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목회계칼럼] 629. 유로화 정책 속의 화폐수량설 - 시애틀한인로컬회계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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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목회계칼럼] 629. 유로화 정책 속의 화폐수량설 - 시애틀한인로컬회계칼럼

유럽중앙은행은 2014년 6월부터 마이너스 이자율 정책을 실시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일시적인 현상이라 보았고, 필자도 2015년의 칼럼390호에서 그러한 현상은 곧 없어질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처음에 마이너스 0.1퍼센트이던 것이 2019년인 지금은 마이너스 0.5퍼센트까지 내려가 있다. 

앞 문단에 나타나는 퍼센트는 유로화 권역의 은행들이 유럽 중앙은행에 준비금을 예치했을 때 물어야 하는 보관료를 뜻한다. 예금주인 시중은행이 예치금에 대한 이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관료를 내는 것이며, 2014년 6월 그런 것을 시작할 때는 연 0.1퍼센트이던 것이 지금은 0.5퍼센트로 되어 있다는 뜻이다. 

유럽의 시중은행들은 그것보다 보관료를 덜 내도 되는 동시에 안전한 보관처가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고 싶다. 예를 들어 지극히 안전한 독일 국채를 마이너스 0.5퍼센트보다 나은 조건으로 살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2019년 11월 현재, 10년짜리 독일 국채에는 마이너스 0.373퍼센트의 이자, 즉 0.373퍼센트의 자금 보관료가 붙어 있다. 이처럼 국채에 마이너스 이자가 붙어 있는 국가는 유럽공동체 안에 몇 개 더 있다.

유럽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이자가 처음 등장했을 때, 관측자들은 그 이유에 대해서 여러가지 소견을 내놓았다. 예상되는 디플레이션에 이자율을 맞추었다는 설,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현찰 보관법이라는 설, 유로의 환율을 불리하게 하여 유로 권역의 수출을 촉진하려 한다는 설 등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발표된 유럽 중앙은행 간부들의 주장을 보면, 그 이유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즉, 그들은 화폐수량설에 의거하여 물가 인상을 위해 마이너스 이자 제도를 시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화폐수량설의 줄거리는 이자율-통화량-물가로 연결되는 인과관계다. 물가는 통화량에 따라 변하고, 통화량은 이자율에 따라 변한다는 믿음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통화량과 물가와의 관계를 표시하는 공식이다. 그 공식은 “물가는 통화량에 정비례하고 GDP에 반비례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즉, 통화량 증가율과 GDP 상승율이 동일하면 물가는 변동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앞문단의 논리에 등장하는 통화량은 경제학의 스토크(stock) 개념이며, GDP는 국민소득은 경제학의 플로우(flow)개념이다. 이는 지난 주에 검토한 “정부부채-GDP 비교”에서 본 것과 마찬가지의 사고방식이다. 화폐수량설을 만든 경제학자들은 GDP라는 플로우 개념과 통화량이라는 스토크 개념을 연결하기 위해 ‘화폐의 유통속도’라는 개념을 창출하고, 그 유통속도는 대체로 일정하다고 보았다.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유럽 중앙은행은 물가를 높이기 위하여 마이너스 이자율 제도를 시작했는데, 기다리는 물가상승은 오랜 세월동안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마땅히 “화폐의 유통속도가 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해야 하는데, 유럽 중앙은행은 마이너스 이자율을 더욱 깊이 끌고내려간 상태다. 우직한 모습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자기네가 할 줄 아는 일을 한다. 

화폐수량설에 대한 근본적 의심은 이미 연준 사이트에서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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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컨대, 그들이 하던 짓만을 계속하는 것은 화폐수량설을 버렸을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인 듯하다. 

화폐수량설은 화폐를 어음이 아닌 물건으로 보고 만든 이론이다. 화폐를 어음으로 보면, 어음의 이자가 쌀수록 생산비가 줄어들어 물가는 내려간다는 사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견해를 도표로 만들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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