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 산 이야기] 자연의 품을 만끽한 '600마일 산행'

전문가 칼럼

[김수영의 산 이야기] 자연의 품을 만끽한 '600마일 산행'

2016년 한 해 동안 강행군한 총 600마일에 이르는 70회 산행의 주옥같은 추억을 되돌아본다.

지난 2년은 나의 미국 생활 40년 중 가장 뜻있는 시간을 보낸 기간이었다. 그동안 엄두도 못 내던 오직 나만을 위한 시간은 2015년 벽두에 한라산 산행을 시작으로 같은 해 초가을에는 자동차로 미국 10개 주 일주에 도전, 하루 8시간씩 15일에 걸쳐 5000마일을 달리며 곳곳을 둘러보기도 하였다.


그 후 나의 보헤미안 라이프는 지난해 1월부터 12월의 마지막 날인 31일까지 시애틀 근교에서 멀리 올림픽산에 이르는 70회의 산행으로 약 600마일을 걷는 것으로 이어졌다.


되돌아보면 장편의 드라마 같은 주옥같은 대장정의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애리조나주 페이지에서 밤하늘의 별을 보며 보낸 캠핑, 텐트를 적시는 빗소리를 들으며 몹시도 썰렁했던 캠핑, 그러나 그 서늘했던 시간조차도 이제는 가슴 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멋진 추억이 되었다.

산우애로 어우러진 허리케인 릿지에서의 그룹캠핑을 비롯해 해가 길어진 봄날에 에비 랜딩의 환상적인 야생화 길을 걸었고, 모기와 사투(?)를 하며 찌는 더위도 잊은 듯 사막 속의 꽃 스팀 보트의 가파른 석산을 올랐고, 프렌치먼 락(Frenchmen Rock) 트레일의 꿈속을 걷듯이 보낸 아름다운 산행이었다.  


온통 붉은 단풍색으로 물든 한 폭의 풍경화 속의 필척산 과 메일박스 픽의 정상을 밟으며 알프스의 하이디나 된 양 뛰듯이 걸어 다녔다. 청명한 가을날에 콜척산의 너덜 돌길을 긴 행렬을 이루며 걷기도 하였고, 비바람으로 속옷까지 온통 젖은 을씨년스러운 초겨울의 날에도 걸었다.

서리꽃과 눈꽃이 만발한 백색의 스카이라인 릿지 설국에서 영하의 추위를 견디며 걷던 시간도 이제는 소복이 쌓인 눈만큼 지워지지 않는 추억 속의 시간이 되었다.


70회의 산행은 나에게 무소유 가슴을 깨우쳐 주었고, 자연과 원시 속에서 하모니를 배우며 민낯의 자연인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준 자유로운 시간이었다.


수다스러운 세속의 구속에서 벗어나 '심플 라이프'가 얼마나 몸과 마음을 솜털같이 가볍게 하여 주는지 느끼게 하여 주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였다.

최소한의 필요한 산 살림살이들만을 배낭에 넣고 무상무념으로 발길 닿는 곳을 걷고 또 걸으며 협소한 세속의 집과 어지러운 사회의 굴레에서 벗어나면 우주와 자연이라는 거대한 집이 늘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수천 번을 이지러졌던 달이 다시 둥근 모습으로 돌아와 어두운 밤을 밝혀 주듯이, 수많은 봄을 피고 지고 꺾여지며 보내 준 철쭉과 자작나무와 버드나무 잎에 봄이 오면 새가지와 새순이 돋듯이, 우리는 자연의 일부이며 결국 그 품으로 돌아가야 하는 섭리를 깨우친다.


아침이 오지 않는 영원히 길고 어두운 밤이 없으며, 태양은 내일이면 반드시 다시 뜨는 것과 같이 나도 내 참뜻을 담은 소망의 새해 2017년의 새로운 날들을 또 다시 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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