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목회계사] 신 대서양헌장과 중국 9 (출구)

전문가 칼럼

[안상목회계사] 신 대서양헌장과 중국 9 (출구)

칼럼 792호에 인용되었던 중화인민공화국 헌법 제6조는 본토 중국이 목표로 삼는 분배원칙에 관한 것이다. 그 분배원칙을 안로분배(按劳分配)라 하며, 그것이 무슨 뜻인지는 마르그스가 1875년에 쓴 고타강령비판에 나와 있다. 


고타강령비판에 의하면, 안로분배는 노동시간에 따른 분배다. 칼럼 792호에서 799호까지 8개의 칼럼에서 검토한 바, 안로분배는 어느 곳에서도 시행할 수 없는 허구였으며, 처음부터 시험에 던져질 가치가 없었다. 


중화인민공화국 헌법 제6조에는 아직 안로분배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다. 그 6조 중 2004년 개정 헌법에 새롭게 나타난 부분만을 재인용하여 새롭게 관찰해 본다.   


“国家在社会主义初级阶段,坚持公有制为主体、多种所有制经济共同发展的基本经济制度,坚持按劳分配为主体、多种分配 方式并存的分配制度。사회주의초급단계에서 국가는 공유제를 본체로 하되 여러 종류의 소유제도와 경제가 함께 발전하는 기본경제제도를 견지하며, 안로분배를 분배를 본체로 하되 여러 종류의 분배 방식이 병존하는 분배제도를 견지한다.


줄친 “여러 종류의 분배 방식”은 고타강령비판에서 마르크스가 주장한 것과 다른 점이며, 이것은 예를 들면 차등 임금, 즉 지난 주 칼럼(799호)에서 언급된 능력급을 암시하고 있다. 


안로분배는 과거의 노동 및 인간자본을 무시하는 반면 능력급은 과거의 노동 및 인간자본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그 두 가지는 양립할 수 없다. 헌법 6조에는 그 두 가지가 혼합되어 있으나, 언젠가는 둘 중 한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위 인용문 전체의 분위기에서 보이는 것는, 등소평의 흑묘백묘론의 여파로 여러 종류의 분배 방식이 시행되고 있지만 중국은 결국 공산주의로 회귀해야 한다는 취지다. 헌법 속의 이러한 정신적 요소와는 달리, 중국의 물질적 요소는 오히려 “여러 종류의 분배 방식” 쪽으로 무게가 쏠리고 있다. 


무게 쏠림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는, 헌법 속의 정신적 요소가 완전한 허구이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의 유물사관에 의하면, 육신과 정신과의 싸움에서는 언제나 육신이 이긴다. 


개인 중에는 간혹 정신이 육신을 이겼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에게는 언제나 육신이 더 중요하다. 역사란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유물사관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물질주의자 마르크스가 쓴 고타강령비판의 안로분배 아이디어가 중국 헌법 속에 와서는 정신적인 것이 되어버렸으니, 주객잔도가 일어난 것이다. 먹을 것이 남아도는 계층은 부르조아, 먹을 것이 모자라는 계층은 프롤레타리아다. 


마르크스는 이 계층의 분화를 비극으로 보고 그 비극을 끝내는 방편으로 공산주의를 제안한 것이다. 그러나, 만일 모든 사람에게 먹을 것이 충분하다면, 프롤레타리아는 없다. 빛이 없으면 그림자도 없듯이, 프롤레타리아가 없으면 부르조아도 없다. 


등소평의 흑묘백묘론은 모두를 배무르게 하여 계급의 분화를 역전시키자는 취지였어야 하고, 자유세계는 중국과 협력하기로 결정할 때 그것을 그런 뜻인 줄로 믿었다. 그러나, 칼럼 786호에서 본 바, 바로 등소평 시대에 개정된 1982년 헌법 전뮨(前文)에 “자본주의적 썩고낡은 사상”이라는 문귀가 등장했고, 그 문귀는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다. 


흑묘백묘론과 “썩고 낡은 자본주의 사상”은 이율배반적이다. 이러한 이율배반적 사고방식은 2004년 위 짧은 인용문으로 응축되었고, 급기야 러시아도 포기한 마르크스의 길을 거꾸로 더듬어 가고자 하는 추세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인간자본의 존중에 기반을 둔 차등 임금 제도의 효력은 중국에서도 이미 충분히 증명되었으므로, 더이상의 의심이 필요 없다. 마르크스가 자본주의 체제에서 가장 염려하던 것은 임금의 하향평준화였으나,  차등 임금 제도로 인하여 임금의 하향평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완전히 없어졌다. 


만일 중국인들이 저 인용문 속의 안로분배가 허구임을 알게 된다면, 줄친 “여러 종류의 분배 방식”은 번영의 길로 완전히 나설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다음 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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