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곡비(Keener) 1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곡비(Keener) 1

다시 눈물샘이 터져버렸다.  

시애틀 근처의 높은 곳을 찾다보니 아무런 제재 없이 올라갈 수 있는 곳은 퀸앤 동네에서 제일 높은 곳이었다.

  

이곳을 찾은 것도 죽은 00의 살아있는 동안의 삶의 흔적들을 찾아다니다가 보니까 00가 즐겨 찾던 곳이었기에 00를 담당하고 있던 카운슬러들은 00의 마지막 가는 길로 이곳을 택했다. 

이 친구에게 3명의 카운슬러가 있었다. 


첫 번째는 어떻게든 이 친구에게 저소득층 아파트나 그룹 홈을 마련해주고자 애를 쓰던 하우징 카운슬러 또 한 카운슬러는 이친구가 그동안 약물 중독된 증상을 개선해보고자 만나던 중독전문치료 카운슬러 그리고 정신적인 고통이나 어려움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씩은 정신과 담당인 나를 만나야했다. 


우리 카운슬러들은 홈리스 고객 친구들을 도울 준비를 하고 기다려도 홈리스 고객들이 우리를 찾아오지 않으면 우리가 아무리 돕고 싶어도 도울 길이 없다. 

이 친구들이 우리들을 찾아오지 못하면 우리들이 찾아 나서기도 하지만 만나볼 수 있는 확률은 거의 드물다. 


퀸앤 언덕에까지 내가 운전을 해서 올라가는 내내 차안에 있던 우리 세 명의 카운슬러와 프런트 데스크에서 00친구가 올 때마다 반기던 프런트 데스크를 지키는 리셉션니스트 00까지 네 명이 회사차를 타고 퀸앤 꼭대기로 올라오는데 차안에는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길이 경사가 지기도 하고 길에 비포장거리도 있어서 차가 이리저리 흔들리며 덜컹거리는 차의 움직임에도 우리 네 사람은 아무말도하지를 않았다. 

아니, 어쩌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를 모를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운전대를 잡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냥 말없이 차를 몰고서 머서스트리트를 거치고 퀸앤 꼭대기 윗동네로 운전만하고 가고 있었다. 퀸앤지역에서도 가장 높은 지역인 이곳으로 올라와 잠시 차에서 내리기전 잠시들 생각에 잠기었다가는 우리의 고객의 재가 담기어진 블루 상자를  가슴에 안고서 밖으로 나왔다 


시애틀의 날씨는 유별나다. 

변덕스런 사람의 마음처럼 아침에 밝은 하늘에 따뜻한 태양을 보여주다가도 낯엔 한겨울처럼 쌀쌀하다가 또 비바람이 몰아쳐서 아침나절 쨍쨍한 하늘을 보고 따뜻한 옷을 준비하지 못하고 길을 나선 우리들은 한바탕 소나기 세례를 받기도 한다. 


차가 멈추어서고 우리일행이 내리려는데 생각보다도 거친 바람이 매섭게 불어왔다. 

이 바람은 태평양 바람일 터이니 더욱 거세겠지! 

우리 일행 중 죽은 고객인 00하고 제일 오래 도울 수 있었던 하우징 카운슬러인 동료 00가 물어온다.  


하이, 레지나 오늘은 재를 뿌리기엔 날씨가 좀 나쁜데? 

다른 동료가 대답을 한다. 

그래 바람이 너무 많이 부네?  

어쩌지? 


잠시 아무도 대답이 없어서 내가 다시 한마디 했다. 

아니야, 바람이 불어도 오늘 보내주어야 돼! 

언제까지 00의 재박스를 갖고 있을 건데?  


그리고 내 사무실에는 더 이상 00의 재박스를 두고 싶지 않아! 

난 오늘 00를 그냥 보내야 된다고 생각해. 

바람이 심하게 불기는 하지만 바람이 불어오는 반대 방향으로 재를 뿌리면 바람 때문에 재가  더 멀리 날아가지 않을까? 


나의 말에 00하고 가장 짧게 만난 중독증치료 카운슬러인 000가 얘기를 한다.  

레지나 나도 좀 불편해! 

오늘은 바람이 너무 불어서 재를 뿌리는 게 좀 아닌 것 같아? 

나는 아직도 차안에서 내리질 못하고 망설이는 동료 카운슬러에게 “그럼 불편한 사람은 차에 있고 나하고 하우징 카운슬러하고 둘이 나가서 뿌리지 뭐?”라고 했다. 


내 말에 프런트 데스크 직원인 0000가 얘기를 한다. 아니 여기까지 우리가 함께 왔는데 두 사람만 나가서 재를 뿌리는 것은 말도 안 돼! 

아니, 다들 나와? 

그리고는 앞장서서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중독증 치료 카운슬러인 00는 차문 밖으로 나서는 나에게 한마디 한다. 

레지나 할 말이 있어. 

난 재를 안 뿌릴래 그냥 보고만 있을게. 


모두들 중독증치료 카운슬러를 쳐다보니 이친구가 얘기를 한다.  

난 이 날씨에 재를 뿌리기 싫어!  

만약 재를 뿌리는데 잿가루가 바람에 날려 나에게 도로 와서 붙으면 어떻게 해! 

난 재를 내 옷에 묻히기 싫어! 

난 이렇게 바람이 많이 불지는 모르고 왔거든! 


그래! 그럼 너는 구경만 해도 좋아.

중독증치료 카운슬러를 제외한 우리 세 사람은 준비해온 장갑을 끼고 먼저 00를 태운 재가 들어있는 박스를 가슴에 앉고 있는 나와 함께 모두들 잠시 고개를 숙여서 돌아가면서 명복을 비는 한마디씩 하였다. 


잘 가라! 그리고 그곳에서는 너를 사랑해주는 부모님을 만나서 행복한 삶을 살렴! 

잘 가, 그리고 그곳에서는 쓰레기통 뒤지지 말고 좋은 음식 먹고 좋은 옷 입고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랄게. 


마지막 죽은 친구를 가장 오래 보았던 프런트 데스크 리셉션니스트인 000는 눈에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지며 마지막 인사를 한다. 

00야 정말로 잘 가라! 


그리고 미안하다 혼자서 외롭게 가게해서! 

네가 그렇게 혼자서 비 맞고 혼자서 죽어간 것이 나는 너무 속상하다. 

미안하다! 

우리가 옆에 없어서! 

그곳에서는 행복하기를 바랄게. 


프런트 데스크 레셉셔니스트의 말이 끝나자 나는 꾹꾹 참으며 숨겨왔던 눈물샘이 기어코 터지고야 말았다. 


이 친구가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길거리에서 혼자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가슴이 메어지고 숨을 쉴 수가 없게 답답했었는데 그리고는 한참을 아픔 때문에 마음의 문을 닫고 지낸 며칠간인데 그리고 오늘은 울지 말고 보내야지! 라고 다짐을 하고 오히려 함께 간 동료들을 위로해주고 힘이 되어 주어야하니까 나 자신은 눈물을 흘리지 말자고 다짐을 했었는데 그새 참지를 못하고 눈물샘이 터져 버렸다. 


재가 들어있는 블루박스 안으로 손을 집어넣고 장갑 낀 손으로 재를 한 웅큼 쥐어서 바람이 부는 반대방향으로 재를 뿌리는데 눈물이 앞을 가려서 그리고 불어오는 찬바람에 가슴까지도 막혀서 숨을 쉬기가 불편하고 눈을 뜨기가 힘이 드는데 눈물이 앞을 가렸다. 


잿가루는 불어오는 세찬바람에 흩날리어 어디론지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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