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칼럼] 동화, 호랑이를 속인 여우

전문가 칼럼

[이성수칼럼] 동화, 호랑이를 속인 여우


 산속에 사는 여러 동물 중 가장 힘이 약한 것이 토끼래요. 


토끼는 귀가 커요. 왜 큰지 아세요.? 다른 힘센 동물들에게 잡아먹힐까 봐 커다란 귀를 

곤두세워 무슨 소리만 나도 잽싸게 도망쳐 굴속에 숨어 버린대요. 


또 노루나 사슴은 고기가 연하고 맛이 좋아 호랑이가 제일 좋아한대요. 


그래서 노루나 사슴을 잡아먹으려고 쫓아가지만, 워낙 빨리 달아나 호랑이는 사냥에 번번이 실패한대요. 호랑이와 노루가 100m 달리기 시합을 하면 누가 이기겠어요.


호랑이는 뚱뚱하고 노루는 날씬하고 노루 다리는 호랑이보다 길어요. 그러니 노루가 이길 수밖에요. 그런데 오래달리기를 하면 노루가 진답니다.


호랑이는 계속 노루를 잡으려고 쫓아가는데 처음에는 저만큼 떨어져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간격이 좁혀져 결국에는 노루가 잡히고 만대요.


동물 중 여우는 꾀가 많고 간사하여 남을 잘 속이는 뛰어난 나쁜 재주를 가지고 있어요. 

호랑이가 뇌물을 가지고 오는 동물은 잡아먹질 않는다는 것을 알고 여우는 뇌물로 토끼를 이용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토끼를 잡으려고 했지만 모두 굴속에 들어가 숨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한 가지 꾀를 내었어요.


토끼가 굴속에서 아침에 밖으로 나와 먹이를 먹고 저녁때 굴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안 여우는 점심때 굴이란 굴은 모조리 흙으로 막았대요. 


저녁때 굴속으로 들어가려고 해도 막혀 많은 토끼를 잡을 수 있었어요.

   

오후 3시경 배가 제일 고플 때 여우는 잡은 토끼를 포장한 보따리를 들고 호랑이를 찾아갔어요. 호랑이는 토끼 선물을 받고 좋아서 여우를 잡아먹지 않았대요.


호랑이는 마침 배가 고픈 시간이라 여우가 뇌물로 바친 토끼 고기를 맛있게 먹었대요. 


여우는 토끼 한 마리를 그것도 가장 배가 고플 때 바쳐서 호랑이로부터 신임을 얻어 어느 곳에서 만나도 잡아먹질 않게 되었어요. 

이러한 일은 다른 동물들이 할 수 없는 여우만의 장기였대요.


깊은 산속에 사는 동물들은 호랑이의 날렵한 몸매와 힘이 무척 센 앞발도 무서웠지만 

날카로운 이빨로 금방 잡아먹힐 것 같아 무서웠어요. 

그래서 호랑이가 나타나면 모두들 도망쳐 꼭꼭 숨는대요.


하루는 꾀가 많은 여우가 산속 동물들을 모아 놓고 회의를 하였어요. 


동물들은 여우를 대표로 뽑았는데 늑대만은 반대했어요. 

대표로 뽑힌 여우는 동물들에게 "언제까지 우리가 호랑이를 피해 살 수는 없잖니? 

그래서 호랑이의 이빨을 뽑아 힘을 못 쓰게 하자는 거다." 


여우는 그 방법을 설명했어요. 우선 사탕을 구해 호랑이에게 먹이면 서서히 이빨이 상할 것이고, 상하면 아프니까 몽땅 뽑아 버릴 수 있다는 것이었대요. 


사탕도 단맛이 가장 많고 이빨을 빨리 상하게 하는 사탕을 구하자는 것이었어요. 


이 문제는 늑대만 반대하고 나머지는 다 찬성을 했지만 누가 그 무서운 호랑이 이빨을 뽑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의논했대요. 이때 대표 여우가 내가 한다고 말하였대요. 


대표 여우는 '대표'란 큰 완장을 차고 호랑이를 망하게 할 결심으로 사방에 수소문하여 어렵사리 사탕을 구했답니다.


여우는 사탕을 보기 좋게 포장한 다음 선물 보따리를 들고 부지런히 호랑이를 찾아갔어요. 


얼마 전 배가 고플 시간에 토끼를 잡아 바친 일이 있어 호랑이는 여우를 알아보고 잡아먹지 않고 반가이 맞이했대요. 


여우가 가지고 온 선물 보따리를 보고 "그게 무엇이냐.?"라고 물었대요. 


여우는 가지고 온 선물 보따리를 펼쳐 놓고 "호랑이님! 이게 바로 저 유명한 사탕인데요. 맛이 기막히게 달아요. 얼마나 달고 맛있는가 하면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래요. 자! 맛 좀 보셔요."


호랑이는 달다는 말에 군침을 꿀꺽 삼키며 사탕을 입에 넣었어요. 


난생 처음 먹어보는 사탕의 단맛이 입안 가득해지기 시작했어요. 맛이 얼마나 달았던지 호랑이는 완전히 그 맛에 빠져들었대요.


"제가 호랑이님을 위해 비싼 값으로 어렵게 구해온 거예요. 호랑이님! 깨물지 말고 오물오물 녹여 드셔야 해요,"


호랑이는 사탕을 많이 먹으면 이빨이 삭아 병들고 아프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대요. 


여우의 사탕발림에 속아서 날마다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사탕을 먹었어요. 특히 입에 물고 자면 밤새 이가 퍽퍽 썩는 줄도 모르고 밤마다 먹어댔대요. 


사탕을 먹은 지 두어 달이 지난 어느 날 갑자기 호랑이의 이빨이 썩어 아프기 시작했어요.


바로 이때 여우가 두 번째로 호랑이를 찾아갔어요. 


여우는 어린 토끼 한 마리를 가지고 와서 "호랑이님! 이가 아프시다 해서 어린 토끼 한 마리를 가지고 왔어요. 드셔 보세요."  "여우야! 지금은 이빨이 몹시 아파 아무것도 먹지 못한단다."


"호랑이님! 이빨이 아파 고생을 많이 하시네요."


약 주고 병 준 여우는 진심으로 호랑이를 위로하는 척하며 뻔뻔스럽게 말하였어요. 


"여우야! 내 이빨을 네가 고쳐다오. 아파 죽겠다." 


"호랑이님! 고칠 수 있는지 한 번 진찰해 볼게요, 아~하고 입을 크게 벌려 보세요."


 여우는 이빨을 자세히 진찰하는 시늉만 내고서 "호랑이님! 이빨이 다 썩었네요. 


고칠 수가 없어요. 그냥 두면 아파 못 견뎌요. 몽땅 뽑아 버릴 수밖에 없어요."


여우가 이빨을 고쳐줄 거라고 믿었었는데 고치지 못하고 대신 뽑아야 한다니 호랑이는 실망하며 노발대발했대요.


"호랑이님! 이빨을 뽑지 않고 평생 아프게 사시려고 그래요?"


나쁜 여우는 호랑이가 어쩔 수 없이 아픈 이빨을 뽑을 줄 뻔히 알면서 이렇게 간사하게 말했대요. 


호랑이는 여우가 고치지 못한다고 하고 또 너무 아파서 빼는 거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자 억지로 울며 겨자 먹기로 뽑으라고 명령했대요. 


그 명령 소리가 힘없고 아주 작게 들렸어요.


사실 호랑이에게는 목숨과 같은 날카로운 이빨을 홀랑 뽑는다는 것은 차라리 죽으라는 거나 다름없는 일이었어요.


여우는 호랑이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신이 나서 마음 놓고 이빨을 하나씩 뽑기 시작했어요. 여우의 꿈이 이루어져 너무 기뻤지만 호랑이는 몹시 아파 억지로 참았대요.


호랑이의 이빨이 모두 뽑혀서 이제는 어흥! 하고 아무리 입을 크게 벌려 위협해도 합죽이가 되어 동물들이 더 이상 무서워서 피하지 않게 되었어요.


호랑이의 이빨을 뽑는 데 성공한 여우는 좋아서 산속을 이리저리 누비고 다니며 호랑이보다 더 센 힘을 갖게 되었어요. 


한편 늑대는 여우가 하는 행동이 하도 괘씸하고 아니꼬워 이웃 마을에 사는 호랑이에게 가서 다음과 같이 말했어요.


"완장을 찬 대표 여우가 호랑이를 이러저러해서 이러저러하게 만들었어요." 


늑대로부터 상세한 보고를 들은 이웃 산마을 호랑이는 화가 나서 곧바로 합죽이 호랑이가 살고 있는 산마을로 득달같이 달려가서 합죽이 호랑이를 만나 "너 왜 여우에게 속아 이빨이 모두 뽑혀 합죽이 신세가 되었니? 


어서 빨리 그 여우를 붙잡아 원수를 갚자."

 

한편 대표 여우는 이웃 마을 호랑이가 온 것을 알고 처벌받을 것이 두려워 꾀를 내었어요. 여우는 토끼 두 마리를 잡아 호랑이에게로 갔대요. 여우는 토끼를 뇌물로 바치면 용서해 줄 거라고 믿었대요. 


그러나 호랑이는 토끼를 발로 차 버리고 여우가 자기에게 했던 그대로 사탕을 강제로 먹여 이빨을 썩게 만든 후 모두 뽑아 버리고 마지막에 여우를 잡아먹어 원수를 갚기로 했대요.


그리하여 호랑이의 이빨을 전부 뽑아 합죽이 호랑이로 만들어 놓고 완장을 차고 잘난 체하던 여우도 이빨이 다 뽑히고 난 후에 호랑이의 먹잇감이 되었다는 이야기예요.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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