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목회계칼럼] 630. 마이너스 이자의 해악 - 시애틀한인로컬회계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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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목회계칼럼] 630. 마이너스 이자의 해악 - 시애틀한인로컬회계칼럼

마이너스 이자 제도는 스코틀랜드 악기 bag pipe에 관한 농담을 연상시킨다. 누군가가 “스코틀랜드 군대의 배그파이프는 전투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하고 물었다. 그 농담 속의 정답은, ‘그 소리를 듣고 있느니보다 죽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에서 군인들은 앞으로 뛰어나간다”는 것이다. 시중은행들은 중앙은행에 돈을 맡겨 놓고 그 돈의 보관료를 납부하고 있느니 그 무엇이든 물불을 가리지 않고 해버리고 싶어진다.

유로화 지역 시중은행들이 유럽 중앙은행에 현찰을 예금해 두면 연리 0.5퍼센트의 보관료를 납부해야 하지만, 대신 마이너스 이자의 독일 국채를 사 두면 연리 0.38퍼센트 정도의 손해만 보면 된다. 즉, 기업에 대출하지 않으면 시중은행이 운영되지 않는다. 그러한 상황에서, 시중은행은 다소 위험한 곳에라도 대출하지 않을 수 없다. 위험하다는 것은, 대출해간 기업이 적자를 보고 그로 인하여 대출한 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는 뜻이다. 그 과정을 도표로 표현하면, 지난 주 칼럼(629호)의 도표는 다음과 같은 모습으로 변형된다.       


 

마이너스 이자 제도에

깊은 마이너스 이자 효과

화폐 현물관

화폐 어음관

1단계

소비 차입 

 ,  투자

2단계

통화량 증가

과잉생산과당경쟁

3단계

물가 

물가 하락,  

 

 


화폐를 현물로 보는 상상에서 유럽 중앙은행 운영자들의 생각은 도표 속의 화폐현물관을 따라가고 있지만, 화폐는 어음이기 때문에, 마이너스 이자의 진정한 결과는 도표 속의 “화폐 어음관”을 따라가야 한다. 마이너스 이자가 깊어지면, 은행만이 아니라 기업들도 손해가 따르더라도 어딘가에 투자하고 싶어진다. 

여기서 생각해내야 할 것은, 루즈벨트(FDR) 노변정담 제2호에 나오는 다음 한 마디다.

“이 나라 국민은 그 무엇에 부추겨져서, 농업과 공업 생산량을 한없이 늘여도 어떤 요술쟁이가 그 모든 생산물이 소비되게 하고 생산자에게 합당한 이득이 돌아가도록 해줄 것으로 믿어 왔습니다.”

이것은 전에도 인용된 적이 있고, 아무리 자주 인용되어도 지면이 아깝지 않다. 미국이 절대적 위기에 처했을 때 미국의 지도자 눈에 비친, 경제학의 초석이 저 한 마디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것은, 국민소득은 투입과 생산자이득의 합이라는 사실이다. 그 어떤 경제 이론도 이 간단한 원리와 어긋나면 성립할 수 없다. 스스로 경제학자가 아니라 경영학자라고 한 피터 드러크는 “이익은 기업이 목표가 아니라 의무”라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득이 없거나 이득의 전망이 보이지 않는 기업은 존재 가치가 없다. 경제의 모든 해악은 “적자”라는 말 한 마디로 귀결된다. 적자라는 말은 생산자 이득이 마이너스라는 뜻이다.

디플레이션이 일어나도 과도한 적자가 수반되지 않으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컴퓨터 램(RAM) 1 메가바이트짜리 한 개가 1993년경에는 약 50불 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아마존 사이트에서 찾아보니, 2019년인 지금은 8,000메가바이트짜리 하나가 약 40불 한다. 가격이 내려가도, 이런 경우에는 그 원인이 시장의 확대와 기술의 발전에 있기 때문에 대량 적자와 대량 도산이 일어나지 않는다. 적자를 수반하지 않는 디플레이션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적자다. 과당경쟁과 과잉생산으로 가격이 폭락하는 형태의 디플레이션은 적자를 수반한다. 국민소득은 투입과 생산자이득의 합이다. 적자가 일어나는 동안에는, 적자에 의한 마이너스 소득이 투입에 의한 플러스 소득을 깎아 먹는다. 적자가 심해지면 생산은 중단되고, 거기서 인력과 물자의 투입도 중단된다. 공장 등의 자산 가치까지 공장 폐쇄와 동시에 모두 소멸한다. 이 부분은 “역투입에 의한 마이너스 소득”이라 할 수 있다.  

마이너스 이자는 무리한 투자를 촉발한다. 그에 따른 과당경쟁 및 과잉생산은 생산자 이득의 축소, 생산자 적자, 생산자 도산 등을 조장한다. 이처럼 위험한 정책을 유럽의 몇몇 중앙은행과 일본 중앙은행이 시행하고 있다. 아직은 마이너스 영역으로 깊이 들어가지 못한 상태이지만, 그들이 이 어리석은 손을 멈추지 못하는 것은 밀튼 프리드만의 화폐수량설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화폐의 본질을 찾아가는 길목에 밀튼 프리드만이라 하는 거대한 이름이 가로막고 있어서, 아직은 모두들 그 앞에서 어쩔 줄 모르고 있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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