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게 되는 트럼프 대통령

전문가 칼럼

다시 보게 되는 트럼프 대통령

그에게 ‘파이팅’이라고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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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트럼프만 한 미 대통령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처럼 우리를 흥분하게 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과연 트럼프였다.

그는 또 한 번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5월의 마지막 일요일 새벽(미국시간) 그는 단신으로 월경을 감행했다. 화면에 경호원들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총부리를 맞댔던 적국 현 수괴(?)의 안내를 받았다고는 하지만 3만 6천여 명의 미국 청년들이 전사한 전장의 땅 적국 영토로 휘적휘적 비무장으로 넘어간 것이었다. (그동안 미군 전사자는 5만 5천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는 한국전 기간 동안의 질병 등 ;비전투 미군 사망자의 숫자가 더해진 잘못된 통계였다고 미 국방부가 공식 정정한 바 있다.)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625가 발발했던 그날도 6월의 마지막 일요일 아니었던가.

역사적이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날의 판문점 남 북 미 3국 정상의 회동의 시작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였다. 후일의 사가들은 이날의 만남을 트위터 만남이라고 적을 법 하다.  


트럼프는 G20 정상 회의 마지막 날인 29일 오전 "몇몇 중요한 회담을 가진 뒤에 나는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한국을 향해 떠날 것"이라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이어 "만약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이것을 본다면, 나는 그와 악수를 하고 '안녕(?)!'이라고 말하기 위해 DMZ에서 그를 만날 수도 있다"라고 적었다.

그날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장에서 만난 문 대통령에게 "내 트윗 보셨나?"라고 묻고, 엄지를 치켜세우며 "함께 노력해보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수에 유유히 떠 있는 백조처럼 물밑의 긴박한 움직임이 있었던 게다. 이날 오후 늦게 서울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북미 간 실무 접촉이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스티븐 비건 대북대표가 만찬에 참석하지 않고 판문점으로 향해 북측 실무진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SNS의 위력이다.

하지만 남북미 회동 당일까지도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보안이나 경호, 의전 등 다양한 요소들을 만 하루 만에 조율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때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적극 중재자로 나서 큰 역할을 했던 모양이다. 두 번의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이 큰 도움이 됐다.

한미 두 대통령의 환송을 받으며 판문점을 떠나던 김정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포옹하면서 다시 나직하게 했던 말이 고맙다는 말이었단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평가가 무색한 냉철한 계산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깜짝 쇼는 우리로서는 백번 천 번 손뼉을 쳐야 할 유익한 볼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또한 그 자신으로서도 새로운 북·미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외교적 치적을 내세울 수 있게 됐다. 실제 그는 자신이 ‘피스 메이커’라는 것을 애써 부각시키면서 대표적 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는 서울에 도착해서 기자들에게 2년 반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엄청나게 많은 진전을 이룬 것이 사실 아니냐"라며“오바마 행정부가 했던 것, 그런 상황으로 나아갔다면 지금 우리는 전쟁 상황에 있을 수도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반도 평화를 향한 외교적 성과로 꼽힐 수 있는 이번 만남은 누가 뭐라 해도 재선을 노리는 그에게는 정치적 자산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워싱턴 정가에서는 대북 관여정책의 성과에 대한 회의론이 고조되고 있어 자칫 재선 가도의 장애물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 같은 시점에서 전 세계가 주목할 북·미 정상의 DMZ 회동은 상황을 반전시킬 기회의 카드였던 것이다. 

그의 이번 이벤트가 특유 쇼맨십의 발로라고 애써 폄하하는 여론도 있지만 이번 만남으로 북·미 비핵화 협상 동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가시적인 성과다. 북한은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미국의 셈법이 바뀌지 않으면 협상 궤도에서 이탈할 수 있다고 압박하고 있지 않은가. 

다만 비핵화 방법론을 둘러싼 입장 차는 평행선이어서 DMZ 이벤트가 실질적 비핵화의 진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장담하기 어렵긴 하다. 

하지만 전망은 밝은 쪽에 놓여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기 위해 부랴부랴 판문점까지 내려온 것은 미국과의 대화 재개와 문제 해결을 원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적대관계의 상징인 비무장지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손을 맞잡음으로써 비핵화 협상을 재개할 명분을 확보하는 동시에 ‘최고존엄’의 리더십을 회복하는 기회로 삼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번 하노이 때는 66시간이나 기차를 타고 베트남까지 달려갔지만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판문점에서 “이런 훌륭한 관계가 남들이 예상 못 하는 좋은 일을 계속 만들면서 앞으로 난관과 장애를 극복하는 신비로운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왠지 신비롭다는 수사가 어색하지 않게 들리면서 기대를 갖게 한다. 

평화의 사도 프란치스코 교황도 "양 정상의 만남이 굳건한 평화로 이어지길 희망한다"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프란치스코 교황은 같은 날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군중에게 "나는 그 주인공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한편 그와 같은 중요한 몸짓이 평화에의 발걸음이 되길 충심으로 기도한다"라고 말했다.

교황이 기도하고 있고 트럼프도 자랑스레 언급했듯이 우리로서는 이제 한반도가 평화 프로세스의 길에 들어서 있다는 것이 가장 다행스럽고 반가운 일이다. 그 아찔했던 전쟁 걱정은 당분간 안 해도 된다는 얘기다. 세 정상이 그토록 다정스레 포옹과 악수를 한 마당에 돌아서서 이내 등에 칼을 꽂을 수는 없을 것 아닌가. 

트럼프 대통령은 유독 판문점과 DMZ 방문에 관심을 쏟았다고 한다. 지난번 방한 때도 극력 성사 시키려 했지만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다.

이제 자신의 세계적 화려한 쇼 무대로 전 세계인에 각인시킨 판문점이 아직은 전쟁이 끝나지 않은 휴전 상태의 접촉 장소라는 것을 그가 각별히 상기했으면 한다. 마침 미 의회(하원)에는 한국전쟁 종식을 위한 법안 HR 152호가 상정돼 있다. 캘리포니아 출신으로 칸나 의원이 주동이 돼 현재 33명의 의원이 찬동 서명을 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조금은 계면쩍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시 한 번 파이팅이라고 외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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