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한인로컬칼럼] 그레그 맨큐의 화폐발행이익 - 안상목회계칼럼
칼럼 615호(사토시 나카모토의 화폐관)에서 본 사토시의 화폐관은 그레그 맨큐(Greg Mankiw)의 생각과 근본적으로 같다. 하버드 경제학 교수 맨큐(1958-)는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경제학 교과서 저자들 중 하나이며, 부시(43) 시대에는 백악관 경제수석으로 가 있었다. 구글로 검색되는 그의 논문 “화폐발행이익의 최적 징수: 이론과 실증(THE OPTIMAL COLLECTION OF SEIGNIORAGE: THEORY AND EVIDENCE)”에 나오는 말을 인용해 본다.
The government raises revenue from two sources. The first source of
revenue is a tax (1) on output, such as an income tax (2) or a sales tax (3). The second source of revenue is seigniorage, the printing of new money (4). (정부가 수입을 얻는 원천은 두 가지다. 첫째, 생산물에 붙는 세금, 즉 소득세 또는 세일즈택스. 둘째, 화폐발행이익, 즉 새로운 화폐의 인쇄.)
이 사람의 경제학적 오류는 (4)번에 있지만, 세제에 대해서는 뭘 알고 있는지, 심지어 영어는 제대로 구사하는지, 여러 가지 의심이 일어나기 때문에 다른 곳에도 줄을 치고 번호를 붙였다.
우선, (1)번에 붙은 부정관사 “a”가 무척 거슬린다. 그 본인이 제시한 예만 봐도 두 개의 세금이 있다. 그렇다면, tax를 가산명사로 봤을 때는 taxes라 해야 하고 불가산명사로 봤다면 관사 없이 그냥 tax로 써야 한다. 그런데, 보니 이 사람은 뉴저지에서 태어났고, 프린스턴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29세에 하버드 경제학 정교수 자리를 차지했다. 영어에 대해 무슨 말을 하기는 좀 곤란하다. (2)번과 (3)번에도 어김없이 부정관사가 붙어 있는데, 이상하지만 영어만은 그냥 실수했겠지 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실수는 누구나 한다.
세금 이야기는 그냥 넘어가기 힘들다. 미국의 세수 중 가장 큰 항목은 (2)번의 소득세이며, 그것은 생산물에 붙은 세금이 아니라 소득에 붙은 세금이다. 생산물에 붙은 세금은 (3)번의 세일즈택스이며, 그것은 연방정부의 세금이 아니라 주정부의 세금이다. 연방 소득세가 생긴 것은 1861년의 일이며, 그 이전의 연방정부는 오로지 관세(custom tax)에 의존하고 있었다. 이 이야기는 후일에 다시 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관세는 지금도 있고, 연방 국세에는 관세 말고도 증여세와 유산세 등 여러 가지 세금이 있다. 그런데 왜 세일즈택스가 소득세와 병렬되어 있는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이 경제학자가 위 인용문에서 결정적으로 잘못한 말은 (4)번에 있다. 이 (4)번에서 보이는 그의 화폐관은 세상에 여러가지 해악을 초래하고 있고, 그 중 하나는 비트코인의 발호다.
위 인용문의 (4)번이 뜻하는 바는 그의 교과서에도 실려 있고, 그 내용은 2010년의 칼럼 154호(화폐발행이익)에 설명되어 있다. 즉, 지폐의 액면에서 지폐 발행비를 빼면 화폐발행이익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생각은 수많은 국가의 중앙은행 장부에 기록된 바와도 다르다. 앨런 그린스팬도, 지폐의 화폐발행이익은 그런 것이 아니라 이자수입이라 한다. 그러나, 비트코인 신봉자들은 그레그 맨큐의 공식과 앨런 그린스팬의 주장을 구분하지 못하고 “앨런 그린스팬도 화폐발행이익이 있다고 한다”고 하면서 그린스팬의 생각과 맨큐의 간단한 공식과의 차이를 인식하지 않으려 한다.
맨큐의 공식을 믿는다는 것은 지폐를 어음이 아닌 물건으로 본다는 뜻이다. 주화 속의 금속은 약간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1센트짜리 속 금속의 가치는 액면가의 약 2배이며, 5센트짜리 속 금속의 가치도 액면가보다 높다. 그 위 고액 주화 속의 금속은 그 가치가 액면가보다 작기 때문에, 모든 주화를 합하면 금속의 가치가 액면가격의60% 내지70% 수준이다.
지폐를 어음으로 보면, 지폐 자체에 어떤 가치가 있는가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지폐에 무슨 표시가 있는가이다. 미국의 지폐에는, 그것이 연준의 어음이라는 사실이 기록되어 있고, 재무부 장관의 서명이 들어가 있다. 지폐가 어음인 이유는, 지폐가 다시 연준의 손으로 들어갈 때 연준은 (어음의 경우처럼) 그것의 액면가격을 인정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연준의 손에 들어간 돈의 액면가치를 그대로 연준이 인정했을 때, 지폐는 거기서 소멸한다.
맨큐식 화폐발행이익 계산 방식은 지폐가 소멸하는 과정을 몰랐을 때만 정당화된다. 비트코인은 소멸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맨큐는 이 부분에서 기존 화폐제도를 왜곡하는 한편 비트코인에게 (그릇된)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 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