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나는 네가 자랑스러워(1)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나는 네가 자랑스러워(1)

냉장고를 열어서 무슨 종류의 음식 재료가 있나 확인 해보고, 있는 음식 재료들을 꺼내어 주섬주섬 더플백에 담아내기 시작을 하니 한인뱅크에서 준 더플백 하나 가득 음식 재료들이 쌓였다. 


매운 고추 돼지고기 요리 해먹으려고 사둔 돼지고기 안심 2파운드, 우리 아이들이 집에 오면 해주려고 사다 둔 냉동새우 1파운드, 그 외에 비비고에서 나온 냉동 만두(만들어진 만두를 사 먹지 않았었는데 비비고 만두 맛이 아주 훌륭해서 자주 사다 먹고는 하는데) 한 팩, 사과 3개, 오이 1개 오렌지 4개 그리고 우리 동네에 새로 생긴 코끼오라는 한국 치킨집에서 반반 치킨을 구입하여 몇 개 먹고 아직도 반 이상이나 남은 치킨, 라바나 지역의 유명한 베글 집에서 사다 일단 얼려 놓은 베이글 6팩짜리 하나, 집에서 해물 스파게티 해 먹고 남은 스파게티 국수 반 봉지와 만들어둔 스파게티 소스, 그리고 또 무엇이 있나 살펴보면서 깡통들을 찾아보니 멕시칸 음식을 요리하려고 사다 놓은 검은콩 캔 두 개와 치즈 등등 냉장고를 거의 다 털어서 담은 더플백을 들어보니 너무 무거워서 들고 나가기도 쉽지가 않다.


아직 무릎이 불편해서 무거운 것 들고 가기가 쉽지 않은데 어쩌지?

보통 개인의 전화번호는 우리 고객들에게는 알려주지 않는 것이 사무실 규칙이다. 

그것은 내 개인 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회사의 정해진 룰이기도 한데 그중에 특별한 우리 고객 중 꼭 필요한 이들에게는 회사와 상의하고 난 후 개인 전화번호를 알려주기도 해서 내 개인 전화번호를 갖고 있는 몇몇 고객들은 급할 때 연락을 하게 한다. 


요즈음은 집 이사 문제로 잠을 제대로 못 잔다. 

이 집에서 30여 년을 살아왔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작은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어 물건을 정리해야 하는 일도 너무 많고 또 집 구석구석 마다 나의 손길이 안 간 곳이 없이 아름답게 조경과 정원이 꾸며져 있어서 마음이 서운해진다.


뒷마당 앞마당을 둘러보는데 저절로 마음이 싸아 해지는 게 서운한 심정이 되기도 한다. 

왠지 모르게 모든 것들이 아쉬워서 정말 이사를 가야하나?라는 고민이 잠을 못 자게 하였다.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 뒷마당 한구석 양지 바른 곳에 묻혀있는 우리 집 두 마리 강아지들은 어쩌고 강아지들 중 데이지는 포메리안이었는데 우리 가족과 18년을 함께 살다가고 두 번째 치와와 스카우트는 16년을 살다 명을 달리했다.


또 새로운 사람들이 이 집에 들어와서 뒷마당에 양지바른 곳에 자리 잡은 작은 연못에 사는 금붕어들 오랜 시간 동안 정성껏 돌보았더니 잉어처럼 자란 우리 금붕어 식구들을 잘 돌볼까? 라는 염려도 생기고 …

혹시라도 금붕어 싫어하거나 귀찮아해서 밥을 잘 안 주거나 물을 잘 바꾸어주지 않으면 어쩌지?


금붕어는 너무나 신기한 게 우리 가족들의 발자욱 소리를 기억하는지 밥 주는 사람이 작은 연못 가까이 다가가면 모두들 올라와서 밥을 주기를 기다리며 행복한 유영을 하는데 다른 이들이 가까이 가면 별 반응이 없다.

전에 7년간 키웠던 금붕어 식구들은 어느 날 비가 억수처럼 내리던 어둑어둑한 가을밤에 동네에 마실 나온 너구리 일당들이 연못을 습격해서 물속에 사는 연꽃들을 다 헤집어 쳐버리고 금붕어 집들도 다 건져내어 내동댕이치고 우리 가족과도 같은 금붕어 13마리들을 다 회 처먹었다. 


우리 가족들은 밤사이에 금붕어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들을 발견하고 한참을 가슴앓이를했었다.

그리고 한참 동안을 연못을 비워두다가 몇 달 후에나 다시 금붕어를 구입하여 연못에 풀어놓고 투명한 유리를 주문하여 연못의 커버를 만들고 먹이를 줄 수 있는 공간 조금만 열리게 했더니 너구리 일당이 몇 번 왔다간 흔적은 있는데 금붕어 가족들은 벌써 몇 년째 우리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고 있었는데…


이사를 가게 되면 얘네들을 어찌 두고 가지?

또 오랜 시간 우리 가족들에게 맛있는 블루베리를 제공해주던 14그루의 블루베리는 어쩌고? 

사과를 따서 잼도 만들고 사과칩도 만들고는 했는데 사과나무도 내가 심었는데 ….

또 집으로 들어오는 입구에 풍성하게 자리 잡고 귀한 향기를 내주던 라벤더 그루터기들은 어쩌고…


또 집앞 계단에서 예쁘게 자라며 천리향을 내주는 천리향 나무들은 어쩌고 집 뒤뜰에 지천으로 열리는 딸기들은 어쩌고… 

그냥 이 집에서 오랜 시간 살아오면서 꽃 하나 돌 하나에 정이 들어서 생각들이 아주 많아지며 잠을 설치고는 했다. 


이 집으로 들어오는 누군가가 나처럼 이 집에 있는 꽃들과 금붕어들을 아껴주고 포도나무도 잘 가꾸어주고 블루베리도 예쁘게 따먹고 잘 가꾸어주면 좋겠는데….. 

아무튼 요즘은 잠을 제대로 못 자면서 사무실에 출근해서는 그야말로 점심을 먹을 시간조차 없게 일을 하고 있는데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메시지를 열어보니 내 전화번호를 갖고 있는 내 고객 00의 메시지가 와있다.


“레지나 나 먹을게 하나도 없어! 사실은 어제부터 먹을 게 없었는데 이제는 너무나 배가 고파서 못 참겠어서 연락하는 거야”

00는 우리 프로그램에서 제공해주는 저소득층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데 자기가 버는 돈의 1/3 만 내고 살고 나머지 렌트비는 킹카운티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하우징 프로그램에서 지불해주고 있었는데 


홈리스 생활을 하면서 제대로 된 직장생활을 해보지 못했던 00가 3년 전 우리 사무실 잡츄레닝 프로그램에서 6개월간의 적응 교육을 받고 난 후에 홈디포에 취직이 되어서 현재까지 일을 잘하고 있는데


00는 주위 환경에 잘 적응을 못하고 어릴 적 자라면서 19군데 포스터(위탁가정)에서 자라면서 여러 가지 상처와 학대를 많이 받아서 심각한 우울증과 사람들을 두려워하고 믿지 못하는 그런 상태였고 또한 가족들이 없는 그야말로 세상에 혼자뿐인 56살의 백인이다.


00가 얼마나 삶이 어려웠는지 늘 주눅이 들어있고 매사에 자신이 없고 항상 고개는 땅만 바라보고 다니고 있고 자기는 못생기고 엉망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삶이었는데 지금으로부터 7년 전 내 케이스가 되면서 내가 다른 고객을 대한 태도로 그냥 대하면 00의 삶이 변하기가 힘들 것 같이 생각되어서 좀 더 자주 만나주고 상처를 치료하는 테라피 시간도 자주 가지며 가끔씩은 내가 점심도 사주면서 사람과의 관계 개선을 배울 수 있게 노력을 하는 중인데 이 년 전 어느 날 별안간 나에게 상의를 해왔다.


레지나, 나 차 사고 싶은데….

그래 그런데 차가 왜 필요할까?

응, 매일 새벽 5시에 일을 시작하는데 특별히 겨울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게 너무 춥고 떨려서 차가 있으면 곧장 차를 타고 일을 갈 수가 있으니 좋을 것 같다고..


그래! 

그럼 우리 함께 네가 받는 돈하고 어떻게 생활을 해야할 지 한번 점검해보고 차를 사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하고 다음번에 만나서 수입과 지출에 대하여 의논해보고 구입하면 좋을듯하다고 하였는데 이미 사고 싶은 차에 마음이 뺏겨버린 00는 자기가 다 핸들할 수 있다면서 굳이 계산을 해보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니 나와 상의를 하기로 한 며칠 전날 내 사무실 로비에서 나를 찾는다는 00를 만나러 내려가 보니 얼굴이 활짝 핀 00가 나를 밖으로 잠깐 나가잔다.


00를 따라서 사무실 밖으로 나가보니 파랗다 못해 시퍼런 색깔의 승용차 한 대가 빤짝빤짝 광을 내며 주차하고 있었다.

아이구 참! 차 색깔 선택도 좀 유난스럽다 생각을 하고 있는데 00는 자기의 인생에서 처음 차를 가져보는 것이라 흥분이 되어서 그야말로 늘 수심이 그득하고 그늘진 얼굴에 밝은 빛줄기가 비쳐지고 있었다.


00는 차를 타고 다니며 신나는 듯했으나 일터에 가는 일 말고는 차를 타고 갈 데가 없으니( 다운타운 우리 사무실에 나를 방문하러 올 때면 파킹하는 데 돈이 드니 버스를 타고 오고는 했다.)

00가 차를 구입하고 난 11개월 되는 어느 날에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고 풀이 죽은 00가 나를 찾아왔다.


나는 찾아온 00를 상담실에 앉혀놓고 그래 요즈음 기분이 어떠니?라고 묻자 이미 무엇인가 걱정이 있는 듯 불안한 눈으로 이리저리 살피던 00가 레지나 어떻게 된 일인지 자기는 열심히 일해도 돈이 모아지지가 않는단다.

그래! 그런데 지금의 정신적인 상태 기분은 어떠니? 라고 묻자 응 죽어버리고 싶어!

왜 그런 기분이 들지?라고 묻자


00는 잘 모르겠어 나는 힘들게 일을 하고 있는데 돈은 하나도 없어!

무슨 얘기이지! 그래 그럼 여기 앉아봐 우리 한번 계산해보자.

한 달에 네트로 가져오는 돈이 $2100이네, 그럼 아파트 비용 우리가 반을 내어주고 반을 낸다고 하면 네가 남는 돈이 $1300이네 그럼 $1300에서 인터넷 값 $180을 낸단다.


아니 혼자 사는 작은 아파트에 무슨 인터넷 비용이 한 달에 $180이나 들지?

그리고 00는 음식을 할 줄 모르니 대부분이 냉동 음식을 사다가 데워 먹는다. 

그리고 음식을 절대로 만들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어릴 적 5살 때부터 부모가 00를 학대해서 정부가 보호자가 되어 포스터홈에 맡겨지면서 그야말로 상상을 할 수도 없는 만큼의 마음 고통을 받고 이집 저집으로 쫒겨 다니느라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편하게 자랄 수가 없어서 나이 먹고 겉모습만 성인이지 00의 삶의 모습은 성인 아동이다. 


00는 잘생긴 백인인데 본인이 아주 못 나고 형편없게 생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00는 아프리칸 어메리컨들을 아주 좋아한다.

그중 한 이유는 자기가 5살 때부터 18살이 될 때까지 19군데의 포스터홈을 전전하였는데 포스터 맘 중에서 자기를 따뜻하게 해준 이는 모니카라는 흑인 엄마였단다.


이 엄마 가정에서는 7개월을 살았었는데 엄마가 동생을 낳는 바람에 가고 싶지 않은 다른 집으로 이동을 할 수밖에 없었단다. 

울면서 안가겠다고 떼를 쓰는 00를 달래던 흑인 엄마는 00에게 내가 애기가 좀 더 크면 너를 다시 찾아올 거야!라고 말을 해주어서 그말을 믿고 다른 위탁가정으로 가게 되었는데, 그 이후로 흑인 엄마와의 연락은 두절 된 상태였단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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