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칼럼] “노후의 삶” - 시애틀한인커뮤니티칼럼
사람이 늙어가면서 가족이나 친지에게 오래 사는 것이 재미가 없고 빨리 가면 좋겠다고 말하는 노인이 많다.
그러나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실상은 그렇지 않고 오래 살기를 희망하고 있다.
옛날에 노인들이 자식들 앞에서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하면서도 영양제를 한 움큼씩 먹는 노인들을 더러 본 기억이 난다.
죽어서 천당 가는 것보다 형편이 어려워도 이 세상에서 오래 사는 것을 은근히 바라고 있는 것이 우리 인간이고 이것은 또한 인간의 본능이기도 하다.
노후의 삶을 보람 있고 지루하지 않게 보내는 방법을 읽은 기억이 난다. 간추려서 소개하면, 첫째는 나이가 늙었어도 늘 현역으로 일을 하라. 물론 몸이 불편하고 움직이기 어려우면 못하겠지만 그런대로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다. 서예 연습을 하든가, 그림을 그리든가, 아니면 독서를 하든가...
얼마든지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할 수 있다. 그러면 시간도 잘 가고 삶이 지루하지 않다. 둘째로 몸을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으면 찾아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벌룬티어로 병원이나 시니어 그룹에 가서 하루에 몇 시간 일하면 된다.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담소를 하다 보면 시간이 잘 가고 삶의 활력이 생긴다. 그리고 일을 하면 그만한 소득도 생긴다.
셋째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다. 하루의 일과를 정해 놓고 매일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다. 걷는 시간, 책을 읽는 시간, 친구와 만나는 시간(요즘은 만날 수가 없지만) 전화나 카톡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넷째로 매사에 도전 정신을 가지고 산다.
도전 정신은 젊은이만 갖는 것이 아니다. 이 세상에 사는 동안에는 누구나 도전 정신을 가지고 산다. 이 도전 정신이 건강을 유지하는 첩경이 된다. 도전 정신이 없으면 죽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다섯째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사람을 최소 5명 이상 가지고 살아야 한다. 친구가 되었건, 교회 성도가 되었건 인간은 서로 만나야 하는 운명을 타고났다.
친구가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한 사람도 없다. 여섯째 사람은 목숨이 붙어있는 한 배움을 계속해야 한다. 그 분야의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를 계속 연구하며 배워야 한다.
가끔 언론에서 보면 나이가 70, 80이 넘었어도 학업을 계속하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는 예를 볼 수 있다. 참으로 멋있는 삶이고 또한 배움에는 연령의 제한이 없다.
집에서 혼자 열심히 책을 읽고 공부하는 노인들도 많다. 참으로 보기 좋고 보람 있는 삶이다. 일곱째로 인간은 평생 사는 동안 마음과 생각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해소되고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독서를 하고 글을 쓰는 연습을 하면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쓸데없는 고민이나 걱정을 하면 몸이 축가고 건강을 잃기 쉽다.
마지막으로 세상이 험악하고 코로나바이러스가 만연해도 신경을 너무 쓰지 말고 매사에 분노하지 말아야 한다.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앞이 환하게 보인다. 반대로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보면 암흑이 앞을 막는다.
참다운 친구는 좋을 때는 초대해야만 나타나고 어려울 때는 부르지 않아도 나타난다는 말이 있다. 이런 친구 하나만 있어도 행운이다. 친구는 내가 마음 문을 열고 받아들여야 한다. 작자 미상의 옛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흐르는 물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떠도는 구름은 다시 볼 수 없네. 늙은이의 머리 위에 내린 흰 눈은 봄바람이 불어와도 녹지를 않네. 봄은 오고 가고 하건만 늙음은 한 번 오면 갈 줄을 모르네. 봄이 오면 풀은 절로 나건만 젊음은 붙들어도 달아나네.”
장수가 좋기는 하나 내 발로 못 걷고, 내 손으로 못 먹고, 내 입으로 말을 못 하고, 내 귀로 못 듣고, 내 눈으로 못 본다면 살아도 산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나이를 먹으면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이다.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어도 건강을 잃으면 모두 잃는다.
스티브 잡스가 남긴 말이 있다. “현재 건강한 당신이 인생의 어느 시점에 이르렀든지 상관없이 때가 되면 누구나 인생이란 무대의 막이 내리는 날을 맞게 된다. 가족을 위한 사랑과 부부간의 사랑, 그리고 이웃을 향한 사랑을 귀히 여겨라. 그것이 곧 삶의 보람이고 이 세상에 사는 동안 가장 중요한 사항이다. 그리고 자신을 잘 돌보기 바란다.”
오늘 하루는 이미 죽어간 사람이 그렇게도 붙잡고 싶었던 하루이다. 오늘이 참으로 귀하고 천금보다 더 귀하다. 가지고 있는 것이 많건 적건 간에 손을 펴고 베풀어야 한다.
어차피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날 때는 손을 짝 펴고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못한다. 먹을 수 있을 때 잘 먹고 돈을 쓸 수 있을 때 쓰라. 그 길만이 우리가 이 세상에서 할 수 있을 이다.
살아 있을 때 가난한 이웃을 돕고 병든 사람을 치유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그 일을 다 하고 나면 떠날 때 마음이 흐뭇해지고 떠나는 길도 한결 순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