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목회계사] 신 대서양헌장과 중국 6 (사회제국주의)

전문가 칼럼

[안상목회계사] 신 대서양헌장과 중국 6 (사회제국주의)

본토 중국의 중화인민공화국은 1949년에 설립되었으나 헌법이 제정된 것은 한국전쟁 휴전협정 이후인1954년이었다. 본토 중국의 유엔 가입 이후인 1975년에 개정된 헌법에는 제헌헌법에 없던 새로운 표현이 등장했다. 아래는 1975년 헌법 제15조의 일부다. 


“中华人民共和国武装力量的任务,是保卫社会主义革命和社会主义建设的成果,保卫国家的主权,领土完整和安全,防御帝国主义、社会帝国主义及其走狗的颠覆和侵略。중화인민공화국 군사력의 임무는 사회주의 혁명 및 사회주의 건설의 성과를 보위하고, 국가의 주권과 영토의 정돈상태와 안전을 보위하고, 제국주의와 사회제국주의 및 그들의 사냥개들에 의한 전복과 침략으로부터 방어하는 것이다.”


헌법은 1978년에 다시 개정되었고, 1978년 헌법의 제19조에는 위의 말이 그대로 있되 제국주의와 사회제국주의의 위치가 바뀌어 있다. 


“中华人民共和国武装力量的根本任务是:保卫社会主义革命和社会主义建设,保卫国家的主权、领土完整和安全,防御社会帝国主义、帝国主义及其走狗的颠覆和侵略”


사회제국주의는 다른 말로 소련수정주의라 하기도 한다. 중국은 오래 전부터 소련이 마르크스-레닌 사상으로부터 이탈하고 있는 것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 경계심은 1975년 헌법과 1878년 헌법에서 위와 같이 나타났다. 1991년말 소련 해체와 동시에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공산주의를 완전히 버렸다. 지금 러시아의 제1당은 통일러시아당(United Russia Party), 속칭 푸틴당이다. 당의 이념에는 공산주의라는 말이 없다. 공산당은 러시아의 제2당이다.


 자유세계의 눈으로 보면, 러시아에 대형 국영 기업이 많다는 점에서 러시아는 아직도 공산주의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중화인민공화국의 임장에서 보면, 러시아는 오랫동안 사회제국주의를 시행하다가 지금은 사회주의 아닌 제국주의 국가가 되어 있는 셈이다. 

사회제국주의는 수정주의의 일종이다. 칼럼 786호에서 본 등소평의 흑묘백묘론도 일종의 수정주의다. 중국의 수정으로 인하여 러시와 중국은 “수정주의”라는 공통성을 가지게 되었다. 그 공통성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등소평 시대에 개정된 1982년 헌법에는 위에 인용된 표현이 몽땅 사라졌다. 그 대신, 칼럼 789호에서 본 아편전쟁과 지난 주 칼럼(790호)에서 본 항미원조 관계 언급이 나타난 것이다.


만일 본토 중국이 등소평-강택민-호금도의 노선을 아직도 계속하고 있다면, 러시아와 중국은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사이의 그 어떤 지점에 있다는 점, 즉 수정주의라는 점에서 공통성을 유지할 수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중국은 본래의 마르크스-레닌주의로 회귀하고 있다. 이 변화는 습근평의 신념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습근평은 폭넓은 독서를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지만, 모든 것을 깊이 이해했는지에는 의문이 있다. 2023년 현재 마르크스-레닌 사상을 추종하는 체제로 널리 인정되는 국가는 중국, 베트남, 라오스, 쿠바 등 4개국 뿐이다. 많은 국가들이 마르크스의 경제학을 믿었다가 실망하고 떠났으니,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습근평은 그 이유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이 읽은 도서 목록의 꼭대기에 마르크스의 공산당선언과 자본론을 올려놓고 있다.


자본론은 경제학 서적이라 할 수 없다. 왜 그런지는 칼럼 659호에서 682호까지 24개의 칼럼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공산당선언의 경제학적 약점은 칼럼 759호에서 767호까지 9개의 칼럼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습근평의 다분히 철학적인 독서 경향을 감안하면, 습근평 본인은 자본론의 비밀을 발견할 만한 능력이 없다. 만일 습근평 주변 사람 중 경제학을 좀 알고 CMA(공인관리회계사) 자격증 있는 사람이 자본론을 읽게 된다면, 그 사람은 하루 내지 일주일만에 자본론의 허구를 파헤쳐서 습근평에게 조언할 수 있다.  


아무리 순수한 위정자가 러시아를 다스리더라도 러시아가 마르크스-레닌주의로 회귀할 일은 없다. 지금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하여 러시아의 국력이 추락하면 중국을 추종하게 될 것이라고 추측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 


러시아는 자체의 팽창주의만 포기하면 나토의 침범을 받을 일이 없다. 러시아가 안보를 위해 국제 협력을 원한다면, 중국의 보호를 택하기보다는 나토에 가입하는 편이 (훨씬) 낫다. 나토에 가면 대서양헌장이 있고, 중국에 가면 썩고낡은 마르크스주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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