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영칼럼] 겨울나무 -시애틀한인로컬문학칼럼
낙엽이 다 떨어져 나간 겨울나무를 보며 한 꼬마가 말한다.
“난 추우면 엄마가 옷을 많이 입혀주는데 나무는 추운데 왜 나뭇잎 옷을 버려?”
겨울이 되면 나무는 꼬마의 말대로 옷을 다 버리고 벌거벗는다. 추운 겨울에 나무는 뿌리를 돌본다. 나무는 벌거벗은 채로 외부활동을 추운 겨울에는 쉰다. 그렇지만 내부는 분주하게 다음 채비를 위해 뿌리를 가꾸며 분주하게 움직인다. 봄이 되면 외부로 아름답게 내보낼 힘을 축척하는 것이 겨울나무의 뿌리다. 그 힘으로 봄이 되면 나무는 싹이 트고, 가지를 뻗고 꽃이 피고 가을에는 열매가 맺히게 되는 것이다.
나무도 다음 해를 위한 채비를 힘겹게 하며 분주한데 하물며 인간인 나는 무엇을 마무리하고, 준비하려 애쓰는가 물음표를 던진다.
‘이룬 거 없이 무의미하게 시간만 가는 구나’하며 한숨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래도 한 해 잘 흘러갔다’고 스스로 칭찬하며 한 해를 정리하는 사람이 있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새해가 오는 것이 두렵다”고 한다.
하지만, 다람쥐 쳇바퀴처럼 매년 돌아오는 새 해라도 다짐은 항상 있어야한다. 나무의 뿌리가 미래를 결정하듯이 인간은 해 마다 내면을 돌보며 성숙해 나가야한다. 추운 겨울에 웅크리고 새로운 해를 막연히 기다리지 말고 분주히 움직여야 한다.
마음은 다짐이다. 누구나 마지막 상황이 돌아오면 침착하게 된다. 이 시간을 놓치면 안 된다. 지키지 못했다는 후회는 잠시 뒤로 하고, 자신의 마음을 한 번 쯤 청소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 시간이 어쩌면 한 해를 또 좌지우지 하는 귀한 시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각종 연말 모임으로 분주히 움직이는 외적인 시간보다 가난하고 외로운 사람에게 나누는 내적으로 성숙한 시간으로 마무리되길 희망한다.
시간은 항상 주어져 있으며 기회는 지금 이 순간에도 존재한다.
마음처럼 행동이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꿋꿋이 다시 결심을 세워 일어나는 힘 또한 누구나 가지고 있다. 결심한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면 그것 또한 재미없는 인생일 것이다.
겨울나무가 내적인 성숙을 위해 추운 겨울에도 옷을 벗어 던진 것처럼 욕심을 벗어 던지고 다시 찾아올 봄날을 위해 튼튼한 내면의 뿌리를 가꾸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