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김 칼럼] 이란-이스라엘 전쟁(2)

전문가 칼럼

[엘리엇김 칼럼] 이란-이스라엘 전쟁(2)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의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군사적으로 침공하면서 야기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급기야 하마스의 배후 지원국인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쟁으로 전개되었고, 최근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이후 향후 전쟁 상황 전개는 어떤 양상으로 나갈지, 그야말로 풍전등화와 같고 예측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란 의회가 즉각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하고, 이란의 최고 실권자 하메네이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으며, 미국은 이에 대해 "해협 봉쇄는 자살행위"라며 강력한 경고를 보낸 바 있습니다.


전 세계의 가장 큰 염려거리이자 초미의 관심사인 호르무즈 해협과 그 봉쇄에 대해 알아봅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 쪽 호르무즈 섬에서 유래된 이름입니다. 해협의 가장 좁은 쪽도 54킬로미터 정도입니다. 지도에서 보아도 별로 좁게 보이지는 않죠? 생각보다 넓은 해협을 이란과 오만이 절반씩 나누어 가지고 있어서 지도만 보면 봉쇄가 힘들어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수심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빙하기 때 육지였던 곳이라 수심이 깊지 않습니다. 54km 중에 대형 유조선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수심이 깊은 곳은 9km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바다에서 9km의 항해 폭은 좁은 축에 속해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은 TSS라는 충돌 방지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9km는 3등분으로 나누어져서 3km는 나가는 쪽, 3km는 들어오는 쪽, 3km는 중간 완충 해역, 즉 일종의 중앙 분리대 역할을 합니다.


문제는, 수심이 나오는 9km가 이란의 영해라는 것입니다. 오만 쪽 바다는 수심이 얕아서, 수심이 75~90미터 정도가 나오는 이란 영해처럼 유조선 등 대형 선박이 지나갈 수가 없습니다. 통과하는 코스가 이런데, 지도에 보이는 3개의 섬을 이란이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영해는 무해통행(Innocent Passage)이라는 국제법상 UN의 협약이 있습니다. 이는 단순하게 영해를 지나가는 경우에는 특별한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는 협약이고, 이란도 이에 가입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통과하는 선박이 무해한지를 확인하고 판단하는 권리를 영해국이 갖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예멘 후티 반군이 수에즈 운하를 지나가는 선박을 공격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이란이 영해를 지나가는 선박을 검문하는 것은 국제법상 합법입니다. 그러니까 이란은 예멘의 후티 반군처럼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가는 선박을 공격할 필요도 없는 것이죠.


평소에 막히지 않는 길이 막혀 있을 땐 뭔가 앞에서 경찰이 검문 검색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죠? 좁은 수로를 겨우 한 척씩 지나가는 상황에서 이란이 유조선 한 척을 세우고 무기, 마약 운반 여부 등등 이유를 붙여 해상 검문을 하면서 시간을 질질 끌면, 전체 해협이 봉쇄되는 기막힌 효과가 합법적으로 발생되는 것입니다.


사우디, 이라크, 쿠웨이트, UAE, 카타르, 이란 6개국이 생산하는 원유의 85%가 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합니다. 카타르의 천연가스도 거의 100%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합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의 절반과 천연가스의 대부분이 중국, 한국, 일본, 3국으로 수출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국가들이 한중일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서 들어오는 원유의 비중은 일본 73%, 한국 72%, 중국 43%입니다. 한마디로, 한중일의 국가 경제에는 치명적입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란으로 봐서도 쉽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이란을 지지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에 중국이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란과 북한은 혈맹입니다. 호메이니의 이란 혁명 이후, 이란은 해외로 탈출하지 못하고 국내에 남아 있던 팔레비 왕정에 충성한 군 간부들을 대거 처형, 숙청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라크와 이란이 전쟁이 터졌습니다. 거의 중대장급 이상 군 장교들은 처형되거나 숙청되어 군을 지휘할 장교나 간부들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이때 이북에서 파병하여 북한군이 이란군의 전투 지휘관으로 활약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도 테헤란 북쪽 근교에 가면 그 당시 전사한 북한군 묘지가 있고, 그곳을 이란 정부는 성역화하여 추모하고 있을 정도로 북한과 이란은 혈맹입니다.


그러나 미국으로 봐서는 사실 남의 동네 얘기고, 강 건너 불구경하는 얘기고, 어떤 의미에선 속으로 박수칠 일입니다. 현재의 미국은 과거의 미국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과거와는 달리, 미국은 원유 수입국에서 원유 수출국으로 바뀐 국가입니다. 페르시아만이 막혀서 석유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미국산 셰일오일을 비싸게 수출할 수 있습니다. 과거와 같이 페르시아만에서 오는 석유를 전략 자산으로 귀하게 대접해 줄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미국의 셰일오일은 단기 개발의 기가 막힌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셰일오일은 석유를 생산할 때까지 걸리는 채유 기간이 6개월밖에 안 걸리고, 유정(oil well) 하나당 1,500만 달러 정도 비용이면 생산 가능합니다. 5~10년의 준비 작업이 필요하고, 7억 달러에서 70억 달러 정도까지도 초기 비용이 들어가는 기존 장기 유정 개발보다 수급 조절이 훨씬 더 빠르고 용이한 기름입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일시적으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겠지만, 미국은 셰일 유전을 바로 풀가동해서 돈을 끌어모을 것입니다. 돈에 대해선 두뇌회전이 초인간적인 트럼프 대통령은 제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판에 중국과 그에 동조하는 몇 안 되는 쪼무래기 나라들도 일석몇조의 치명타로 날려버릴 계획을 하는지도 모르겠죠.


경제 전쟁으로 한 나라를 날려 버리는 것은 드론도 미사일도 벙커버스터도 아닌, 트럼프가 사인한 종이 쪼가리 한 장에 날아가는 것이라 봅니다. 한국은 암만 봐도 미국에 바짝 매달리는 것이 상책일 것 같습니다.

0 Comments
제목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