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칼럼] 희망찬 새해 계묘(癸卯)년

전문가 칼럼

[이성수칼럼] 희망찬 새해 계묘(癸卯)년

2023년은 계묘년(癸卯年)으로 토끼해이다. 토끼해를 맞아 토끼와 토끼띠에 대해 알아보자. 토끼는 보통 흰색이 많은데 올해는 검은 토끼(黑兎)띠이다. 토끼는 온순하다. 그러면서 꾀가 많은 편이다. 예로부터 토끼는 지혜의 상징으로 여겨왔다.


우화소설인 토끼전을 보면 토끼가 꾀가 많고 지혜가 많음을 알 수 있다. 바다의 용왕이 병이 들어 죽게 되었다. 토끼 간을 먹으면 낫는다 하여 토끼 간을 구하기 위해 자라를 육지로 보낸다. 자라는 토끼를 온갖 수단을 다 해 속여 간신히 용궁으로 데리고 오는 데 성공한다. 뒤늦게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된 토끼는 꾀를 생각해 낸다.


"야! 자라야. 어떻게 하면 좋으니? 내 간을 노리는 자가 많아 나는 평소에는 간을 빼어내 바위 밑에 숨겨 놓고 다닌단다." 


이 꾀로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 토끼가 얼마나 꾀가 많고 영리한 동물인지를 알 수 있다.

이밖에도 토끼는 쥣과 동물로 번식력이 대단히 강하다. 따라서 토끼는 풍요로움의 상징이다. 


또한 달 속에 산다고 하는 이상세계의 신적(神的)인 짐승으로서 달과 동일시되며 영원한 생명력을 가진 최고의 장수 동물로 상징화되어 왔다. 조상들은 토끼가 주는 순결함과 평화로움 때문에 일찍이 토끼를 이상향에 사는 동물로 여겨왔다. 이상향에는 계수나무와 함께 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다고 했다.


지혜와 감성으로 상징되는 토끼의 기운을 받아서인지 토끼띠 인물 중에는 명석한 두뇌로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들이 많다. 겉으로 드러나는 강력한 카리스마보다는 부드러운 외유내강(外柔內剛)으로 우리의 삶에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준 인물이 있다. 


초·중·고교 국어책에 나오는 '님의 침묵'으로 칼 대신 붓을 들고 일제에 항거했던 만해 한용운(1879년), 상대성이론으로 물리학의 전기를 마련한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1879년), 방사능 연구로 노벨 물리학상과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여성 물리학자 퀴리 부인(1867년)이 모두 토끼띠이다.


이 밖에 이토 히로부미를 총살한 안중근(1879년) 의사가 이 토끼띠의 강직한 성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나라가 잘되는 것이 내가 잘되는 길이요, 내가 잘 되는 것이 곧 나라가 잘되는 길"이라는 말을 지론으로 삼아 한국의 산업화를 이끌었던 고 정주영(1915) 현대그룹 회장, 김영삼(1927년) 전 대통령이 토끼띠이다. 구본준 LG전자 회장도 1951년 토끼해에 태어났다.


사실 토끼띠는 강한 기운의 정·재계 쪽보다는 부드러운 감성을 요구하는 문화·예술 방면에서 더 두각을 나타내 왔다. 토끼는 귀가 커 주변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예민한 감성이 요구되는 문화·예술 분야에 토끼띠가 많다.


'국화 옆에서'의 시로 유명한 시인 미당 서정주(1915년), '서편제' '이어도' 등 주옥같은 글을 남긴 소설가 이청준(1939년), '즐거운 사라'로 외설 논란을 일으켰던 고 마광수(1951년) 교수 등이 토끼의 감성을 받은 작가들이다. 또 스포츠계에서는 '씨름판의 황제' 이만기(1963년)가 날 선 기운을 받은 토끼띠이다.


연예계도 토끼띠의 활약이 크다. 그래서 연예인은 직업적으로 토끼띠와 궁합이 잘 맞는다. 전원주(1939년), 고두심(1951년), 김수미(1951년) 등 중견 연기자가 토끼띠이다.


토끼 꿈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다.

토끼는 앞발이 짧아서 오르막을 잘 올라간다. 그래서 토끼 꿈을 꾸면 직장에서의 승진을 의미한다. 그러나 토끼의 입은 윗입술이 세로로 찢어져 있어 태몽으로 토끼 꿈을 꾸면 언청이 아이를 낳는다는 속설도 있다.


토끼는 민담이나 속담에도 자주 등장한다. 

'가는 토끼 잡으려다가 잡은 토끼 놓친다.' 

'산토끼를 잡으려다 집토끼를 놓친다.'

'노루 잡는 사람이 토끼가 보이나?.'

'사자 없는 산에 토끼가 왕 노릇한다,'

'토끼가 제 방귀에 놀란다' 등 많다. 


또 '토사구팽(兎死狗烹)'이란 유명한 사자성어도 있다. 즉 토끼를 다 잡으면 토끼를 잡던 사냥개가 필요 없게 되므로 주인에게 삶아 먹힌다는 뜻으로, 필요할 때는 쓰고 필요 없으면 야박하게 버리는 상황을 이르는 말이다. 즉 줄여서 팽(烹)당한다고 한다. 정치계에서 많이 사용하는 말이다. 


토끼가 영특하고 지혜롭다는 것은 동화에도 있다.


호랑이가 길을 가다가 함정에 빠져 죽게 되었다. 마침 사람이 지나가다가 이 광경을 목도한다. 호랑이가 구해달라고 애원한다. 사람은 구해 주면 잡아먹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고 호랑이를 구출한다. 그러나 호랑이는 돌변하여 사람을 잡아먹으려 한다. 사람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항의를 하며 근처에 있는 소나무에게 물어보자고 하였다. 소나무는 나무를 벌목하는 사람을 나쁘게 말한다. 이때 마침 토끼가 지나갔다.


토끼에게 말하였더니 호랑이가 함정에 들어가 있는 모습을 봐야 한다며 들어가 있으라고 한다. 멋도 모르고 호랑이는 함정 안으로 들어간다. 토끼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호랑이를 벌주는 영특한 지혜를 보여주고 있다.


희망찬 계묘년 토끼해는 지혜롭고 풍요로운 토끼처럼 나라 경제가 잘 풀려서 우리의 살림이 윤택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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