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목회계사] 신 대서양헌장과 중국 5 (항미원조)

전문가 칼럼

[안상목회계사] 신 대서양헌장과 중국 5 (항미원조)

본토 중국의 현행 헌법 전문(前文)에 등정하는 최초의 연도는 아편전쟁을 뜻하는 1840년이고, 그 다음의 연도는 중화인민공화국이 설립된 1949년이다. 그 해의 최대 사건은 장개석의 패주(敗走)다. 그 이후 곧 한국전쟁이 일어났고, 1950년 10월 이후 북한 영토를 공동 방어한 소위 ‘항미원조’는 본토 중국의 영원한 자랑거리다. 본토 중국의 현행(2018년판) 헌법에는 그 일이 아래와 같이 표현되어 있다. 


“中国人民和中国人民解放军战胜了帝国主义、霸权主义的侵略、破坏和武装挑衅, 维护了国家的独立和安全, 增强了国防。중국인민과 중국인민해방군은 제국주의와 패권주의의 침략, 파괴 및 무장도발과 싸워 이기고, 국가의 독립과 안보을 수호하고, 국방을 증강했다.” 


줄친 부분 미국을 겨냥한 말이다. 미국이 한국전쟁을 9.28 서울 수복에서 끝내지 않고 김일성의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 10월부터 북으로 올라갔던 일을 당시 본토 중국은 “침략”으로 규정했고, 그것을 막기 위해 대규모 병력을 파병했다. 미국은 목적하던 김일성의 항복을 받아내지 못하고 휴전에 동의했으므로, 본토 중국은 그것을 “승리”라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전쟁에서 미국이 본토 중국을 침략한 것은 아니므로 본토 중국이 거기에 대해 원한을 가질 일은 아니다. 더구나, 본토 중국은 1971년 유엔 가입과 동시에 그 이전의 일은 씻고 잊어야 했다. 그런데, 아편전쟁 언급 바로 다음에 저런 말이 나왔으니, 중국인이 그것을 읽으면 가슴의 원한을 키우게 된다. 

저러한 표현은 1954년 제정헌법에도 없었고, 유엔 가입 이후 개정된 1775년 헌법과 1978년 헌법에도 없었다. 저것은 등소평 시대에 개정된 1982년헌법에 아편전쟁과 함께 등장하여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행 헌법 전문(前文)의 끝에서 둘째 문단은 온갖 좋은 말로 가득차 있지만, 거기에는 위 인용문에서 시작된 반미 요소가 재언급되어 있다. 해당 부분을 인용해 본다. 


“坚持反对帝国主义、霸权主义、殖民主义,加强同世界各国人民的团结,支持被压迫民族和

发展中国家争取和维护民族独立、发展民族经济的正义斗争,为维护世界和平和促进人类进步事业而努力。(중국은) 제국주의와 패권주의와 식민주의를 흔들림 없이 반대하고, 세계 각국 인민과의 단결을 강화하고, 피억압 민족들과 개발도상국들이 독립을 쟁취하고 수호하는 것을 지지하고, 그들의 민족경제 정의를 위한 투쟁을 발전시키고, 세계평화를 수호하고 인류진보사업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한다.”


저 부분은 얼핏 보면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헌법 같이 보이지만, 같은 헌법의 다른 부분, 즉 칼럼 786호에서 본 “썩고낡은” 자본주의 사상이라는 표현이나 지난 주 칼럼(789호)애서 본 아편전쟁 언급과 연결시켜 보면, 위의 인용문은 반미 정신의 마무리 부분임을 알 수 있다. 패권주의 미국이 세계의 약소국들을 억압하고 세계 평화를 어지럽힌다는 의식이 바닥에 깔려 있다.


미국이 하는 일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세상에 항상 옳은 일만 하는 사람이나 집단은 존재할 수 없다. 미국 정부가 무슨 일을 하든, 그 일에 반대하는 미국인은 반드시 있다. 미국인은 대체로 자기가 지지하는 정당의 반대당이 하는 일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미국의 행동을 비판하거나 조롱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미국을 핑계 삼아 다른 악행, 예를 들면 자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정당화한다는 데 있다.


중화인민공화국 현행헌법에는 자유(自由)라는 단어가 13번 나온다. 우리가 생각하는 대부분의 자유가 문자로는 보장되어 있다. 시위의 자유도 있다. 그러나, 미국이 생각하는 자유의 의미는 1941년 루즈벨트 제3기 첫 연두 의희 연설 속의 아래 말에 들어 있다. 


“Freedom means the supremacy of human rights everywhere. 어떤 곳에서든 자유란 것은 인권이 최우선인 것을 의미합니다.”


저 연설 속에 4대 자유가 처음 등장하고, 저 연설은 그 해에 일어난 Lend-lease Act와 대서양헌장의 밑그림이 된다. 2021년 신 대서양헌장은 1941년 대서양헌장을 다시 불러왔고, 거기서 한 걸음 더 거슬러 올라가면 위의 연설을 만나게 된다. 중국의 모든 곳에서 인권이 최우선이 아니라면, 중국의 정권이 사용하는 자유라는 말과 미국이 알고 있는 자유라는 말은 서로 의미가 다르다. 유엔은 대서양헌장에서 자라나온 조직이므로, 중국 헌법이 말하는 자유는 유엔에서 인정하는 자유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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