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목회계사] 신 대서양헌장 속의 투명성 개념

전문가 칼럼

[안상목회계사] 신 대서양헌장 속의 투명성 개념

러시아 민중에게 유엔의 구조를 가르치려 하면, 크게 두 가지의 장애물 때문에 교육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첫째의 장애물은, 안보리가 이미 작동 불능 상태에 빠졌으니 유엔 체제에 대한 신뢰가 상실되어 있다는 점이다. 


둘째, 유엔 안보리가 망가진 것은 미국 때문이라고 세뇌교육 받아 왔기 때문이다. 사실 안보리에서 가장 많은 거부권을 행사한 국가는 미국이며, 그 주원인은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의 군사적 행동에 대한 모든 제재안은 미국의 방패 역할로 인하여 저지되어 왔다. 그 내막을 파고들면 그만한 이유가 모두 있지만, 숫자로 나타나는 객관성을 뚫고 더욱 깊은 진실로 파고드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마침 2021년 6월에 미국의 바이든(46) 대통령과 영국의 보리스 죤슨 수상이 서명한 신 대서양 헌장(The New Atlantic Charter)이 있다. 거기에 서명한 두 지도자가 1941년8월의 대서양헌장에 서명한 두 지도자만한 무게는 없지만, 신 대서양헌장으로 인하여 원래의 대서양헌장이 한번 더 조명된다는 점만으로도 상당한 교육적 가치가 있다. 신 대서양헌장의 전문은 아래 링크에 완역되어 있다.

https://blog.naver.com/samahncpa/memo/222784089169


새로운 개념은 이해하기 쉬운 부분부터 가르쳐야 한다.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가 참패한 이유 중 스스로 고칠 수 있는 문제는 부정부패다. 원래의 대서양헌장에는 언급되지 않았던 부패의 문제가 신 대서양헌장에는 명시되어 있고,  위 링크에서 corruption 라는 단어로 검색하면 그 주변의 말을 읽을 수 있다. 주변의 핵심 문장은 빨간 글씨로 되어 있다.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재물이나 권력 같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 무엇이 움직이면, 거기에서 부패가 일어난다. 부패를 막는 첫걸음은 투명성(transparency)이며, 이 단어는 신 대서양헌장 속에 세 번 등장한다. 


제1조에 나오는 투명성은, 정치적 투명성을 뜻한다. 그 투명성은 예를 들면 미국 의회의 투표 과정에서 잘 나타난다. 의결 과정에서, 의원들은 한 싸람씩 자신의 소견을 말하고 공개적으로 투표한다. 또, 의원 개인의 홈페이지에는 그 의원이 무슨 법안에 어떤 선택을 했는지가 기록되어 있다. 선출된 사람이 하는일을 유권자가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다.


일반국민이 투표할 때는 비밀투표가 필요하다. 비밀투표는 유권자 개개인이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유 의지를 발휘할 수 있다. 의원의 입장은 완전히 다르다. 그들은 그들에게 표를 준 사람들의 간섭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의정에서 비밀투표를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국회에서 의원이 투표하는 것은 공무이며, 선거에서 개인이 투표하는 것은 사적인 결정이다. 공과 사는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의원이 의정에서 비밀투표를 하면 유권자의 간섭은 배제되고, 그 대신 다른 정치인 또는 소속 정치 집단 또는 의원 자신의 탐욕이 간섭해 들어온다. 이렇게 해서 독재자 또는 독재 집단이 생겨나고, 독재자 또는 독재 집단이 있은 곳에는 부패가 없어지지 못한다. 


제3조에 보이는 “부채의 투명성”이란, 금융거래 한 건 한 건에 관한 정보, 예를 들면 분쟁 해결은 어느 정부의 법에 따른다든지, 이자율, 담보물, 자금의용도 등이 더욱 자세히 공개되도록 촉진하자는 뜻이다. 구글에서 “debt transparency initiative”로 검색하면 많된 참고자료를 발견할 수 있다. 비밀리에 거래되는 사채(私債) 같은 것은 결국 세금포탈, 범죄자금 조성, 금융시장 교란 등에 관련된 부패를 초래한다. 


제6조에 보이는 “금융 투명성”이란, 앞 문단에서 언급된 ‘부패의 투명성’의 미국식 표현이다. 같은 것을 두고 유럽에서는 부패의 투명성, 미국에서는 금융의 투명성이라 표현하기 좋아하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신 대사영헌장 서명과 거의 동시에 Financial Transparency Act of 2021이 입법되었다. 금융 투명성에 관련된 기존의 법을 강화한 법이라 한다.  


투명성이 충분하지 않으면 부패는 사라지지 않는다.독재자가 부패를 없애겠다 공언한다면, 그것은 허언이다. 본인이 아무리 정직해도 독재자 주변 전체가 투명할 수는 없다. 독재자가 독재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언론을 탄압 내지 조작하여 민중의 감시를 회피 내지 묵살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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