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열모 문학칼럼] “진짜 신사”와 “가짜 신사”" - 시애틀한인문학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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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열모 문학칼럼] “진짜 신사”와 “가짜 신사”" - 시애틀한인문학칼럼

우리 한국사회는 지난날 “옷이 날개”라는 속담이 생길 정도로 옷차림에 신경을 썼다.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을 옷차림에 두었기 때문에 값비싼 옷을 입고 명품을 들고 다녀야 대접을 받았다.  


이렇게 되고 보니 시중에는 가짜 명품이 범람해 가짜를 만드는 기술도 덩달아 정교해져서 전문가들조차 진짜와 가짜를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러한 사회 풍조에 휘말려 가짜 신사가 여기저기에서 나타나 진짜 신사와 구분하기 쉽지 않게 되었다. 


가짜 신사는 본시 외모나 옷차림으로 능숙하게 치장하기 때문에 이들에 쉽게 속는다. 특히 가짜 신사일수록 맑은 표정에 세련된 말솜씨, 그리고 점잖은 몸가짐으로 사람들을 속이면서 설치고 다닌다. 

  

가짜 신사는 가난한 동네에 가서 뽐내는 것이 특색이다.   


그들은 빈민촌에 가서 값비싼 옷으로 치장하고 나타나 위화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가짜 신사 중에서도 특히 돈 좀 있거나 쥐꼬리만 한 권력이라도 있으면 저속한 행동으로 거들먹거리는 사람을 졸부(猝富)라고 한다.

   

이들 졸부는 가난한 이웃을 주눅 들게 하며, 약자에게는 강하고 강자 앞에서는 비굴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들 졸부는 재래시장 같은 뒷골목의 영세상인들 앞에서는 으스대며 공갈치기도 하고, 때로는 도와주는 척하며 허세를 부리다가 정작 깡패가 나타나 행패를 부리면 맞서지 않고 비겁하게 슬그머니 도망치기도 한다.  


이와 반대로 우리 주변에는 돈이 아무리 많거나 권력이 있어도 몸을 낮추고 검소하게 살면서 가난한 이웃을 챙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사람들이 바로 진짜 신사인 것이다. 진짜 신사는 외모가 잘 생기거나 화려한 옷차림으로 요란하게 치장한 사람이 아니다. 


진짜 신사는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은은하게 향기를 풍기며, 아무리 배워도 아는 척하지 않고, 아무리 부자라도 티를 내지 않으며, 아무리 큰 권력이 있어도 겸손하고 正道를 지킨다. 진짜 신사는 또한 약자에게는 관대하고 강자에게는 의연하며, 자기 자신에게는 엄격하다.


진짜 신사는 외모나 옷차림으로 구별되는 것이 아니고 일상생활에서 이와 같이 행동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그 진가(眞價)는 오랜 세월에 서서히 나타나기 마련이다. 따라서 진짜 신사는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고 오랜 세월에 다듬어진 품격 높은 시민사회에서 생기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도 한때 가짜 신사가 득실거렸고, 특히 졸부들이 판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가 6·25전쟁으로 고생하다가 경제개발에 성공해 생활이 갑자기 윤택해지더니 종부가 곳곳에 나타났다. 


이들 졸부는 안하무인 격으로 우쭐대며 가난한 이웃을 괴롭히기도 했다. 그러던 한국사회가 시일이 갈수록 정돈되고, 시민의식도 높아져 가짜 신사가 사라지고, 특히 민망스러울 지경이던 종부는 이제 발붙일 곳조차 없게 되었으니 한국사회가 그만큼 성숙되어 품격이 높아진 것이다.  

  

시민들의 옷차림도 이제 지난날과는 달리 매우 소박하고, 옷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으니 “옷이 날개”라던 속담도 사라진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이 출근길의 지하철 승객들의 간소한 옷차림에서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그러면서도 시민들의 공중도덕이나 질서의식은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 대표적 사례를 든다면 지하철역에는 “우측통행”이라는 화살표가 통행로에 뚜렷하게 붙어있는데도 지키지 않아 서로 부딪히기도 하고, 부딪혀도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않는다. 대중식당에서도 옆 손님을 배려하지 않고 소리 높이 떠든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나라가 진정 선진국 대열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이제 경제개발에만 주력할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의식 수준을 높여야 할 것이다. 


시민들의 의식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 방법은 신문이나 TV 등 대중매체를 동원한 거국적 캠페인을 전개하는 데 있다고 믿는다. 


대중매체를 통해 남을 배려하고 공중질서와 공중도덕을 철저히 지키도록 거국적으로 힘쓴다면 대한민국도 “진짜 신사 나라”라는 칭송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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