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목 회계칼럼] 642. 정부부채-GDP 비율과 미국돈 - 시애틀 한인 로컬 회계 칼럼
현재 각국 정부는 자국 정부부채의 위험도를 측정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부부채 금액을 GDP로 나눈 비율을 열심히 계산하고 있다. 이러한 계산의 유용성을 검토하기 위해, 미국 국채의 구조를 가지고 아래와 같은 표를 작성해 본다. 민간이 획득한 21,000의 소득 중 4,000을 세금으로 납부했고, 그해 말 국채 발행 잔액이 총 16,000인데 그 중 12,500은 미국의 민간이 보유하고 3,500은 외국의 정부나 민간이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한다. 모든 숫자는 상상의 금액이며, 단위는 십억불이다.
| 정부 | 국민 | 외국 | 합계 |
갑 (채무자) | 을 (채권자 1) | 채권자 2 | ||
소득(GDP) | 4,000 | 17,000 |
| 21,000 |
채권(채무) | (16,000) | 12,500 | 3,500 | - |
정부부채/GDP | 76.19% | (산식: 16,000/21,000) |
국채의 안전성을 판단하기 위하여 산출되는 비율은, 위 표 속의 정부부채(16,000)를 자국의 GDP(21,000) 나눈 76%다. 이것은 두 가지 점에서 이상한 계산방법이다. 그 첫째는 스토크(stock) 개념인 부채와 플로우(flow) 개념인 소득을 비교한 점이며, 그 문제는 칼럼 628호(국가재정 평가기준의 오류)에 설명되어 있다.
그 둘재는 갑의 채무가 을의 소득과 비교되었다는 점이다. 앞 문단의 계산에서, 분자(16,000)는 정부의 채무인데, 분모는 정부의 소득(4,000)과 국민의 소득(17,000)을 보탠 합(21,000)이다. 일반적으로, 갑이라는 회사의 빚을 을이라는 회사의 빚과 비교하는 경우는 있지만, 갑의 빚과 을의 소득을 비교하는 일은 없다. 그렇게 비교해서 산출한 비율을 사용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위 표의 계산에서 분모(21,000)의 대부분이 을의 소득(17,000)이기 때문에, 정부부채를 GDP로 나눈 것은 갑의 부채와 을의 소득과를 비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채를 두고 볼 때, 정부는 채무자이며 국민은 채권자다. 채권자와 채무자라는 특수한 관계 때문에 정부부채-GDP의 상관관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그런 식의 주장을 한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검토할 가치가 없다. 또, 채권자 중 외국의 존재는 그 계산에서 빠져 있으므로, 그러한 생각에는 일관성도 없다.
정부와 국민은 일반적인 채무자-채권자 관계가 아니라 특수한 관계이므로, “정부는 국민의 세금에 의존하고, 국민의 세금은 국민의 소득에서 온다” 하는 논리가 정부부채-GDP비율의 유용성을 설명할 만한 근거가 될지 검토해 본다.
국가경제의 덩치가 크면 더 많은 국채를 받쳐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사실과 정부부채-GDP 비율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부채-GDP비율 유용하다 하기 위해서는, 정부부채 GDP 비율이 얼마 이상으로 올라가면 안되는지 말해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일본은 그 비율이 높아도 국채 수준으로 인한 고통을 치르지 않고 지내 왔으며, 그리스는 이 비율이 높을 때 큰 곤욕을 치렀다.
지난 수년동안 그리스의 정부부채-GDP 비율은 낮아지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현재 그리스의 국채 이자는 충분히 낮다. 그 이유는 그리스 국채 보유자들이 “그리스가 국채를 갚지 못하면 섬을 팔더라” 하는 경험을 쌓았기 때문이다. 그리스 국채의 채권자들은 그리스의 GDP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 정부의 자산을 보고 있는 것이다. 만일 그 섬들이 감당하지 못할 만큼 국채가 많아지면, 그리스는 또다시 칼럼 627호(유로화의 약점)에서 본 고이자의 함정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국채의 규모가 넘지 않아야 할 선이 어디인지는 명백해진다. 즉, 정부부채는 정부보유의 자산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안되는 것이다.
미국 연방정부 소유의 방대한 토지는 법으로 매각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매각하지 않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그리스 정부도 정부땅을 매각할 계획이 없었지만, 모든 수단이 막혔을 때는 정부땅을 매각했다. 미국이 정부땅을 매각하지 않는 것은, 그러지 않아도 국채 이자를 미국 정부가 바라는 만큼 낮은 수준에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경제력, 법질서, 국방력 등에서 미국과 경쟁할 만한 세력이 없다. 따라서, 달러와 경쟁이 되는 화폐가 없다. 그러나, 칼럼 638호-640호에서 본 조건을 갖춘 세계화폐가 나타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누군가 영향력 있는 사람이 칼럼 638호-640호의 내용을 잘 이해한다면, 세계화폐가 생겨나서 미국돈과 경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경쟁화폐가 나타나면, 미국 국채의 채권자들은 미국 정부땅의 가치를 들여다본다. 세월이 가서 국채의 규모가 지나치게 많아져 있으면, 미국 국채 채권자들은 더 높은 이자를 요구하고, 미국 국채의 가치와 미국돈은 몰락하기 시작한다.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다. 미국이 의미도 없는 정부부채-GDP 비율이나 계산하면서 너무 오랜 세월동안 정부부채와 정부땅을 비교하는 습관을 붙이지 않고 있으면, 미국돈에도 미국에도 끝이 오고야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