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열모칼럼] 孝를 상징하는 秋夕의 省墓行列

전문가 칼럼

[동열모칼럼] 孝를 상징하는 秋夕의 省墓行列

추석은 우리 민족에게 가장 큰 명절이다. 그 추석이 올해는 9월 10일이다. 추석이 가까워지니 고속도로에는 조상의 묘소를 향해가는 자동차가 늘어나고, 깨끗이 벌초한 묘소에는 온 가족이 함께 정성스럽게 제사를 올리고서 묘소 앞에 앉아 음식을 먹는 정겨운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같이 추석에 성묘행렬이 이어지고 있는데 유교의 발상지인 중국에서는 중추절(仲秋節)이라는 이름으로 단순히 먹고 마시기만 하고, 같은 유교문화권의 일본에서는 음력이 아닌 양력 8월 15일에 <성묘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지극히 간단하게 치른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성묘행렬이 고속도로를 메우고 있으니 이는 우리 민족의 자랑이라고 여겨진다.  


추석에 나타나는 이러한 성묘행렬은 孝를 상징한다. 孝는 유교문화의 핵심이며, 모든 德性의 최고 가치인 동시 정신문화를 대표한다. 오늘날 도덕이 실종되어 부모를 모시지 않으려는 사회 풍조에서 조상의 묘소를 잘 보존하며 한식이나 추석에 성묘한다는 것은 분명 아름다운 전통이다.  


이러한 孝의 가치가 무엇인지 고려대학교 총장을 역임하면서 孝思想을 깊이 연구한 洪一植 박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孝에 대한 특성이 우리 한국은 중국이나 일본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한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다분히 관념적으로 흐르는 반면에 우리 한국에서의 孝는 추석의 성묘행렬에서 나타나듯이 부모뿐만 아니라 아득한 조상까지 공경하는 고유의 특성을 유지한다고 성명했다.  


홍일식 박사는 연이어 자신이 직접 목격한 현장을 소개하기도 했다. 홍일식 박사는 北 유럽의 핀랜드에 살고 있는 딸의 초청으로 그곳에 가서 TV를 보고 있는데 그곳 노인들이 정부 청사 앞에서 데모하는 장면이 나타나기에 그 까닭을 딸에게 물어보니 딸의 대답이 다음과 같이 놀라왔다. “정부가 현재 시행하고 있는 노인 복지정책이 너무도 완벽하기 때문에 자식들이 부모에 대한 부양을 정부에만 의지하고 찾아오지 않아 외로워 못 살겠으니 차라리 복지수준을 낮추라는 데모”라고 통역해 주었다.  


핀란드 노인들의 이 데모는 孝의 가치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말해준다. 이러한 논리에서 볼 때 오늘날 국가가 사회보장 일환으로 시행하는 노인 복지는 형식적인 造花인 반면에 자식들의 孝行으로 이루어지는 노인 복지는 실속 있는 生花에 비유된다.  홍일식 박사가 전하는 또 하나의 사례도 孝의 가치를 더욱 확실히 설명해 준다.  


이 사례는  오스트레일리아(濠洲)의 총각과 결혼해 그곳에서 살고 있는 홍일식 박사 친구의 딸 이야기다. 그곳 가정의 며느리가 된 딸이 살림을 시작하자 이제까지 양로원에 맡겨진 반신불수의 시어머니를 당장 자기 집으로 모셔다가 우리 한국식으로 정성을 다해 부양했다. 


이러한 효도를 난생 처음 받아본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너무도 고마워 임종을 앞두고서 자기가 소유하고 있던 재산 200만 달러를 모두 이 한국 며느리에게 물려주었다. 뜻밖의 유산을 물려받은 딸이 아버지에게도 효도하려고 아버지의 친구인 홍일식 박사까지 초청한 것이다. 


홍일식 박사는 孝에 관한 경험담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심리적 고통의 형태가 시대의 조류에 따라 변천한다는 사실도 설명했다. 가난하게 살던 농경사회에서는 “배고파 못 살겠다”고 했는데, 산업사회에서는 “힘들어 못 살겠다”고 했고, 정보화 사회에서는 “바빠서 못 살겠다” 했다. 그런데 오늘의 인공지능 시대에서는 “외로워 못 살겠다”는 비명 소리가 들리니 孝의 가치가 오늘날 더욱 높아가는 추세라고 한다.  


이러한 연유에서 孝를 상징하는 추석의 소묘행렬은 장차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각광 받을 것으로 확신하게 된다. 이와 같은 확신은 <아놀드 토인비> (1889–1975) 박사의 예언에서도 얻어졌다. <토인비> 박사는 일찍이 “한국 사람들이 현재 부모뿐만 아니라 먼 조상까지 성묘하는 전통은 인류문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역설한 바 있다고 한다.

이러한 여러 가지 사실을 종합해 보면 우리의 추석 성묘행렬이 더욱 자랑스럽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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