 실체가 무엇인지 한 번 점검해 보자. 인간이 한세상을 살다 보면 아주 사소한 것이 우리네 삶을 힘들고 어렵게 할 때가 있다. 음식을 먹다가 목에 걸린 것은 큰 소의 뼈가 아니고 아주 작은 생선 가시가 걸려서 우리를 힘들게 한다. 큰 것은 목구멍에 걸리지 않고 입안에 있어서 잘 씹어서 삼키면 된다. 그런데 작은 것은 다 씹기 전에 그냥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때가 있다. 이 작은 것이 늘 문제를 일으킨다. 큰 저수지의 둑(방파제)이 무너지는 것도 처음에는 아주 작은 구멍으로 물이 새기 시작해서 점점 크게 되어 마침내 무지한 둑이 무너진다. 항상 문제는 작은 것이 일으키고 큰 것은 별로 문제가 되지를 않는다. 큰 것은 미리 준비를 잘해 놓으므로 별로 문제가 없다. 그러나 대수롭지 않게 작은 문제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우리 인간의 심성이다. 그러다가 늘 큰 코를 다친다. 우리 인간관계도 늘 사소한 것이 큰 오해와 불신을 가져오고 이 작은 것이 언제나 큰 문제로, 혹은 큰 싸움으로 번진다. 16세기 후반에 유럽에 흑사병이 번져 그 당시 유럽 인구의 1/3(2,500만 명)이 죽었다. 하찮은 들쥐가 옮긴 병(바이러스)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그 당시 유럽 교회에서는 많은 기독교인들이 회개하고 기도하면서 밤을 새웠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육안으로는 보이지도 않는 미세한 바이러스를 과학 문명과 의술이 해결하지 못하였고 지금 번지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19도 막지 못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미 죽었고 지금도 죽어가고 있다. 하늘을 찌를듯한 인간의 능력이 하찮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에 쩔쩔매고 있다. 참으로 작고 사소한 것이 일을 망치고 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 이 바이러스를 제거할 백신이 금년 말이나 내년 초에 나온다고 하는데 그것도 얼마나 이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는지 두고 봐야 한다. 인간 사회에서 사소한 말 한마디로 혹은 사소한 오해가 큰 문제와 불신을 가져온다.

말 한마디가 큰 문제가 되고 인간관계를 망쳐버리기도 한다. 말을 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하나도 없는데 이 말 한마디 때문에 인간은 큰 상처를 받고 평생 원수로 지내거나 상대도 하지 않고 살다가 간다. 한 치의 혀 놀림이 무시무시한 핵무기보다 더 무섭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기도 하지만 이 말 한마디로 철천지원수가 되는 경우도 있다. 말을 하지 않고 사는 것이 최선의 삶인데 그럴 수가 없는 것이 인간이다. 입술의 30초가 가슴의 30년이 된다는 말도 있다. 30년이 아니라 영원히 저 세상까지 가지고 가는 경우도 있다. 말은 한 번 하고 나면 다시 주워 담을 수가 없다. 글은 잘못 쓰면 다시 고치면 되는데 말은 한 번 하면 모래에 쏟아진 물과 같이 다시 담을 수가 없다. 어떤 말은 상대방에게 꿈과 용기를 주기도 하지만 어떤 말은 상대방에게 분노와 오해와 절망을 주기도 한다. 격려와 용기와 희망을 주는 말만 하고 살아야 하는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 주고 희망을 주는 말만 하고 살 수는 없을까? 데일 카네기는 먼저 생각하고 말을 하라고 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 상대방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는 경우도 있다. 일은 항상 사소한 것이 망치기도 하고 성사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무슨 말을 상대방으로부터 들어도 헤아려 주는 마음이 있으면 오해와 다툼이 사라진다. 그러고 보면 자신의 불행한 운명은 바로 자신의 입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설득력이 있는 말 한마디는 상대방을 아주 편하게 만들고 고마운 사람으로 그를 평생 머릿속에 잊지 않고 간직하게 된다. 학교 훈장을 할 때 졸업을 코앞에 둔 마당에 학교를 떠나야 했다. H건설 중견 사원 모집에 합격했다. 당시 교감을 하던 은사는 기회를 놓치지 말고 빨리 학교를 떠나라고 했다. 그때 학교를 떠나지 않았다면 평생 훈장을 하다가 은퇴를 했을 것이다.

0 Comments
제목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