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명기학원] 마침내 FAFSA가 열렸다
미국 대학에서 공부하기 위해 재정 보조를 받으려면 보통 유덥과 같은 주립 대학의 경우에는 무료 연방 재정 보조 신청서인 FAFSA(Free Application for Federal Student Aid)를 제출해야 하고, 많은 사립 대학들은 추가로 CSS Profile을 내야 한다. 그런데 작년에는 종래의 복잡한 형식을 보다 간편하게 바꾸려는 의도에서 연방 교육부가 FAFSA를 대폭 손질하려다가 문제가 생겨 대혼란을 겪은 적이 있다.
금년에는 원래 지난 10월 1일에 새로운 플랫폼을 열기 위해 준비했으나 완결되지 않아 12월 1일로 연기한 바 있다. 이 새 팹사가 마침내 11월 21일부로 준비되어 개장한다고 교육부가 발표했으니 올해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에게는 희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작년에는 재정 보조 신청서의 접수가 늦어져 보조가 필요한 많은 학생들이 노심초사하고 대학들은 이에 발맞추어 등록 날짜를 늦춰주는 등 소동을 벌인 적이 있던 기억이 새로운데 좋은 소식이다. 물론 이미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도 재정 보조를 받기 위해서는 매년 다시 제출하게 되니 잘 살펴보고 천천히 준비하면 좋을 것이다.
이 칼럼을 독자께서 읽으시는 주말이 지나자마자 있을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버클리, UCLA 등이 포함된 University of California)들의 신입생 원서 마감일이 가까워져 온다. 예년 같았으면 11월 30일이 마감이었지만 올해는 늦은 추수감사절로 인해 연기되었음에도, 아직도 원서를 준비하느라 허겁지겁하는 몇몇 학생들이 떠오른다.
이들은 아마 마감일이 며칠 더 연장되면 얼마나 좋을까 소원하고 있겠지만 정작 연기가 되어도 결과는 거의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헛된 희망을 겪고 또 겪어 온 어른인 우리는 모두 안다. 우리네 경험으로 체득한 지혜는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으니, 아이에게 지금부터 밤을 새더라도 애써 준비하면 마음도 편해 지고 좋은 결과도 있을 것임을 말해 주면 될 것이다.
이쯤에 이르자 몇 년 전 어느 학생의 체념적인 고백이 떠 오른다. 원서 마감은 다가오고, 준비는 안 되어 있어 거의 절망적인 이 녀석, “선생님, 만약 원서의 에세이 난을 백지로 내면 어떨까요?” “혹시 굉장히 철학적인 지원자로 판단해 합격시키지 않을까요?” 물론 답답한 마음에 농으로 한 것을 알기에, 꿀밤을 한 대 먹이며, “그래서 각 대학들이 최소 이 정도 길이로는 써야 한다고 정해 놓은 거야 이 녀석아.”
좀 문맥이 다르기는 하지만, 이 ‘백지’ 철학은 오랜 기간 교육자들의 머리를 어지럽혀 온 주제였다. 교육 현장의 ‘백지’라는 표현은 “인간은 ‘백지상태’로 태어나며, 교육과 경험으로 자신의 인생 그림을 그려 나가는 것”이라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존 로크와 같은 경험주의 철학자들이 사용하기 시작한 이것의 라틴어 어구가 더 익숙하신 분들이 있으실 것이다. 바로 ‘tabula rasa(blank slate, 빈 칠판, 잘 닦여진 서판)’이다. 즉 인생은 이렇듯 새롭게 잘 닦여 있는 칠판 위에 인간의 오감을 통해 받아 들이고 이해한 내용들을 써 내려가는 것과 같다는 의미이다.
예술에서도 ‘백지’라는 표현이 사용된 경우들이 있는데, 1951년에 로버트 로샌버그라는 추상 표현주의 계열의 화가가 전 캔버스를 흰색으로 칠해 전시하며 이것을 ‘white paintings’라고 불렀다. 현재는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 그림들의 이면에 표현된 화가의 목적은 “전적으로 순진무구하며 완성된 형태로 세상에 나온 것처럼, 인간의 손때가 묻지 않은 그림을 그리려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그림 위에 다른 그림을 그리도록 의도되었다고 하니, 위의 ‘인간은 백지상태로 태어난다’는 표현과도 통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이 백지상태로 태어났다면, 그들이 자신만의 아름다운 그림들을 그려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네 부모들의 역할이리라. 하지만, 우리 모두가 그랬던 것처럼 누구나 실수를 하며 그것이 우리 마음의 캔버스를 어울리지 않는 색과 모양으로 더럽힐 수 있다.
틀렸다고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깨끗이 지우고 다시 시작하도록 격려해 주면 좋을 것이다. 그러니 예수께서 우리의 더러운 것들을 지워 주시고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것이 아니겠는가? 마음을 비우는, 지저분한 낙서를 지우는, 명상이나 묵상이 매일 매일 다시 태어나 백지상태로 다시 시작하려는 노력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오늘 하루를 다시 시작한다.
독자 여러분께서 행복한 추수감사절을 보내셨고, 이제 다가올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명절을 준비하시며 예쁜 그림으로 본인과 가정의 캔버스를 채워 나가시기를 기도한다. (www.esaybellevu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