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목회계사] 신 대서양헌장과 중국 4(아편전쟁)

전문가 칼럼

[안상목회계사] 신 대서양헌장과 중국 4(아편전쟁)

현행 중화인민공화국 헌법 서문의 역사 부분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연도는 1840년이며, 그것이 포함된 문장은 아래와 같이 비장하다. 

“一八四0年以后,封建的中国逐渐变成半殖民地、半封建的国家。中国人民为国家独立、民族解放和民主自由进行了前仆后继的英勇奋斗。서기 1840년 이후, 봉건적 중국은 점차적으로 식민지 반, 봉건 반의 국가로 변천했다. 중국인민은 국가독립과 민족해방과 민주자유를 위해 앞사람이 쓰러지면 뒷사람이 이어가는 용맹 분투를 진행했다.” 


줄친 1840년은 아편전쟁의 해다. 헌법에 이 부분이 등장한 시점은 등소평의 집권(1981-1989) 직후 개정된 1982년이었다. 칼럼 786호(신 대서양헌장과 중국 1)에서 언급된 “자본주의, 봉건주의 등 썩고낡은 사상” 표현과 동시에 중국 헌법에 편입된 것이다.


본토 중국인이든, 대만 중국인이든, 중국인도 아닌 극동인이든, 아편전쟁의 역사를 배울 때는 누구든지 당연히 격한 분노를 경험하게 된다. 거기서 감정에 사로잡히면, 그 다음에 이어지는 모든 역사를 힘의 논리로 파악하기 쉽다. 아편전쟁이라는 원한을 불러 일으키면, 서양과 일본을 적으로 간주하고 뭉치려는 힘이 생겨난다. 그 때와 지금이 어떻게 다른지, 중국인이라는 집단과 중국인 개인과 다른 점은 무엇인지 모두 잊어버린다. 1882년이라는 시점에 이러한 원한을 되살리기에 적합한 시점이었는지 살피기 위해 간단한 연표를 작성해 본다.


1840 아편전쟁; 1895 청일전쟁; 1900 의화단의 난; 1905 러일전쟁; 1911 신해혁명;

1931 만주사변; 1937 중일전쟁; 1941 Lend-lease Act; 1941대서양헌장;

1943 카이로선언; 1945 유엔 결성과 동시 장개석의 중국,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 확보;

1949 장개석의 패퇴; 1966 문화대혁명; 1971 본토 중국, 유엔의 지위 승계, 대만 퇴출.


위 연표의 첫줄은 아편전쟁이 중국 왕조시대, 즉 “썩고낡은” 봉건사상이 지배하던 시대의 일임을 명시한다. 봉건 시대 중국은 아편전쟁보다 큰 굴욕도 더러 겪었다. 몽고족의 침입과 만주족의 침입 이후에는 각각 외세 왕조가 들어섰다. 송휘종과 그의 태자가 금나라에 잡혀간 ‘정강국치’는 수많은 중국영화의 소재로 사용되었다. 아편전쟁의 굴욕은 그 이전의 굴욕보다 작은 것이며, “썩고낡은” 봉건사상을 타파하고 신해혁명을 불러오는 계기가 되었다. 


왕조시대의 일은 내부적으로 1911신해혁명으로 청산되었고, 외부적으로 1971 본토 중국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 확보로 청산되었다. 유엔의 정신을 요약하면, 강대국이 약소국을 핍박하지 못하게 하고, 국가권력이 인권을 침해하지 못하게 하고, 지상에 굶는 사람이 없게 만들자는 약속이다. 1971년 본토 중국이 유엔의 지위를 확보한 것은 유엔 정신에의 참여를 의미해야 한다. 그러나, 본토 중국의 국가권력은 최근에 홍콩의 인권을 유린했다. 또, 본토 중국은 대만 침공 의지를 공공연히 내보이고 있다. 이러한 본토 중국에 대비하기 위해, 굶는 사람이 없게 만드는 데 필요한 세계의 에너지가 낭비되고 있다. 


본토 중국이 유엔의 정신과 정반대로 가고 있으면서도 나름의 (대단히 그릇된) 명분을 찾을 수 있는 근거 중 하나는 아편전쟁이다. 흑묘백묘론으로써 자유세계를 심리적으로 무장해제시킨 등소평이 이전 헌법에 없던 아편전쟁을 1982년 헌법 속에 집어넣은 일흔 많은 혼란을 준다. 등소평이 진정 유엔의 의미를 몰랐는지 모르는 척했는지는 알기 힘들지만, 헌법의 1840년 언급이 민중으로 하여금 1971년의 청산을 모르도록 만들고 있음은 명백하다. 


일본 개화기의 사까모토 료마(1836-1867)는 어느 날부터 일본도를 버리고 권총을 품고 다녔다. 그러고 나서 얼마 후부터는 권총을 버리고 법전을 품고 다녔다. 중국이 아편전쟁에서 참패한 이유는 말하자면 호신장비가 일본도에서 권총으로 바뀌는 것 같은 변화를 몰랐기 때문이다. 지금은 말하자면 법전을 품고 다녀야 하는 시대다. 아편전쟁을 상기시키는 것은 권총 두 자루를 품고 다니자 하는 소리와 같다. 시대착오다.


지금은 유엔 체제의 시대다. 유엔의 정신은 1941년 대서양헌장 속에 요약되어 있고, 2021년의 신 대서양헌장은 1941년 대서양헌장이 가져온 변화를 재확인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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