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명기학원] 올 해의 단어

전문가 칼럼

[민명기학원] 올 해의 단어

매년 12월 초가 되면, 온라인 사전인 Dictionary.com이 그 해에 개인적이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어서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찾아 본 단어를 뽑아 “올 해의 단어 (Word of the Yesar)”로 발표한다. 


 올 해도 지난 주에 어김없이 뽑힌 단어를 보며, 올 해 일어난 그 단어와 연관된 사건들로 인해 이해가 되면서도 너무 평이한 단어라 좀 의아했다. 참고로 지난 몇 년간 올 해의 단어로 선정된 것들을 몇 개만 살펴 본다:

 allyship (2021), pandemic (2020), existential (2019), misinformation (2018), complicit (2017).


     올 해의 단어로 선정된 것은 ‘Woman’이다. 애독자께서 익히 잘 아시는 것처럼, 이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성인 여성 (an adult female person)’이다. 이 단어의 어원을 살펴 보면, 이것은 원래 중세 영어의 wifman에서 나왔는데, wif와 man이 결합된 형태이다. Wif는 ‘여성 (female)’이라는 의미이고, wife (원래는 결혼 유무와는 상관없이 여성을 지칭하는 단어)라는 말에서 변화된 것이라고 한다.


 예상하시듯이, man은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남자’라는 의미가 아닌 단순히 남녀를 통괄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단어였기에, 두 단어가 합쳐 ‘여성’을 의미하는 woman으로 사용되어 왔다.


     이 단어를 해당 온라인 사전에서 독자들이 찾아 본 횟수에 나타난, 이 단어에 대한 관심은 올 해 한 시점에서 약 1,400 퍼센트가 증가했고, 당시에 쟁점이 된 사회적 이슈들이 그 원인이었다는 분석이다.


 이 단어에 대한 관심이 최고점에 달한 것은 지난 3월이었는데, 그 시기는 올 해 새롭게 연방 대법원 판사로 인준을 받은 케탄지 브라운 잭슨 판사의 인준 청문회 기간이었다. 이 청문회에서, 상원 법사 위원인 마사 블랙번 상원 의원이 한 질문, “Can you provide a definition for the word ‘woman’? (woman의 정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잭슨 판사가 혼동된 듯한 표정으로 “I am not a biologist (저는 생물학자가 아닙니다)”라고 답한 적이 있다. 


이 대화 속의 ‘여성’이 일반 대중에게 조차 이 단어의 사전적 정의, 사회적 함의, 문화적 의미 등에 대한 초미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물론 이 질문 속에서 공화당 출신 상원의원이 ‘여성’의 정의에 대해 물은 것은 그 당시 사회 정치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었던 ‘성전환 문제’에 대한 민주당 측의 의견을 돌려 비판하려 의도한 것이었다. 


그 즈음에 성전환 수영 선수인 리아 토마스가 전미 대학생 체육 대회에서 우승을 하며 불러 일으킨 성전환 선수들의 대회 참가가 합당한 지를 결정하는 문제라든지, K-12 스포츠에서 성전환 소녀들의 참가를 금지해야 한다는 등의 문제들과 같은 사회적 이슈로 인해 보수와 진보의 각 진영이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던 시기였다.


     이어서 5월에는 연방 대법원이 ‘낙태의 합법성’을 뒤집는 결정을 내리면서, 11월의 중간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슈로 미국 시민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논쟁과 논란이 계속되며 ‘여성’이라는 단어, 나아가 여성의 권리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확대된 것이 사실이다.


     9월에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서거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동안 제위한 여성 지도자의 삶과 유산을 세계의 미디어가 앞 다투어 다루면서 ‘여성’에 대한 일반의 인식 제고에 한 몫을 했다. 한편 이란에서는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형된 것으로 알려진 여성인 마사 아미니의 죽음에 대한 항의가 전국적인 시위로 번져, 전통과 종교에 항거하는 시위로 세계인들의 마음을 묵직하게 울리고 있음도 목도한다. 이렇듯 여성과 관련된 이슈들이 전세계를 휩쓴 올 해 ‘여성’이라는 단어가 ‘올 해의 단어’로 선정된 것이 그리 어색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세상의 절반은 여성이며, 각 대학의 성비를 보아도 절반 이상이 여성인 것이 현실이다. 미국 정계에 진출한 한국계 연방 하원 의원 중, 4명 중에 3명이 여성이며, 미국 프로 골프계에서 한인 여자 골퍼들의 활약은 세계적인 관심이다. 우리네 한국계 미국인 중에 아직도 여성을 차별하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혹여라도 그런 경우에는 올 해가 가지 전에 마음을 바꾸시기를 기원한다. 


기독교에서는 남녀노소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하나님이 모든 인간을 공평히 사랑하신다고 한다. 창세 전에 한 사람 한 사람을 그 개인의 이름을 불러 지명하셨고, 창조시에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하셨다고 한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내 부모, 아내, 자녀, 주변의 이웃, 나와는 상관없는 저 거리의 홈리스 분들도 똑 같이 창조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도 나만큼 똑같이 중요한 존재들이니 당연히 사랑해야 마땅한 존재들이 아닌가? 남을 사랑해야 하는 것은 그저 우월한 입장에서 베푸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닌가? (www.ewaybellev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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