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명기학원] "식은땀, 구슬땀, 진땀의 시기?"
본 칼럼의 애독자들께서 이 신문을 집어 드시는 주말은, 공부 꽤나 한다는 고교생 자녀들이 열심히 AP/IB 시험을 준비하며 구슬땀을 흘리는 기간이다. IB 시험은 4월 말부터 한 달여간, AP시험은 5월 둘째 주부터 2주간 시행되기 때문에, 코 앞에 다가온 시험들에 대한 부담감이 만든 식은땀에 더 해 전심전력을 다해 나는 구슬땀이 합쳐져 그야말로 옆에서 거드는 부모님들도 애꿎은 진땀을 흘리는 형국이다.
2019년부터 시작된 팬데믹을 거치며, 거의 모든 명문 대학들을 포함하는 2000 여개의 대학들이 미국 대입 사정에서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해 오던 대입 표준 학력고사인 SAT/ACT시험 점수의 제출을 선택 사항으로 돌리면서, 이 IB/AP 시험 결과가 더욱 중요한 역할을 떠맡게 되었기에 더욱 열심을 다 해 시험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전국의 고교들이 가지고 있는 커리큘럼이 다르고 교사나 학생들의 질이 다를 수밖에 없기에, 한국의 수능처럼 전국의 모든 학생들이 동일한 시험을 치르는 AP/IB와 같은 표준 시험 점수가 객관적인 학력의 평가에 비교적 정당한 잣대가 됨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시험들을 마치면 좀 숨을 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6월 초와 중순에 다가오는 학기말 시험이 딱 버티고 서서 저만치에서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대입 전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학교 성적임을 감안하면 이 부담은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그럼 이 학교 시험이 끝나면? 여기에 더 해 올 해는 작년보다 더 무거운 짐이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우리 자녀들의 마음을 부담으로 짐 지운다. 지난 몇 달간 국내의 내로라하는 명문 대학들이 대입 원서 제출 시 ACT/SAT 시험 점수의 제출을 필수로 요구한다는 변경된 입시 요강을 발표했고 이 흐름은 아마도 더욱 많은 명문대 입시 경향으로 퍼져 나갈 것이다.
여기에서 잠시 현재 세력을 확장시켜 가고 있는 ‘표준 시험 점수 제출 필수’를 요강에 포함시킨 최근의 예를 사례별로 살펴보자: 대부분의 명문 대학들이 시험 점수 제출을 선택 사항으로 바꾼 팬데믹 기간 중에도, 플로리다 주의 공립 대학들과 육군 사관 학교와 해사, 공사 등의 각 군 사관 학교들은 이 표준 시험 점수의 제출을 계속 필수로 요구해 왔고, 이 기간 중에 조지아 텍 등 조지아 주립 대학 시스템의 대학들도 최근 2년 동안 필수와 선택, 필수를 오가고 있었다.
2022년 11월경에 미국 최고의 공과 대학 중의 하나인 MIT가 다음 해의 신입생 입학 사정에서는 이 시험 점수들의 제출을 필수로 요구한다고 밝힌 바 있고, 이어서 조지 타운 대학, University of Tennessee at Knoxville을 비롯한 테네시 주립 대학 시스템에 속하는 대학들이 MIT와 같은 정책을 발표했었다.
특히 금년 초에 아이비리그 대학 중의 하나인 다트머스 대학이 이 시험들을 필수로 요구하는 정책을 재개해 시행한다고 포문을 열자 같은 아이비리그 대학인 예일과 브라운 대학, 주립 대학인 텍사스 주립 대학과 노스캐롤라이나 주립 대학 등이 이 시험을 부활시킨다고 발표해 금년 가을에 시니어가 되고 원서 제출을 앞둔 학생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물론 요즘에는 시험을 보기 원하면 팬데믹 때처럼 시험장이 열리지 않아 시험을 볼 수 없는 처지는 아니다. 또한, 선택으로 요구하는 이 기간 중에도 많은 학생들이 시험을 봐 왔기에 천지가 개벽하는 변화는 아니지만, 시험을 봐서 좋지 않은 점수가 나왔을 경우 점수 제출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하나의 선택지가 없어졌다는 상실감인 것이다.
더욱 올해 대학에 지원하는 우수 학생들에게 충격을 준 입시 정책의 변화는 지난주 하버드 대학과 캘리포니아 공과 대학이 이 시험 점수의 제출을 내년 입학생부터 필수로 요구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AP 통신에 의하면, 지난 11일 하버드 대학은 “Class of 2029 (한국에서는 입학 연도를 학번으로 사용하지만, 미국에서는 졸업 연도를 사용하니, 오는 2025년에 1학년이 되는 학년을 지칭함)부터 표준 학력 고사를 입학을 위한 필수 요소로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이 대학은 2020년부터 이 시험 점수의 제출을 잠정적으로 선택 사항으로 적용해 왔지만, 이 시험 점수가 대학에 입학해 대학 수준의 과목들을 얼마나 잘 소화해 낼 수 있느냐를 잘 보여 주고, 이제는 더 이상 시험을 못 볼 상황이 아니기에 다시 필수 사항으로 부활시킨다는 것이다.
MIT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서부의 명문 공과 대학인 칼텍(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도, Los Angeles Daily News의 보도에 의하면, 같은 날 동일한 정책의 부활을 발표했다. 이 두 대학이 부활의 근거로 내 세운 ‘이 시험 점수가 해당 학생이 얼마나 대학에서 공부를 잘 할 수 있느냐를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라는 주장을 보며 웃음이 나왔다.
이 대학들이 이 시험 점수들이 지원자의 학력을 보장하는 그리 정당한 지표가 아니기에 선택 사항으로 돌리거나 (하버드), 앞으로는 제출해도 이 점수들을 사정에서 고려하지 않겠다고 한 (캘텍) 몇 년 전의 발표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다른 칼럼에서 다시 다룰 것을 약속한다. (www.ewaybellevu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