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하나?(2)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하나?(2)

<지난 호에 이어>

나하고 내 고객과의 관계 그리고 언제부터 나하고 상담을 시작했는가? 

상담증상들은 어떤 내용인가? 


그동안 내 고객에게는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는가?


지금은 왜 병원에 가야 하는가? 등등 두 장의 강제 입원서를 디씨알(킹카운티 담당 부서)로 이메일을 보내고 있는데 00가 머무르고 있는 아파트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레지나,

레지나,

큰일났어!!


00가 6층 아파트에서 일 층으로 투신을 했단 말이야!

우리는 지금 911 부르고 난 후에 네게 연락을 하는 거야!

그래 생명은? 


911에 실려 갔는데 잘 몰라!

이렇게 해서 00의 하버뷰병원 생활이 시작되었었다.

그날부터 지금까지 거의 6개월간 00은 병원 생활을 하면서 생명 보조장치를 했는데 기적적으로 다시 살아난 것이다.

병원은 코비드로 인하여 환자 방문이 안 되어 3개월부터 화상 미팅을 하기 시작했는데 아직도 모든 근육이 회복이 안 되어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중얼거리는 정도였다.

6개월이 지나면서 00는 조금씩 몸을 움직일 수가 있다고 했는데 아직도 아스러진 부러진 뼈들이 제대로 붙지를 않아서 매번 통증약을 달고 지내는 중이었다.

00가 6층에서 떨어지면서 모든 뼈들이 아스러졌다는데 다시 살아났다는 것은 기적이었다.

몸이 조금 회복되면서 00는 병원이 아닌 어시스던스 홈으로(보호 감찰받을 수 있는) 옮기게 되었는데 이곳은 담당 카운슬러의 방문이 허락되어 00를 만나러 간 것이었다.

00가 6층에서 떨어진 후 다시 깨기까지 몇 개월 후에 깨어나서 첫마디가 레지나, 레지나였다며 하버뷰 담당 의사가 레지나가 누군지 찾아보라고 했다며 병원 소셜월커가 전해주었다. 

00에게는 가족이 이곳에는 아무도 없다. 

부인과 세 자녀들은 스페인 어딘가에 산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혀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없단다.

00의 형제와 부모의 소식은 우리 사무실 기록에도 없는데 00에게 담당 카운슬러로 매주 만나는 내가 00에게는 유일한 가까운 사람인 것이다. 

또 오래 만나다 보니 00는 우리 카운슬러들이 가족같이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약을 복용할 때의 00를 보면 일반적인 사람들하고 하나도 다름이 없었다.

보통 사람들하고 섞여 있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약을 끊고 하루 이틀이 지나면 벌써 눈가가 빨개어지고 얼굴이 험한 인상이 되며 두서 없는 이야기들을 하면서 쓸데없는 것들을 보면서(망상으로) 마치 망상 속의 주인공들이 옆에 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물론 개인마다 틀리지만 00는 그랬다.

약을 복용하면 마음씨 좋은 미국 시골 농부처럼 후한 인상과 부드러운 말씨 그리고 싱긋 웃는 모습들이 여느 정상적인 사람들하고 똑같았다.

그런데 약이 끊어지면 우리는 금세 이들을 알아볼 수가 있다. 

얼굴표정이 달라지니까 말이다. 

00가 불을 냈다는 소식을 들으며 00를 방문하는 날도 그랬다. 

왠지 불안해하는 모습과 방안에 쌓여있는 쓰레기 더미들 그리고 바닥에는 수백 개의 동전이 방바닥에 펼쳐져 있었다.

언제부터 약을 안 먹기 시작했냐는 나의 질문에 대답을 못 하고 그냥 중얼거리기만 할 뿐 그래서 이곳 하우징 담당자에게 질문하니 3일 전부터 약에서 냄새가 난다며 안 먹겠다고 거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허공을 보면서 소리소리 질러가며 고함도 치고 자기를 쫓아오면 안 된다고 손짓·발짓으로 방어를 하고 있었단다.

00가 6층에서 뛰어내린 이유는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

00가 병원 생활을 하면서 정신적인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오자 00는 나에게 설명을 했다. 

레지나 미안해, 나는 뛰어내린 게 아니고 창문을 열다가 창문이 떨어져 나가서 함께 떨어진 거라고…. 

물론 이들이 살고 있는 방안의 창문은 주먹 하나 나갈 만치밖에 열리지 않는다.

그리고 강제로 문을 밀어서도 문이 나가지도 않는다. 

이곳에 머무르는 고객들의 안전을 위해서 안전장치를 해둔 것이다. 

지금 지속적인 정신과 치료 약으로 인하여 정신이든 00가 나에게 자기가 문제를 일으킨 것이 매우 미안하니까 여러 가지 이유를 들며 자기의 미안함을 설명을 해주려는 것 같다. 

00가 병원에 입원해있는 동안 00가 살고 있던 유닛은 깨끗이 정돈하고 나는 매달 00의 회복을 도우려고 네 방에 불탄 것들은 다 없애버리고 새침대에 새 이불들 그리고 새로운 것들을 하나씩 사다 놓아줄 테니 빨리 회복하라구! 격려를 했었다.

물론 시간이 되는대로 00가 살고 있는 유닛에 필요한 이불보나 수건 등을 하나씩 사다가 준비를 해주고 있었는데 이곳 유닛도 6개월이 넘으면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에 나는 이곳 하우징 프로젝트 매니저와 하우징 매니저 나 그리고 우리 프로그램 디렉터 4명을 초청하여 회의를 주관하며 다시 내 고객 00가 돌아올 때까지 이곳을 다른 이에게 임대하지 못하도록 방침을 해두었는데 문제는 오늘 이곳 어시스턴스 홈 의사의 말이었다.

00의 회복상태를 질문을 해보니 의사의 예견서는 아마도 일반 아파트 생활은 어렵지 않을까? 라는 소견서였다. 

워낙에 모든 뼈들이 바스러지고 그 뼈들이 다시 붙는데에도 시간이 걸리지만, 온몸을 깁고 꿰매고 수십 군데를 새로이 연결해놓아서 정상적으로 걷기에는 무리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나는 00에게 이 말을 해줄 수가 없었다.

좀 더 시간을 보고 다시 진단을 해보아달라는 나의 부탁에 이곳 의사들은 레지나 물론 그래 보겠지만 대체적으로 00가 다시 살아났다는 사실만도 기적이라며 정상적인 사람들처럼 다시 걷는다는 것은…. 말을 흐리고 말았다.

00가 얘기를 한다

레지나, 나 여기서 퇴원을 하면 네가 하는 쿠킹테라피에도 갈 거고 또 레지나가 데리고 가준 동물원에도 가고 싶고라며 얘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우리 사무실에서 정신 줄 놓은 홈리스 고객들을 상대로 쿠킹테라피 교육을 하고 있었다. 

쿠킹테라피 교육은 팬데믹으로 잠시 멈추었지만 매주 6명 내지 8명의 정신질환 환자 홈리스 고객들이 내가 하고 있는 쿠킹클래스에 들어오려고 손톱도 자르고 목욕도 깨끗이 하고 또 옷도 깨끗한 것들로 차려입고서는 내 쿠킹테라피 시간에 참여를 하면서 쿠킹하는 과정을 통해서 서로 소통하고 서로 대화를 해보며 또한 매주 다른 메뉴의 요리도 만들어보면서 일반적인 사람들처럼의 생활을 접해보는 것이다.

내가 하는 쿠킹테라피 시간에는 많은 참가자들이 사인을 하고 기다리는데 나는 그중에 의복이 깨끗하고 손톱이 깨끗하고 단정한 사람들로 6명 내지 8명(쿠킹테라피 키친의 사이즈 때문에)의 참가자들과 재료를 다듬고 씻는 것부터 자르고 요리하기까지의 과정을 다 함께 하는 것이다. 물론 칼을 사용하기 때문에 아주 위험한 환자들은 참여를 금하고 있기도 하다.

내가 이들에게 요리를 가르치기 위해서 음식을 먼저 만들어보고 맛을 보면서 다양한 음식들을 함께 만들어보고는 했는데 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요리 중의 하나는 한국식 만두와 스페인 요리 해물파야야였다.

해물파야야는 내가 우리 가족들과 스페인으로 여행을 가서는 먹던 음식이었는데 음식의 향과 맛이 너무 좋아서 함께 동행한 이들이 식사하는 동안에 나는 주방 쪽으로 들어가(물론 주인의 허락을 받고서) 미국에서 왔는데 홈리스들에게 쿠킹테라피를 한다고 말하고는 어렵게 배워온 아주 특별한 요리로 나의 쿠킹테라피 고객들은 파야야를 만든 날은 아주 행복해하던 시간이었었다.

또한, 세 달에 한 번씩은 이들과 함께 훌륭한 레스토랑에 가서 음식을 주문해서 함께 먹으며 일반적인 사람들처럼의 삶을 알려주려고 했었다.

또 우리 사무실 카운슬러들은 각자의 탤런트를 사용해서 뮤직테라피, 운동테라피, 샤핑테라피 등을 하면서 우리 고객들의 삶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주고자 하고 있었다.

내 고객이 삶의 끈을 놓지 않은 아주 작은 기억들 이런 기억들 때문에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내 고객 00는 자기가 회복이 될 줄로 알고 있는데 나는 00에게 뭐라고 말을 해주어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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