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열모칼럼] 核家族 시대의 할머니 할아버지

전문가 칼럼

[동열모칼럼] 核家族 시대의 할머니 할아버지

지난날의 농경사회는 대가족이 중심이었는데 오늘의 정보화 사회는 핵가족이 주류를 이루어 가정 분위기에 변화가 일고 있다. 지난날의 대가족 시대에는 화목하게 조용히 살았는데 오늘의 핵가족 시대에는 不和가 일고 있으니 그 까닭이 무엇일까.  


그것은 가정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지난날의 <대가족 제도>에서는 할아버지의 말 한마디로 해결되었는데 오늘의 <핵가족제도>에서는 미지(未知)의 남녀가 만난 부부(夫婦)가 해결해야 하니 자칫 의견충돌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지난날의 농경사회에서는 남존여비(男尊女卑) 관습이 지배했기 때문에 가정관리는 오직 할아버지나 아버지만의 영역이었다. 따라서 가정에서 어떤 문제가 생겨도 부녀자에게는 참여의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았으니 아무리 억울한 일을 당해도 무조건 복종하면서 가정의 위계질서를 지켜야 했다. 이와 같이 그 시절의 부녀자는 말 한마디 못하고 참아야 했으니 가슴에는 인고(忍苦)의 한(恨)이 맺혔던 것이다.     


그러나 남녀평등을 뛰어넘어 여성우위 풍조가 지배하는 현대 산업사회에서는 여성의 목소리가 더 높이질 정도에 이르렀다. 따라서 오늘의 핵가족제도에서는 가정관리를 부부가 주도하게 되어 여성의 영향력이 막강해졌다. 이렇게 되고 보니 지난날의 대가족 제도가 점차 사라지고, 오늘날에는 핵가족으로 변모한 것이다. 


지난날의 농경사회에서는 한 지붕 밑에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손자, 손녀, 심지어 삼촌, 사촌까지도 함께 사는 경우까지 있었다. 그런데 오늘의 산업사회에서는 오직 부부를 중심으로 하는 핵가족으로 변모했다. 이렇게 되고 보니 지난날의 대가족 제도에서 추장 노릇을 하면서 극진한 효도를 받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오늘에 와서는 손자 손녀에게 밀려나 이제 앉을 자리를 잃고 말았다.  


이와 같은 시대조류에 휩쓸려 오늘날에는 가정의 공동체 의식까지 점차 약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날의 농경사회에서는 모든 가정관리를 혈연으로 맺어진 부자(父子)가 주도했기 때문에 골치 아픈 문제가 생겨도 효(孝)만 앞세우면 무난히 해결되었다. 그러나 오늘의 가정관리는 부부가 주도하기 때문에 사소한 문제도 크게 번지게 된다. 때로는 무심히 던진 농담이 오해를 일으켜 가정파탄이 일어나 이혼이라는 극한상황까지 생기게 된다. 


따라서 아무리 친숙한 부부 사이라 할지라도 평소에 서로 인격적으로 대하면서 <신뢰>와 <존경심>을 구축해야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될 것이다. <신뢰>와 <존경심>이 결여된 부부의 사랑은 천박한 <하룻밤 풋사랑>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신뢰>와 <존경심>은 부부에게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고 부모 자식 사이에서도 필수적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해서 자식이나 손자들이 무조건 공경하며 따뜻하게 모시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핵가족 시대에서 앉을 자리를 잃은 늙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소외감이나 고독감을 받지 않고, 최소한의 살맛이라도 느끼면서 여생을 보내고자 한다면 평소에 자식들이나 손자 손녀들로부터 존경받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대체로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 환경변화에 순응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생활화되면서 하루아침에 컴맹(컴퓨터 문맹)이 되어 손자 손녀로부터 배워야 하는 신세가 되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손자 손녀로부터 존경을 받으려면 무엇보다 그들로부터 대접받으려 하지 말고, 그들에게 보탬이 되도록 처신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후생활이 아무리 어려워도 매사를 긍정적으로 여기고, 낙천적으로 살면서 손자, 손녀가 따르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선 생활 주변을 깨끗이 정돈하고 무료한 시간을 잘 활용하면서 틈만 나면 돋보기안경 쓰고 독서를 즐기는 모습을 손자 손녀들에게 보인다면 훌륭한 가정교육이 될 것이며, 때때로 동화책도 사다가 함께 읽는다면 더욱 친숙한 가정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다. 이와 같이 슬기롭게 여생을 보낸다면 핵가족 시대에서도 존경 받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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