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한인로컬칼럼] 아들아, 딸아, 어깨를 쫙 펴려무나 - 민명기학원

전문가 칼럼

[시애틀한인로컬칼럼] 아들아, 딸아, 어깨를 쫙 펴려무나 - 민명기학원

대학에 원서를 제출하는 입시철이 되면, 여러 가지 다른 상황의 학생들을 만난다. 한 어머니가 전화로 예약을 하시고, 딸인 수잔을 필자에게 혼자 보내셨다. 대부분의 일들을 혼자서도 잘 해 나가는 아이인데다, 부모님과 함께 상담을 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란다. 이 녀석, 성적도 어지간하고 시험 점수도 그리 나쁘지 않은데, 희망 대학이 자기 성적으로 거의 확실하게 합격할 수 있는 대학만을 고집하고 있다. 정확한 정보가 없이 지레 짐작으로, 유덥은 상당히 가능성이 많은데도 자신이 없어 한다.

얼마 전, 멀리 오레곤에서 필자의 사무실을 찾은 한 남학생과 그 어머님이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것을 보며 사정을 듣기도 전에 마음이 내려앉았다. 입구의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리신 뒤, 들어오시라는 말에 소리 죽여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모습이 남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하시며 만사에 조심하시는 분의 품성이 느껴진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어머님의 뒤에 너덧 발짝이나 떨어져 어깨가 쳐지고 구부정한 모습으로 싫은 기색이 가득한 얼굴의 아들이 따라 들어선다. 사정인즉슨, 세계 각지에 지점이 있는 한 무역회사의 중견으로 일하는 아버지를 따라 세 군데 이상의 나라에서 국제 중고등학교를 다닌 좐(가명)은 학교 성적이 아주 좋지 않다. 지금은 포틀랜드에 있는 한 고등학교의 시니어인데, 대학에 원서를 내려니 갈만한 학교가 없는 것 같아 걱정이 태산이다. 용한 의원을 찾아 헤매는 말기 암 환자의 심정으로 몇몇 지인이 추천한 필자의 사무실을 찾은 것이란다.

미국 대학의 입학 사정에서 말할 필요도 없이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는 고등학교의 성적이다. 물론 그와 더불어 어떤 과목을 수강하고 좋은 성적을 받았는지의 여부가 더욱 중요하다. 몇 년 전, 웨스트 시애틀의 치프 실스 고교를 4.0 수석으로 졸업한 한 학생이 유덥에 불합격한 이유가 바로 그 중요성을 대변한다. 레귤러 과목만 들어 올 A를 받은 것이 유덥에 들어와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 주지 않는다는 것이 불합격의 이유였다. 이러한 이유로 명문대를 목표로 공부하는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학력을 보여주기 위해 AP/IB 등의 대학 수준의 과목들을 수강하며, 적어도 Honor/College in the High school과 같은 수준급의 과목들을 수강해 자신의 우수한 학력과 도전 정신을 보여 주려고 애쓴다. 

학교 성적 말고도 중요한 것이 또한 한국의 수능 시험과 대비되는 ACT/SAT 등의 대입 학력고사 성적인데, 오늘의 주인공인 좐의 경우는 프랑스의 국제 학교에서 미국 고등학교로 전학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마저도 준비가 잘 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다. 

이런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이 가정의 경제적 형편이 그리 풍족하지 않아 외국 유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는 학교가 아니면 학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장벽이 버티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실상 커뮤니티 칼리지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선택의 폭이 없다는 것이 정확하다.  

어렵게 조언을 드렸다: 미국 대학들 중에서 유학생에게 재정 보조를 주는 대학은 아주 드물고 그것도 대부분이 최고 명문 대학들이기에 좐의 입장에서 지원할만한 대학은 별로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워싱턴 주의 한 학교를 비롯해 미국 내 몇몇 리버럴 아츠 칼리지들이 유학생에게 장학금을 제공하기도 하니 우선 이 대학들에 원서를 내보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시도이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다른 문화를 경험한 자신의 상황을 잘 설명(변명이 아닌)할 수 있는 에세이에 전력을 다 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러한 시도가 낮은 학교 성적으로 인해 성공적이지 않으면, 가까운 커뮤니티 칼리지에 진학해 저렴한 학비로 일, 이년간 공부한 뒤,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하는 것이 결코 나쁘지 않은 방책임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좐과 수잔에게 강조한 조언은 ‘(자신 있게) 똑바로 서서 어깨를 쫙 펴라’는 것이었다. 조단 피터슨 교수의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12가지 법칙” 중의 첫 번째 법칙에서 빌린 내용이다. 즉, 현재의 처한 상황이 녹녹치 않더라도 눈을 크게 뜨고 삶의 온갖 어려움을 극복할 준비가 된 자세를 갖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우리의 신경 세포에는 두 가지 종류의 케미칼—세로토닌/옥토파민이 있는데, 어깨를 펴는 마음의 자세는 세로토닌을 증가시킴과 더불어 실제로 몸의 자세도 강하게 만든다고 한다. 그러니 이제 마음을 다잡고, 힘을 내서 어깨를 펴고 똑바로 가슴을 펴고 서서 세상을 바라보자. 힘들지만 극복하고 다음에 올 더 나은 삶을 기대하며 노력하자(www.ewaybellev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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