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 산 이야기] 예술가 포인트에서의 '설박'

전문가 칼럼

[김수영의 산 이야기] 예술가 포인트에서의 '설박'

아티스트 릿지-헌툰 포인트(마운트 베이커 지역)  

정상 고도: 5,200피트 

왕복거리: 7마일


올들어 다섯 번째 오른 아티스트 릿지는 예술가들이 정상에 올라 이젤을 펴고 걸작의 풍경을 화폭에 담아서 내려간다 하여 '예술가의 포인트'라 부르는가 보다.

이번 산행은 데이 트래킹이 아니라, 눈 위에 텐트를 치고 화씨 25-30도인 영하의 설산에서 캠핑을 하고 내려오는 일명 '설박'이었다.


내달로 예정된 세인트 헬렌스 산을 오르기 위한 예행연습이기도 하였고, 고산 설박을 앞두고 필요한 장비 점검이기도 하였다.

설박은 영하의 추위와 비, 바람, 우박, 눈 등 변화무쌍한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훈련이다. 예측불허의 일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보강훈련이기도 하지만 인내의 한계를 느끼게 하는 매서운 체감온도를 이겨내야 한다.

오래전 눈물이 찔끔찔끔 날 정도로 혹독한 '스파르타식' 아이스 스케이팅 훈련과 스키 훈련을 받아 본 내 마음을 흔들리게 하는 혹한의 경지를 맛보게 된 것이다.


치장하지 않은 참자연의 모습과 차분하고 과묵한 청정의 아름다움은 저 산 아래 동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그러기에 수많은 사람이 줄지어 같은 마음으로 눈 덮힌 산등성이를 오르고 있다. 


노을이 질 무렵, 작은 텐트 마을을 이룬 이웃들과 함께 붉게 물든 석양을 바라보며 환호하는 모습과 총총히 뜬 별들 사이로 북두칠성을 찾아보기도 했다.

며칠 뒤의 보름달을 띄우기 위하여 반쪽을 훨씬 넘은 달빛 밑에 눈송이가 모여 수정알같이 반짝인다.  


또 이른 새벽에 동쪽에서 밝아오는 붉은 여명의 위엄을 바라보며 아티스트 포인트의 참모습을 보고 내려온 감격 적인 생애 첫 설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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