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목회계사] 창주의와 자유 6 (러시아 정교)

전문가 칼럼

[안상목회계사] 창주의와 자유 6 (러시아 정교)

2022년 8월 젤렌스키가 “이 전쟁은 크리미아로써 시작되었고, 크리미아로써 끝날 것이다” 한 것은 2014년 푸틴의 크리미아 침탈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지만, 팽창주의의 역사를 생각하면 크리미아 전쟁(1853-1856)이 연상된다. 크리미아 전쟁은 러시아 황제 니콜라스 1세가 종교적 이유를 내세워 그의 팽창주의를 실행한 전쟁이다. 그 전쟁에서 패전한 이후 러시아 왕조는 근본적인 반성 없이 3대 60년동안 줄곧 팽창주의를 지속하다가 러시아 혁명을 맞아 멸망했다. 이후 왕조가 내세웠던 리서아 정교도 완전히 힘을 잃었다. 여기까지는 지난 주 칼럼(778호)에 좀더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소련이 해체된 후 1993년에 제정된 새 헌법(Constitution of Russian Federation 1993, as amended in 2020)에는 신앙의 자유가 완전히 회복되어 있다. 2020년에 최종 개정된 헌법현행 헌법28조는 다음과 같다. 


“Everyone shall be guaranteed freedom of conscience and religion, including the right to profess individually or collectively any religion or not to profess any religion, and freely to choose, possess and disseminate religious and other convictions and act in accordance with them.  모든 사람은 양심과 신앙의 자유를 보장 받으며, 이에는 개인적으로 또는 집단적으로 그 어떤 종교이든 그에 대한 신앙을 고백하거나 고백하지 않을 권리, 그리고 자유롭게 종교적 또는 다른 신념을 선택, 신봉 및 전파하고 그 신념에 따라 행동할 권리가 포함된다.”


저 인용문은 거의 완벽한 신앙의 자유를 표현하고 있다. 1918년의 헌법과는 달리, 새 헌법은  종교-반종교 선전을 포함하여 모든 언론에 공평한 자유를 보장했다. 새 헌법 제29조 5항은 다음과 같다. 


“The freedom of the mass media shall be guaranteed. Censorship shall be

prohibited. 대중매체의 자유는 보장된다. 언론검열은 금지된다.”


지난 주 칼럼에서 본 바, 1918년 헌법의 1개 조항에는 종교 선전의 자유와 반종교 선전의 자유를 보장한다 해놓고, 같은 헌법의 다른 조항에서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의 (반종교적) 언론만 허용하고 다른 (친종교적) 언론은 허용하지 않았다. 


신앙의 자유가 부활하자 러시아 민중의 신앙은 광신으로 치닫고,  1차대전과 2차대전을 치르고 마무리하면서 인류가 해온 모든 노력은 깡그리 잊혀졌다. 러시아 정교 최고지도자는 러시아 청년이 우크라이나에 가서 전사하면 모든 죄가 사해진다고 설교하고 있다. 이 전쟁은 악을 징벌하는 성전이라는 뜻이다. 1853년에 시작된 크리미아 전쟁에서 패한 원인은 타락한 기독교 국가 프랑스, 영국, 미국 등이 이슬람 제국의 편을 들어 같은 기독교국인 러시아를 공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글 초두에 젤렌스키가 ‘크리미아’라 할 때 크리미아 전쟁이 연상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현실 때문이다. 구미 선진국의 타락을 논할 때는 동성간 결혼을 법으로 허용하는 사태를 강조하는 한편, 아무도 동성 결혼을 강요 또는 권장 받지 않는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는다. 이처럼 지식을 편식시키는 교육은 오래된 세뇌 수법의 하나다. 


인류는 팽창주의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크리미아 전쟁을 마무리할 때는 “러시아의 팽창주의를 막자”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그로부터 약 60년 후 1차대전 마무리에서는 “식민지 쟁탈은 그만하자” 는 취지가 제기되었다. 패전국들의 식민지를 승전국들이 가지고 가는 것이 아니라 독립시키는 절차를 밟았다. 


그것이 국제연맹의 위임통치 제도였다. 2차대전의 마무리에는 한걸음 더 나아가, 대서양헌장을 통하여 유엔체제가 구축되었다. 이번에는 패전국의 식민지만이 아니라 승전국의 식민지들까지 주민이 원하면 모두 해방되었다. 대서양헌장의 취지에 따라 식민지라는 존재 자체를 없애버린 것이었다. 


러시아인들의 의식 세계는 먼 과거에 머물러 있다. 마르크스는 팽창주의와 자본주의를 한데 묶었고, 레닌은 자본주의와 팽창주의를 한 덩어리로 보고 혐오했다. 러시아 정교의 최고지도자는 그 증오감에다 종교적 우월감이라는 금테를 둘러버렸다. 


한편, 유엔은 이념이나 종교에 대한 편견을 배척하고, 또 팽창주의를 배척한다. 앞서 언급된 종교 지도자의 정신교육은 종교에 대한 편견을 이용하여 팽창주의를 합리화한다. 종교지도자의 설교와 유엔 헌장은 양립할 수 없다. 푸틴이든 누구든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 푸틴은 2022년 9월 30일에 닥친 선택의 기로에서, 놀랍게도 유엔헌장을 선택했다. 구체적으로, 유엔헌장 제1조를 들어 자신의 그 어떤 결정을 정당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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