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명기학원] Toy Story 4의 포키 닮기 -시애틀한인로컬교육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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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명기학원] Toy Story 4의 포키 닮기 -시애틀한인로컬교육칼럼

온 라인 영어 사전 사이트인 dictionary.com은 올 2019년에 이 사이트의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찾아보았을 뿐 아니라 올 해의 시대정신을 가장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단어들을 뽑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지난 월요일 발표된 단어 중 가장 윗자리에 위치한 단어는 “Existential(형용사로, 철학적인 의미에서는 ‘실존적인’이라는 의미를, 일반적인 용례에서는 문제, 위협, 위기 등을 수식해 ‘존재 자체가 문제가 되는 또는 위협을 받는’ 등의 의미로 사용된다)’이라는 의외의 단어였다.

이 일반인들이 그리 많이 사용하지는 않아 보이는 단어가 이토록 많은 조회 수를 기록했던 이유는 무엇이고 그것이 우리 동시대의 시대정신을 어떻게 함축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선정 기관의 설명에 의하면 “흠, 그럴 수도 있겠구먼”하며 고개가 끄덕여 지는데, 지면 관계상 그 이유들 중의 몇 개만을 소개한다. 이 단어는 2019년에 기후 변화나 총기를 이용한 폭력, 또는 정치적 토론 등에서 많이 사용되었는가 하면, 대중문화 속의 비교적 가벼운 이야기들 속에서도 문화적 시대정신을 나타내는 말로서 자주 등장한 바 있다고 한다. 

첫째로 이 단어가 많이 조회된 때는, 지난 2월 민주당의 대선 주자 후보인 버니 샌더스가 기후 변화를 “당신과 나와 같은 우리 세대뿐만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과 다음 세대에도 영향을 미치는 존재를 위협하는 위기(an existential crisis)”라고 언급한 후였다. 이 연설 후에, 이 단어의 조회 수가 평시에 비해 179%가 증가했다고 한다.

이 단어를 찾아보게 만든 두 번째의 사건은, 지난 6월에 전직 부통령인 조 바이든이 아이오와의 한 유세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칭하며, “내 생각에 트럼프 대통령은 문자 그대로 우리나라의 존재에 위협이 되는(an existential treat) 사람이다”라고 한 뒤였는데, 이 연설 직후에 조회 수가 1000%나 폭증했다고 한다.

필자의 흥미를 잡아끄는 가장 재미있는 예는 세 번째 경우인데,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토이 스토리 4에 나오는 포키(Forky)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지난 6월에 픽사가 만든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4번째 영화가 나오자 많은 평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사용한 말이 바로 ‘존재감의 위기(an existential crisis)’였다. 이유인즉슨, 이 영화에 등장하는 포키 때문이란다. 이 포키는 원래 스푼과 포크가 합쳐진 것으로 음식물을 먹을 수 있는 식기인 spork(spoon+pork)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이 영화를 안 보신 분을 위해 잠깐 설명하면, 한 아이가 유치원 시범 수업의 일부인 공작 수업 시간에 쓰레기통에서 발견한 폐품들을 사용해 장난감을 만들었다. 스푼의 끝 부분에 포크와 같이 톱니가 나 머리카락처럼 보이고 스푼의 손잡이는 몸통을 이룬다. 스푼의 도드라진 앞부분은 얼굴인데, 그 위에 희고 투명한 플라스틱 동그라미 안에 둥근 눈동자를 넣은 서로 다른 크기의 구글리 눈 두 개를 붙였다. 눈썹과 입은 각각 기다란 붉고 푸른 찰흙으로 만들었고, 두 발은 넙적한 팝시클 자루를 두 동강내어 스푼의 손잡이 쪽에 씹던 버블검으로 붙여 만들었다(필자의 필력으로는 이 장난감을 생생하게 묘사하기는 역부족이니 시간이 있으신 독자께서는 구글 이미지 서치를 해 보시라).

이 공작물이 집으로 가는 유치원생 보니의 백팩 속에서 토이 스토리의 다른 장난감들처럼 살아 움직이는 장난감으로 변신한다. 이 장난감 스포크는 처음부터 자신의 출생 스토리를 비관한다. 자신이 스프나 샐러드 또는 칠리와 같은 음식물들을 위해 만들어진 일회용 스포크이며 결국은 쓰레기 통으로 버려지는 존재이지 장난감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존재적 위기를 영화 속에서 표출한다. 하지만, 주인공 장난감인 우디의 도움으로 포키는 이 위기를 극복하고 자신의 존재 이유가 장난감으로서 어린 아이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삶의 목적을 깨닫는 과정을 겪게 된다.

이 영화가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는 것은, 포키의 삶을 보면서 우리 모두가 ‘과연 내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라는 존재론적인 물음을 묻게 된다는 데에 있다. 기독교인이라면,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이 삶 속에서 내게 주어진 소명이 무엇인지 묻고 실천하는 생활을 할 터이고, 무신론자인 실존주의자는 내던져진 세상 속에서 어떤 의미를 찾지 말고, 죽음에 이를 때까지 주어진 삶을 충실히 최선을 다 해 사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우리 자녀들은 자신의 삶의 목적에 관해 과연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그저 좋은 대학에 입학해 열심히 공부하고, 졸업 후에는 돈 많이 벌어 좋은 집과 좋은 차를 즐기며 살아야지 하는 그런 생각일까? 아니면, 다른 이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에서 삶의 목적을 찾는 포키의 삶을 보며 존재론적인 존(좋은) 꿈을 꾸고 있을까? (www.ewaybellev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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