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칼럼] 뽕나무에 얽힌 사랑 이야기

전문가 칼럼

[이성수칼럼] 뽕나무에 얽힌 사랑 이야기

그리스 신화(神話)에 뽕나무에 관련된 슬픈 사랑 이야기가 있다. 

 기원전 10세기 '바빌로니아'(이라크)의 세미라미스 여왕시대에 있었던 이야기이다.

 최고의 미남인 피라모스(Pyramus)청년과 예쁜 '티스베'(Thisbe)'란 처녀가 옆집에 살고 있었다. 둘은 서로 열렬히 사랑하는 사이였다. 


그런데 양가집 부모는 서로 원수지간이라 그 애들의 사랑을 극구 번대하였다.

 둘의 집은 벽 하나로 나눠져 있었다. 부모가 잠드는 시간이면 몰래 벽 틈의 작은 구멍을 통해 사랑을 속삭였다. 


 벽은 비록 막혀 있었지만 조그만 구멍은 유일한 소통의 은혜로운 곳이었다. 끝내 부모는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뒤부터 그들은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 했다. 그럴수록 그들의 사랑을 누구도 막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이었다. 하늘의 신이 별들을 몰아내고, 태양의 신이 이슬을 내리기 시작할 즈음에 둘은 집 밖에서 부모 몰래 만났다. 기쁨의 포옹도 잠시 뿐이었다. 곧 헤어져 각자 집으로 가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은 성 밖으로 도망을 해서 결혼해 살자고 약속을 했다. 그리고 며칟날 밤 성 밖에 있는 흰 오디가 주렁주렁 열린 뽕나무 아래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였다.



 드디어 약속한 그 날이 돌아왔다. 티스베는 식구들 몰래 베일을 쓰고 집을 나와 약속 장소인 뽕나무 밑에 가서 미리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피라모스는 도착하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사냥한 먹잇감을 금방 먹은 듯 입에 피가 잔뜩 묻어 있는 암사자가 나타났다. 티스베는 무서워 그 자리를 피해 도망쳤다. 


그 순간 그녀의 베일이 땅에 떨어졌다. 얼마를 뛰어 근처 바위 뒤에 숨었다.

 한편 사자는 피 묻은 입으로 티스베의 베일을 발기발기 찢어버리고 목이 말라 샘으로 내려가 물을 먹었다.


 한편 뒤늦게 약속 장소에 도착한 피라모스는 샘으로 내려가는 암사자를 보았다. 피 묻은 티스베의 베일을 발견하고 자신이 늦게 와 티스베가 사자한테 잡아먹힌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티스베의 베일을 껴안고 절망에 빠져 울었다. 그는 사랑하는 그녀의 곁으로 가기위해 허리에 찬칼을 꺼내어 자결(自決)을 하였다.  


 한편 바위 밑에 숨어 사자를 간신히 피해 있던 티스베가 다시 약속 장소인 뽕나무 밑으로 왔다. 이 때는 이미 피라모스는 쓰러져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었다.

 티스베는 몸부림치며 얼른 사랑하는 피라모스를 안았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피라모스! 어서 눈을 떠 봐요" 


 피라모스는 간신히 눈을 뜨며 힘이 없는 작은 목소리로 

 "티스베! 사랑해요. 부디 행복하게 살아요."

 라고 말하고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다시 눈을 뜨지 못했다. 그러자 티스베는 말했다.


 "죽음이 결코 우리 둘을 갈라놓지 못할 것이다. 사랑과 죽음이 둘을 결합시켰으니 한 무덤에 우리를 함께 묻어 달라."

 그리고 뽕나무에게는

 "우리 둘의 죽음을 기념해 달라"


라는 유언을 남기고 자신 때문에 죽었다는 죄책감으로 통곡하였다. 피가 채 마르지도 않은 피라모스의 칼로 그의 뒤를 따라 자결(自決)했다.


 여태까지 완강하게 반대하던 두 집의 부모들도 두 사람의 사랑을 위해 함께 묻어 주었다. 그때부터 뽕나무의 하얗던 오디열매는 이 연인(戀人)들의 일편단심인 양 검붉은 색으로 변했다고 한다. 


이 장면을 바라본 신(神)들도 슬퍼했다.  

 피지도 못한 채 진 두 송이의 애절한 꽃봉오리이다. 사랑을 이루지 못한 채 간 슬픈 사랑 이야기이다.


  이 피라모스와 티스베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전해지자 이를 소재로 훗날 영국의 셰익스피어가 그 유명한 '로미오와 줄리엣'이란 명작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피라모스와 티스베의 슬픈 사랑도 뽕나무(桑)밑에서 이루어졌다. 연인(戀人)이 남의 눈을 피해 몰래 만나 사랑을 속삭이는 것을 '상중(桑中)'이라고 한다. 여기도 뽕나무(桑)가 등장한다. 또 상전벽해(桑田碧海)란 고어가 있다.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변할 정도로 오랜 세월이 흘러갔다는 뜻이다. 하지만 연인의 사랑도 오래 지속되기를 바란다는 의미도 있다. 여기도 뽕나무(桑)가 등장한다.

 

 그러고 보면 동서고금의 사랑이야기는 뽕나무(桑)와 깊은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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