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칼럼] “미물 – 바이러스”

전문가 칼럼

[정병국 칼럼] “미물 – 바이러스”

우리나라에 전해 내려오는 말에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이 있다. 나는 어렸을 적에 시골에서 살았는데 우리 집 앞길 바로 밑에 우리 밭이 있었다. 텃밭이라고 사람들이 부르는 이 밭은 500평 정도 되는데 무엇을 심든지 잘 되었고 특히 고추를 심으면 아주 많이 열리고 크기도 다른 집 고추보다 거의 배는 컸다. 풋고추를 따서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맛이 아주 좋았다. 그런데 크고 풋풋한 고추보다 작고 구부러진 고추가 더 맵다. 그래서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을 우리 시골에서는 누구나 알고 있었다.

세상에 사는 동물이나 식물은 대개 작은 것들이 아름답다. 그런데 동식물은 큰 것보다 작은 것이 더 강하고 질기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육안으로는 볼 수도 없는 작은 미물인데 이것이 세상을 온통 뒤집어놓고 있다. 타르바간이라는 들쥐는 몽골 북쪽과 시베리아 남쪽 지방에 사는 들쥐의 일종이다. 겉으로 보기엔 작고 귀여운 이 들쥐가 세계 역사를 바꿔 놓았다. 13세기에 몽골의 징기스칸과 그 후예들이 유라시아 대륙을 정벌하고 통일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유럽의 상인들이 중국의 비단과 동방의 향신료를 구하기 위해 실크로드로 몰려들었다. 남쪽과 북쪽에 두 개의 길이 있었는데 상인들은 더운 남쪽 길보다는 북쪽의 서늘하고 평탄한 길을 선호했다. 그런데 이 북쪽 실크로드는 타르바간(들쥐) 군락지를 지나야 한다. 이 상인들은 이 들쥐를 잡아 가죽을 벗겨서 털옷을 만들어 입었고 푹신푹신하고 따뜻한 이 옷은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옷을 입은 사람 중 하나가 몸의 이곳저곳이 부풀어 오르며 악취를 풍기다가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뿐 아니라 그와 접촉한 사람 사람이 하나둘씩 쓰러져 죽어갔고 급기야는 이들이 거쳐 간 마을 전체가 산 사람이 하나도 없이 쑥대밭이 되었다. 중국과 서방, 러시아 중동을 잇는 교차로에 있던 이 마을은 1339년 역병이 돌면서 하루아침에 폐허가 되었다. 그 다음은 이탈리아 제노바인들이 개척한 흑해 연안의 무역항 카파였다. 제노바 선원들은 1347년 배를 타고 시칠리아로 도주했지만 이는 결국 이 역병을 유럽 전역으로 퍼트리고 말았다. 이것이 곧 중세 유럽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흑사병(페스트)의 시작이다. 이 병으로 인해 유럽 인구의 약 1/3이 사망했다. 당시 유럽 인구가 7,500만이었는데 이 병으로 인해 5,000만으로 줄어들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죽은 수를 제외하고는 사람이 가장 많이 죽었다. 인류 학자들은 앞으로 인류를 가장 많이 죽일 재난은 핵전쟁이 아니라 바이러스라는 일부 학자의 주장이 근거가 있어 보인다. 세계 역사를 보면 역병은 주기적으로 일어났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14세기의 흑사병은 왜 이토록 많은 사람을 죽인 것일까? 그 첫 번째 이유는 타르바간에 기생하고 있던 쥐벼룩에 악성 바이러스가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쥐벼룩에게 물리면 물린 부분만 좀 부풀다가 없어지지만 이 바이러스성 쥐벼룩에 물리면 바이러스가 몸 전체로 퍼지고 기침을 유도하므로 침으로도 타인에게 전파시킨다. 두 번째로는 이 질병이 동서 교역로가 뚫린 후에 발생했다. 당시 몽골은 대륙 곳곳에 설치된 역참 기지를 뛰는 조랑말로 연결해 놓았다. 세 번째로는 질병에 대한 무지가 원인이었다. 당시 병의 전염 경로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고 주로 교회에 모여 돌림병이 낫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지금 우리가 떨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중국 우환에서 발생하여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옛날 상인들은 타르바간을 잡아 옷을 해 입었다면 이번에 중국인들은 야생 박쥐를 잡아먹다가 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전 세계에 퍼졌다. 700년 전 유럽과 지금의 의학 수준이 비교할 수 없이 발달하고 따라서 피해 규모도 훨씬 작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의학이 발달하는 것과 비례하여 바이러스도 계속 진화한다는 것이 실력 있는 의학자들의 말이다. 인간과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이 세상 마지막 날까지 계속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는 세상을 어느 정도 살았지만 아직 어린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은 앞으로 살날이 창창한데 이런 역병이 날로 만연되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백신을 개발하고 만들어 낸다고 하지만 그 백신으로 완전 예방은 불가능하고 50% 정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아직 백신이 나오지도 않았지만... 현미경으로나 겨우 볼 수 있는 미물 바이러스에게 만물의 영장이고 하나님의 모습을 닮은 인간이 쩔쩔매며 죽어가고 있다. 오직 살아계신 하나님만이 이 병을 몰아낼 수가 있는데 아직은 침묵을 하고 계시다. 참으로 살기가 어렵고 요상한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다.


0 Comments
제목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