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 칼럼] 그래도 감사합니다!(2)

전문가 칼럼

[레지나 칼럼] 그래도 감사합니다!(2)

<지난 호에 이어>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닌가?

아니 다치신 건가? 

혹시 다른 곳으로 가버린 것은 아닌가?

오늘 낮에 이분을 찾아가보니 그룹홈 자기 방에서 밤새 헤매시다가 못 잔 잠을 달게 주무시고 계셔서 자는 이분을 들여다보고는 이곳에 있는 카운슬러에게 지난번 내가 만들어드린 이름표를 꼭 목에 걸게 해달라는 부탁을 하고는 다시 사무실로 돌아오려니 저만치에서 내 고객 00가 비척거리며 걸어오는 게 보인다. 

내가 있는 곳까지 가까이 와서 나를 발견한 00는 나에게 돈을 달란다.  

돈은 뭘 할 건데? 음 에버렛에 있는 엄마를 만나러 간단다. 

그럼 버스표 주면 되겠네?라고 물으니 돈을 달란다. 물론 내가 돈이 어디 있냐고 말하며 나 돈은 안 갖고 다니는데 라고 대답하자 화가 난 00가 돌아가지도 않는 혀로 말한다. 

댐 유. 유 돈 해버 머니!

나는 비척거리는 00를 뒤로하고 사무실로 앞장서 걸으며 사무실로 오면 내가 버스표 줄 거냐고 말하며 사무실로 와버렸다.

사무실로비에 들어서니 우리 사무실 근처 오래된 아파트에 일 년 동안 임시로 살게 해 준 쟌이 기다리고 있다가 나를 보더니 반가워한다. 그런데 나는 피곤해서인지 별로 반갑지가 않다.

아니 이 친구의 성격을 아는지라 만나야 되는 게 미리 머리가 불편해진다. 아이구!

또 얼마나 이 친구의 푸념을 들어야 하지…

이 친구는 퍼스날리티 디스오더이다. 

자기는 잘못한 게 전혀 없다. 

다 다른 사람의 잘못이다.

전혀 요지부동이다.

내 케이스로 6년간 있었는데 하도 쌍욕을 해대어서 불편하던 차에 내가 어느 모임에 갔다가 30분 기다리게 했다고 카운슬러 바꾸어 달라고 우리 디렉터에게 부탁한 것을 내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러라고 하니까 이 친구 내가 그렇게 결정할 줄을 몰랐는지 자기는 그냥 레지나에게 남아 있겠다는 것을 내가 나는 너무 바빠서 네 케이스는 이미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으니 안돼! 라고 말하니 이 친구 계속 나에게 남아 있겠다고 사정사정하는 것을 내가 절대로 안 돼! 라고 못을 박아놓았다. 

마지막에는 나에게 갓 댐 레지나라고는 다른 카운슬러에게로 갔다. 

나한테 한번 다른 카운슬러에게 옮기겠다고 엄포를 놓았는데 내가 쌍수를 들고 환영하니까 아마도 자기 본인도 놀란 것 같다. 홈리스 고객이 자신의 케이스로 있다가 다른 카운슬러로 자주 옮겨가면 우리의 진급에 마이너스가 된다.

이 약아빠진 친구가 이런 상황을 알고 겁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친구는 워낙에 소문이 나 있는 터라, 그리고 나도 이 친구 일하면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 중이라 잘됐다 싶어 적극적으로 밀어붙였더니 이 친구 나의 태도에 놀라서 다시 우리 디렉터에게 부탁하기를 자기는 절대로 레지나에게 남겠다는 것을 내가 우리 디렉터를 설득시켰다. 

내가 저 친구를 떠나면 세 사람 몫을 더 잘 일을 할 수가 있을 터이니 내 케이스에서 빼달라고?

물론 이 친구가 떠나고 내게는 세 사람도 더 오지도 않고 내일만 더 가벼워지고 이 친구를 맡은 20년 베테랑 카운슬러인 친구 0는 혀를 내두르며 레지나 너 어떻게 저 친구하고 함께 일을 했니? 한다.

20년 베트랑인 카운슬러 00는 내게서 자기로 건너간 내 예전 고객 00를 맡으면서자 기 인생에 F00ing S00 of B0000 라는 욕을 그렇게 많이 들어 본 적은 없다며 고개를 절레 절래 흔들었다.

그러면서 나에게 물어왔다

레지나 그동안 어떻게 감당한 거야!

글쎄!

6년 후에 대답해줄게! 라며 서로 웃어버렸다.

일은 힘들다, 그런데 이 일을 하는 나는 어찌 생각해보면 이러한 축복이 어디 있을까?

생각해본다. 인생길에서 나 혼자만의 인생을 살아가는 게 아니고 내 가족들하고의 관계 만이 삶의 연결고리일 터인데

이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관여하고 도움을 줄 수 있고 이들의 아픔에 함께 아파하고 이들과 함께 기뻐할 수 있는 특권이 있다는 것은 어떠한 감사로 표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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