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 산 이야기] '숨 막히는 비경'의 필척산

전문가 칼럼

[김수영의 산 이야기] '숨 막히는 비경'의 필척산

‘는개(안개보다는 조금 굵고 이슬비보다는 가는 비)’를 가득 안은 필척산은 한 폭의 명품 수채화이다. 트레일 헤드에서 하늘 쪽으로 오르다 보면 쪽빛의 파란 하늘이 살포시 보이기 시작한다. 정상을 향하여 가는 중간쯤부터는 산을 오르는 이들의 감탄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필척은 미국인들이 표현하는 'Breath-taking View! View! View!!'이다. 숨이 막힐 정도의 비경이라니 표현할 말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스위치백의 턴을 할 때마다 한 장의 병풍을 펼쳐나가듯 수려한 베이커산이 보이는가 하면 다음 스위치백에는 우람한 레이니어산이 그 위엄을 보이고 있다. 


말 그대로 파노라마 절경이다. 산 중턱부터는 수백 년을 한자리에 묵묵히 서 있는 기묘한 침엽수들의 모습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그 진기한 고목들과 끝없이 전개되는 크고 작은 아름다운 바윗돌, 돌계단 그리고 필척산 중턱에 떠있는 구름 양탄자 위를 걸어가게 된다.


다리가 뻑적지근하게 느껴질 때부터 ‘필척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룻아웃이 보일지니’를 뇌이면서 가득 고도 3,000피트를 오르다 보면 어느새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끝자락이다.


돌, 바윗길을 사뿐히 걸으며 최면을 걸어본다. 나는 지금 돌산이 아니라 ‘약산’을 오르고 있는 것이다. 잠자고 있던 세포군대를 깨워 심폐의 깊은 곳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간다. 하산 중에 살짝 피곤해질 무렵 옷 속으로 스며드는 산들바람이 더없이 상쾌한 청량제 역할을 하여 준다.


필척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만나러 가는 것이다. 정상의 룩아웃 스테이션에서 보는 360도의 절경은 가히 서북미를 대표하는 코스 중의 하나라고 자랑할 수 있다. 가는 길이 시애틀이나 벨뷰에서 조금 먼 것이 다소 불편하지만 오르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꼭 가 보아야 할 명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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