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칼럼] “크리스마스 콘서트”

전문가 칼럼

[정병국칼럼] “크리스마스 콘서트”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음악회가 열리곤 했다. 그런데 지난 3년간은 코비드19 때문에 음악회를 열지 못했다. 


그러찮아도 마음이 우울했는데 음악회마저 개최할 수가 없어서 더욱 마음이 심란했다. 무려 3년 만에 좋은 음악을 감상하고 들을 수가 있어서 참으로 좋았다.


 이 지역에서는 제대로 음악/성악 발표회를 하기가 코비드19 때문에 어려웠는데 이번에 첼리스앙상블이 공연을 했다. 크리스마스 콘서트이지만 일반적으로 모두들 좋아하고 잘 아는 곡들을 준비하여 발표했다. 


300여 명의 청중이 불순한 일기에도 불구하고 훼드럴웨이 한인장로교회 예배실이 꽉 찰 정도로 청중이 많았다. 좌석이 없어서 뒤에 서서 듣는 사람들도 있었다. 본 교회 이민규 목사의 기도로 음악회가 시작되었다. 모두 11곡을 불렀는데 음색과 화음이 일품이었다.


지휘자 김법수 집사는 본 교회 성가대 지휘자이기도 하다. 그는 한국에서 고려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UW에서 지휘학을 공부한 음악인이다. 그의 음악에 대한 소양과 기술은 이 지역에서 으뜸이고 예술적이다. 그는 키도 늘씬하고 잘생긴 미남이다. 


그의 지휘는 정말 멋있고 예술적이다. 중간에 설명을 깃들여 더욱 이해하기가 쉬웠다. 곡마다 박수갈채를 받았고 대원들의 복장과 노래 부르는 태도도 일품이었다. 교회 성가대가 부르는 음악으로는 이 지역에서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었다. 프로그램이 비교적 간단했지만 청중이 이해하기 쉽고 듣기에 좋은 곡들이었다. 


우리들의 귀에 익은 고요한 밤, 주의 영광, 할렐루야 등은 많이 들어보고 합창으로 불렀던 곡들이기에 더욱 좋았다. 대원들의 수준도 괄목할만한데 이는 지휘자의 기술과 가르침이 특별하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전에 장로성가단에서 김 지휘자를 만나 수년간 연습을 하였고 공연도 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대원들도 있고 이제 그들의 나이가 80을 훨씬 넘어 90이 된 사람도 있다. 지금도 그들은 교회에서 성가대원으로 봉사하고 있다. 그 당시 우리는 김 지휘자로부터 많은 음악적 지식과 소양을 배웠다. 그는 음악을 가르치는데 특별한 기술과 탤런트가 있다. 곡을 이해시키고 소화시키는데 특별한 방법과 기술이 있었다. 


이 지역에서 교회성가대 지휘자로 손꼽혔던 김무웅 선생은 이제 나이가 들어서 은퇴를 했지만, 그의 지휘도 일품이었다. 나와 함께 에버그린합창단을 만들어 이 지역은 물론이고 가까운 밴쿠버와 오레곤지역을 순회하면서 공연을 하였다. 그 당시 한국의 남성합창단을 초청하여 함께 공연을 하고 순회공연도 같이 했다. 


그 이후에 그런 지휘자가 없었는데 김법수 지휘자가 등장하여 다시 교회 성가대합창과 일반 음악을 곁들여 연습하고 공연을 하고 있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고 이 지역에서 다시 좋은 음악/합창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김법수 지휘자는 유모어와 위트가 있어서 중간에 곡 설명을 할 때 부담 없이 들을 수 있고 청중과 함께 웃으면서 순서를 진행했다. 이 답답하고 우울한 시기에 이번 발표회는 상큼한 맛을 주는 시원한 냉수 같은 음악회였다. 한 세상을 살아오면서 세월이 참으로 빠르다는 것을 실감했다. 


고 김동길 선생님은 나와는 친형제처럼 지냈는데 그분이 말하기를 80부터 90까지는 중간에 한 번 쉬지도 않고 휙 지나간다고 했는데 그분의 말이 실감 난다. 


어느새 내 나이가 이렇게 되었는지? 60대와 70대는 정말이지 Non-Stop으로 휘 지나갔고 80대는 언제 왔는지도 모르는데 벌써 중간쯤에 와 있다. 청소년 시절엔 시간이 지겹게도 더디게 가더니 지금은 화살처럼 휙 지나간다. 세월을 막을 장수는 없으니 그냥 세월에 맡기고 살다가 하늘나라로 이사를 해야 한다. 그곳에서는 주님과 함께 살면서 영생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크리스마스 콘서트에 대한 글을 싸다가 이상한 곳으로 빠졌다. 다시 그 좋은 음악을 추억하면서 오늘의 칼럼을 마치고자 한다.


이제 금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가는 세월을 잡을 수는 없지만 이루지 못한 일들을 다 이루고 홀가분한 몸과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자. 새해엔 코비드19도 사라지고 화평과 평안이 우리들 세상에 임하기를 기원한다. 


요즘 매일 비가 오고 차가운 바람이 분다. 옷깃을 여미고 지난 한 해를 뒤돌아 보면서 새해에는 후회가 별로 없는 새로운 삶을 살면서 희망과 소망이 넘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음악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아직도 겨울비가 차겁게 내리고 있다. 겨울에는 눈이 와야 제격인데 비가 오니 마음마저 무겁고 차겁다. 쨍 하고 햇빛 들 날을 기대하면서 비가 내리는 캄캄한 길을 운전하여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참으로 좋은 음악을 들었고 그래서 우울한 기분이 사라진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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