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통증(1)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통증(1)

끓어오르는 화를 삼키느라고 숨을 크게 들이쉬고 마시기를 몇 번째 하기를 반복하다가 혼자서 독백한다.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화내면 아무런 소용이 없어 화내지 말자구!

그냥 조금만 지나면 정리가 될 거야!

참자구! 참아보자구!


한국 방문을 마치고 시애틀로 돌아오는 11월 말경부터 허리가 조금 아픈듯하더니 다리가 무겁게 느껴지더니 그야말로 예리한 칼로 온몸을 훑는듯한 통증이 자주 오기를 시작했다. 

비행기를 타고 시애틀로 돌아가야 하는데 장시간의 비행기를 타고 비행해야 한다는 사실이 두려울 만치 통증은 내 몸을 괴롭히고 있었다.


오랜 시간 전에 긴 병치레를 하느라 여러 가지의 약을 많이 복용해야 했던 입장이라 이제는 웬만큼 아파도 약을 택하지 않고 심리치료를 하거나 스스로 최면을 걸어 웬만한 두통이나 통증은 이겨내고는 하였는데 이번의 허리에서 내려와 다리로 내려오는 통증은 그야말로 죽을 만치 괴로운 통증이 오고 있었다.


오른쪽 다리는 물에 젖은 통나무가 내 몸에 달려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지난여름에 어금니에 금이 가서 신경치료를 해야 할 정도로 치통이 나를 괴롭혔었는데 어금니가 너무 아파서 온몸을 바늘로 찌르는듯한 통증에도 전문 병원에 가기까지 그 통증을 머리가 식은땀에 젖어 들고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될 만치 달려드는 통증을 약을 복용하지 않고 참아내어서 나도 스스로가 엄청나게 놀랐었다.


내가 이렇게 아픈 것을 참아낼 수 있었다니!

미련한 건지!

우매한 건지!

아마도 약물중독자들하고 일하는 내 입장에서는 웬만해서는 약을 입에 안 대고 싶은 것도 약을 먹지 않는 또 한 이유이기도 하다.


진통제의 효과는 너무나 대단해서 금방 중독이 될 수가 있기에….


늘 가는 치과를 방문하니 담당 치과의사는 내가 치료해야 하는 분야가 본인이 전문적인 분야가 아니라서 스페셜리스트에게 가서 신경치료를 해야 한다고 해서 결국은 스페셜리스트에게로 가서 신경을 죽이는 치료하고서야 그 죽을 것 같은 통증이 멈추어지는 것 같았는데 치료가 제대로 안 된 것인지 그 아프던 어금니는 아직도 가끔씩 예리한 통증이 나를 괴롭힌다. 


담당했던 전문 치과의에게 전화하니 몇 달만 기다려보란다. 

그리고 오늘도 어금니에 아직도 간헐적으로 오는 어금니의 통증이 나를 괴롭힌다. 

이곳에 다시 연락해야 하는데 필요한 내가 부탁해야 하는 내 입장이 너무나 싫다.


그리고 현재 다리와 허리 에의 통증에 비하면 어금니의 통증은 아주 경미 하다고 느낄 만치 허리와 다리 통증이 심하다.

아무튼 세월을 속일 수가 없다는 것을 다시금 느껴본다.


몸이 나이가 들어가고 있구나!  

내가 하고자 하는 계획들이 엄청나게 많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너무나 많은데 몸의 부분들이 조금씩 약해져 가니 서서히 나의 용기는 자신을 잃어가고 조금이라도 부담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되면 뒤로 물러서게 만든다.


세상에 할 일은 많고 세상은 넓다고 하는데 ….

그것도 몸이 건강해야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시간이다.

허리의 협착증에서 오는 통증은 시애틀에 도착해서도 2주를 기다린 후에나 의사와의 면담을 받을 수가 있었다.


도대체 아픈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병원에 전화를 거니 급하면 이머전시를 가란다.

이머전시가 뭐드라?


이머전시에 대한 정의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통증이 오거나 어디가 부러지거나 터졌을 때 급하게 갈 수 있는 곳이라는데’ 나는 2주간부터 지속적인 통증이니 이머전시는 분명히 아닌데 허리에서 다리로 내려오는 날카로운 통증들은 자주 오니 분명히 이머전시는 아닌데 통증으로 인하여 걷기가 힘이 들고 평상시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니 참으로 난감하고 통증 때문에 괴롭다.


내 전문 담당 의사와 통화가 되지를 않아서 전화로 당직인 병원의사와 전화로 상담하니 일단 통증을 줄여야 하니 약을 먹으란다.

그리고 의사가 진통제와 소염제를 알려주었다. 


상담하는 의사는 진통제 빨간약에는 소염제도 있으니 하루에 네 번 매번 두 알씩 먹으란다.

그러면 밀리그램이 440밀리그램을 네 번씩 먹으면 거의 2000밀리그램인데 이 정도면 몸에 해가 될텐데.. 라고 걱정하는 나에게 내가 술도 담배도 하지 않으니 그다지 해로운 점이 없으니 무조건 먹으란다.


약이라면 귀신보다도 싫어하는 내가 어쩔 수 없이 달려드는 통증을 견디지 못해 하루에 네 번씩 빨간색의 진통제를 삼키고 이제는 좀 나아지려나! 라는 기대를 해보며 내 사무실 일을 다 해내면서(그것도 사무실에서는 아픈 기색을 참고 얼굴에 미소를 지어가며) 고객을 맞고 직원들하고 얘기를 하려니 아무도 내 통증에는 눈치를 채지 못한 듯하니 나는 순간순간 찾아오는 마귀 같은 통증 때문에 숨을 몰아쉬고는 했다.


얼마나 아픈지 이대로 살아야 한다면 이것은 차라리 이대로 조용히 눈이 안 떠졌으면 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통증은 약을 먹으면 아주 잠깐 가라앉는 것 같다가도 의사가 정해진 4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금 날카로운 쇳조각으로 내 허리부터 다리의 뼈를 긁어대는 듯한 통증이 내 몸과 정신세계를 뒤흔들어 놓기를 시작했다. 

통증을 참아보다가 의사를 만나 상담해야 하는 이틀을 견디지 못하고 어전트케어(URGENT CARE)를 찾아갔다. 


그것도 내가 사는 지역에는 기다리는 순서가 너무 많다고 해서 다운타운의 병원으로 어전트케어의 의사는 내 허리의 상황과 다리를 삼각형의 고무망치로 몇 번을 두드려보더니 다리는 아예 반응하지도 않고 허리는 건드리기면 하면 죽는다고 소리를 질러대니 아무래도 내 몸 상태가 심하다며 엑스레이를 찍어보잔다. 


의사의 처방으로 당장 내가 사는 지역의 병원으로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허리에 척추뼈 사이에 있는 연골이 눌려서 뼈가 신경을 건드리는 협착증 증세인데 우선 수술보다는 물리치료를 해보고 그때에도 낫지 않으면 주사(스테로이드)를 맞으며 상태를 지켜보면 어떨까?


지금의 내 입장에서는 의사가 시키는 대로 해야할 판이니…

죽는 약이라도 의사가 주는 것이면 무조건 감사합니다라고 받아먹을 판이었다.


알았노라! 말하고 엑스레이 결과에 따라 다시 약을 먹으며 물리치료를 받고자 하는데 물리치료사가 처방해주고 한 시간 동안 나를 눕혀놓고 자! 오른쪽 다리를 올려서 발을 안쪽으로 끌어당기기를 10번씩 두 번 그리고 몸을 옆으로 돌리면서 엉덩이를 스트레치 하기를 10번씩 두 번 그 다음에는 의자에 앉아서 다리를 포개듯이 하나씩 올려서 스트레칭 하기를 10번씩 두 번. 


입에서는 아프다고 신음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데 꾸욱 참고(눈물까지 나온다) 물리치료사의 시키는 대로 하고 있다가 이런 운동은 늘 집에서 하던 것인데 라는 생각이 든다. 


아들아이가 물리치료사가 되려고 인턴을 하다가 요리에 정신이 꽂혀서 인턴을 그만두고(어릴 때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아서 우리 가족들이 모이면 요리는 아들아이의 담당이었다.) 시애틀의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그야말로 청소부터 시작해서 2년 후에는 자기가 일하고 있는 레스토랑의 매니저가 되더니(나는 매니저를 하고 있는 아들아이에게 직원들 40여 명에게 좋은 삶의 본보기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해주고 그들을 이해하고 도와주며 그들을 내 가족처럼 대하라고 늘 당부했었다. 


그리고 너는 월급이 그들보다 훨씬 많으니까 필요한 이들이 있으면 도와주라고 했었다) 그곳에서 일한 지 3년 만에 전국에 흩어져있는 체인 레스토랑들의 총매니저가 되어(하고 싶은 요리가 아니라 매니저먼트에 특별나게 탤런트가 있는 아들아이라) 각주로 다니며 출장을 다니느라 얼굴도 보기 힘든데 엄마의 통증이 걱정되었는지 물리치료 하는 법을 프린트물로 해서 보내왔다. 


엄마, 매일 매일 이 운동을 해야 해!

그리고 무거운 일은 무조건하면 안 돼!

김치 같은 것도 담그지 말고 사 먹어야 해!

이런 엑서사이즈는 평소에 내가 늘 하던 것들인데…

물리치료사는 일주일에 두 번씩 오란다.


그래!

그런데 한번 올 때마다 얼마씩 차지하지라고 물어보니 한 번에 410불 정도인데 보험에서 80퍼센트 커버하면 내가 낼 돈은 80여 불 정도란다.


왓!

물리치료사가 말하는 비용이 너무나 엄청나서 그래! 그럼 이런 엑서사이즈는 내가 늘 하던 것이니까 내가 집에서 계속할 테니 얼마의 기간 동안 해야 내 통증이 나아질 것인가 얘기해 줄래?라고 물으니 젊은 물리치료사는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그것은 사람에 따라서 다 다르니 해봐야 안다나.


그러면서 집에서 한다는 것은 쉽지 않으니 꼭 매주 두 번씩 병원에 오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한다. 

그래! 그럼 대충 얼마 정도를 이런 엑서사이즈를 하면 내 통증이 없어어질 것 같냐고 물어보니 물리치료사는 자기는 그것에 대하여 답을 줄 수가 없단다.


그냥 몸이 좋아지는 대로 다녀보란다.

나는 물리치료사에게 이런 엑서사이즈 스트레칭 외에 더 알려줄 것이 없느냐고 물어보니?

현재는 이 세 가지가 베스트란다.


그래서 내가 다시 물었다.

네가 알려준 것 세 가지를 매주 두 번씩 이곳에 와서 해야 한다면 그게 무슨 도움이 될까?

네가 알려준 스트레칭을 집에서 늘 하던 것이니 내가 집에서 계속하겠다고 하니, 물리치료사는 집에서 해도 되지만… 이라면서 더 이상 말을 못 한다. 


아무튼 이날 이후로 나는 통증을 좀 더 나아지게 해보고자 의사의 처방대로 하루에 서너 번씩 아니 꼭 아침에 두 번 점심에 두 번 저녁에 두 번 엑서싸이즈를 하면서 주문을 외웠다.

좋아질 거야!

안 아플 거야!

괜찮아지고 있잖아!  


허리에서부터 내려오는 통증으로 인하여 다리는 뻗정다리가 되어 굽어지지도 접히지도 않아 우리 집 이층 삼 층을 오르락내리락하기에는 그야말로 히말라야산맥을 올라가는 고된 산행과도 같았다.


이 상황 중에 내가 알고 있는 집을 소개하는 친구가 연락이 왔다.

레지나, 나이 먹으면 램블러가 최고야 이참에 집을 바꾸어봐?

다리가 아파서 아래위층을 올라다니기 어렵잖아.

그리고 너의 집에는 정원이 아주 잘되어있어서 금방 팔릴 거야.

너는 이제 꽃 가꾸는 것들도 하지 말아!

이제는 허리도 다리도 아껴야 돼!

나는 꽃 가꾸는 것을 아주 좋아하기에 우리 집 뒷마당에는 온갖 꽃들이 숲을 이루고 늘 새들이 찾아오는 곳인데…


아하!

어쩌면 이 친구는 내 다리가 이렇게 되기를 기다렸나, 

마치 이번이 찬스라는 듯 이메일로 수두룩한 램블러 집 광고사진을 보내온다.

아하! 이 친구는 비즈니스 친구였구나!

내 다리가 어떻든 집만 팔면 되는!

오케! 고마운데 지금은 아무런 생각이 없어!

우선 아픈 허리와 다리가 먼저이니까

나중에 보자구!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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