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열모칼럼] 8.15세대가 살아온 추억의 현장

전문가 칼럼

[동열모칼럼] 8.15세대가 살아온 추억의 현장

올해도 어느덧 8월에 들어섰다. 8월은 “광복의 달”인 동시 “건국의 달”이기에 우리 겨레에게 8월은 경사스러운 달이다. 이 뜻깊은 8월을 맞이하게 되면 이미 70여 년이 지난 그 시대를 직접 살아온 우리 8.15세대는 그 당시의 갖가지 사연들이 아련하게 되살아나 깊은 감회에 젖게 된다.  


이미 70고개를 넘어선 우리 8.15세대가 살아온 지난 20세기는 인류 역사에서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잔인한 100년이었다. 두 번이나 일어난 세계대전 모두가 20세기였고, 볼쉐비키 혁명으로 공산당이 나타난 시기도 20였으며, 그 공산당이 피비린내 나는 계급투쟁을 하다가 자기모순에 빠져 멸망한 것도 20세기였다.  


뿐만아니라 나라를 일제에 빼앗긴 것도 20세기였고, 그 나라를 되찾은 것도 20세기였다. 이 식민지 시대에 일제는 아시아와 태평양까지도 손아귀에 넣으려는 야욕에 불타 만주사변(1931), 중일전쟁(1937), 태평양 전쟁(1941)을 연달아 일으켰는데 이들 전쟁은 모두 지정학적 요충지인 우리 한반도 주변에서 일어났으니 애꿎은 우리 겨레가 심한 고통을 받았던 것이다.   


우리 8.15세대는 이러한 격동기에 태어나 그 소용돌이에서 죽지 않으려고 몸부림 쳤으니 우리는 분명 불행한 세대임에 틀림 없다. 그러나 그 험난한 세월을 오늘날에 와서 되돌아 보면 우리 8.15세대는 오히려 가장 축복 받은 행운의 세대라고 여겨진다. 그 행운을 두 가지 측면에서 분석해 본다. 


하나는 몇 백 년, 또는 몇 천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희귀한 역사의 현장을 우리 8.15세대는 직접 목격하고 겪으면서 드릴 넘치는 삶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한국이 급속한 압축성장을 거듭하다 보니 8.15세대는 어린 시절에는 호롱불 밑에서 원시적인 생활을 했는데 노년에는 인공지능(AI) 시대를 살고 있으니 8.15세대는 원시 시대와 첨단 과학시대를 동시에 체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운뿐만 아니라 우리 8.15세대는 모진 고난을 겪는 과정에서 천금 같은 <생활의 지혜>를 터득했고, 온갖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 <내성(耐性)>까지 생겨 그 <생활의 지혜>와 <내성>으로 우리 조국을 근대화하는 과업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냈다는 자부심도 느끼는 것이다.  


우리 8.15세대는 6.25전쟁의 폐허에서 결연히 일어나 생존의 길을 모색하던 당시의 사화상을 오늘날에 되돌아보면 진실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6.25전쟁은 3년 만에 포성이 멈추었으나 불탄 자리에는 살아갈 길이 아무 데도 보이지 않았다.  


이 절망적 상황에서 8.15세대는 미국에서 원조받은 밀가루로 연명하면서 일자리를 찾아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가족을 굶기지 않으려고 점심을 거르며 일하고 때로는 퇴근길에 큰마음 먹고 비상금을 털어 붕어빵을 사 들고 돌아와 꼬마들을 놀라게 했다.  


8.15세대는 또한 미국부대에서 불하받은 지프차 엔진과 드럼통으로 시발택시를 만들어 요긴한 운송 수단으로 활용했고, 엿장수가 수집해온 아낙네 머리카락으로 가발을 만들어 외화를 벌어들였다. 농촌에서 일자리를 찾아 상경한 처녀들은 동생들의 학비를 보태고자 낮에는 방직 공장에 취직해 피로를 이겨내면서 일하고, 밤에는 교복을 갈아입고 야간 실업학교에서 못 배운 한을 달래기도 했다.  


8.15세대는 또한 집에서 귀하게 키우던 소를 팔아 자식들을 악착같이 공부시켜 산업현장으로 진출시킨 우골탑(牛骨塔)의 신화도 창출했던 것이다. 8.15세대는 1962년에 처음 착수한 경제개발 5개 년 계획에도 적극 호응하여 일자리를 찾아 서독에서 광부와 간호사로 일했고, 중동의 건설 현장에도 뛰어들어 외화를 벌어들였으며, 월남전에도 참전해 국위를 선양하는 동사, 한미동맹도 더욱 굳게 다졌다.  


70년대에 추진한 새마을 운동에도 앞장서서 우리 농촌을 변모시켰다. 이 새마을 운동은 <근면과 자조, 협동>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우리도 잘 살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한데 뭉쳐 일하던 그때의 왕성한 의욕이 5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눈앞에 선하게 나타난다. 이 새마을 운동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의식개혁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우리 8.15세대에게는 이러한 자부심이 있기에 지난날 겪은 혹독한 가난이나 시련들이 원망스럽거나 수치스럽지 않고, 오히려 아름다운 추억으로 그리워진다. 그리고 8.15세대가 겪은 이러한 값진 경륜을 오늘날 고생을 모르고 연약하게 자라는 젊은 세대에게 꼭 물려주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렇게 여러 각도에서 지난날을 되돌아보니 우리 8.15세대가 겪은 고난은 행운이었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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