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명기학원] 크리스마스에 돌아온 우리 아이

전문가 칼럼

[민명기학원] 크리스마스에 돌아온 우리 아이

이 칼럼의 애독자들께서 이 신문을 집어 드시는 주말은 크리스마스 이브이거나 성탄절 당일일 것이다. 이번 성탄절은 마침 주일이어서 가족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나서 외식을 하신 뒤, 보란 듯이 자녀들을 거느리시고 장을 보러 오신 한인 마트에서 이 신문을 꺼내 들으셨을 것이다. 


고등 학교에 들어간 뒤로는 같이 장보러 간 차 속에서 나올 생각도 안하고 전화기를 만지작 거리던 녀석들이 이제는 엄마 아빠를 호위라도 하는 듯 한인 마트로 따라 들어 오며 카트를 끌고 앞장을 선다.


     방학이나 휴가를 맞아 집에 돌아 오는 아이들의 고향 방문기를 구태여 나눠 보자면 크게 두가지이다. 첫번째 유형의 부모님들은 오랜만에 돌아온 아이를 위해 미리부터 이런 저런 준비를 많이 한다. 


오늘은 한식, 다음은 짜장면, 그 다음은 크리스마스이니 교회의 여선교회에서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먹여야지 … 등등. 그런데, 부모님의 야무진 꿈을 뒤로한 채, 이 녀석 오자마자 다섯 시간 비행기의 여독이 덜 풀려서인지 하루 종일 잠만 자고 저녁에나 일어나더니, 전화기를 붙들고는 제 방에 들어가 고등학교 친구들과 대학 친구들에게 텍스트를 주고 받느라 정신이 없다. 


첫날은 아이구 이 녀석 처음으로 대학 공부하느라 고생했으니 그냥 둬야지 하는 생각에 공주/왕자님처럼 모시고 틈틈이 과일이나 깍아 대령하는 것으로 보낸다. 허나, 그 다음날도 별로 사정이 나아진 것은 아니고 그저 잠시 식구들과 대학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며 "OK" "Fine"이 대략 전부이다. 


그리곤 밤에는 시애틀에서 유덥을 다니거나 타지에서 돌아 온 친구들과 만나러 나가서는 새벽이 다 되어서 돌아오는가 하면, 그 다음날은 늦게 잤으니 또 늦게 일어나고, 이 녀석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느라 성탄절 예배 시간도 겨우 맞출 정도이다. 


     두번째는 위의 대학에 간지 얼마되지 않은 자녀들이라기 보다는 대학 졸업반이나 직장에서 고생을 좀 해 본 베테랑들의 경우이다. 집 떠난 후에 여러 번 방학이나 휴가 때 집에 온 경험도 있고 철도 들었기 때문인지 첫번째의 자녀들과는 많이 다르다.  


이 녀석은 여비를 아끼느라 갈아타는 비행기를 선택했기에 밤늦게 도착해 죄송하다며, 비행기 경유지에서 어머니에게 텍스트를 해서는 도착하면 배가 고플 것이니 순두부를 투고우로 해서 준비해 주시면 고맙겠다고 부탁을 했단다.  


이 녀석 피곤할텐데도 비행장에서 집으로 오는 한 30분 가량을 이런 저런 학교/직장 친구 이야기로 쉬지 않고 다정함을 표현하더라고 자랑을 하신다. 그리곤 그 다음날은 늦게까지 자더니 일어나서는 일터에서 돌아온 아버지의 어깨를 다짜고짜 주무르며 피곤하지 않으시냐고 걱정을 하는데, 눈물이 핑돌더란 이야기셨다. 


다음날은 한식으로 그 다음날은 짬뽕으로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비싸지 않은 선물이라도 꼭 준비해 부모님에게 깜짝 선물을 한다는 전언이다.


     이렇듯, 방학이나 휴일에 집에 돌아오는 자녀들과 반가운 마음으로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 보따리들을 풀어 놓고 가족 시간을 보낸다거나, 못 본 사이에 부쩍 어른스러워진 아이의 어깨를 보듬어 보곤 어른 냄새에 대견해 하는 경험을 기대하지만, 대학의 저학년생 대부분의 경우에는 기대 이하의 결과에 실망하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너무 실망 마시라. 아이가 좀 더 학년이 올라 가고, 세상사에 익숙해 지면, 위의 두번째 유형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으니.


     전문가들에 따르면, 방학 때 돌아 오는 대학생 자녀들을 위해서는 첫째, 방학 전에는 보통 큰 시험들이나 숙제등이 있고 이들을 끝마치느라 피곤한 아이들에게 실컷 마음 놓고 잘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좋으며, 둘째, 방학 때 집에 온 자녀들은 풀어진 마음에 안전 사고를 당할 수도 있으니 되도록 귀가 시간을 정해 돌아 오게 하며, 셋째, 자녀들이 고향에 오면, 고교 친구나 익숙한 친구들과 시간을 갖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니 너무 가족 시간을 함께 갖는 것에 시간을 많이 요구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조언을 한다. 


     이번에 부모님 댁을 방문한 아이들과 그 동안 못 다한 이야기로 밤을 지새우실 때, 자녀들의 흠을 꼬치꼬치 잡아 내어 타이르시기 보다는 되도록이면 자녀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시는 것이 좋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다 늦게 들어 오는 아이들과 논쟁하기 보다는 무사히 들어온 녀석들에게 꿀차라도 한 잔 타 주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들로 마음을 녹여 주시라. 


살벌한 전쟁터와 같은 바깥 사회에서 횡행하는 이분법의 대화나 태도와는 달리, 하나되어 서로 사랑하는 가족이 되면, 성탄절의 주인이신 사랑의 예수님도 기뻐하실 것이 아닌가? (www.ewaybellev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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