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나는 네가 자랑스러워(2)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나는 네가 자랑스러워(2)

<지난 호에 이어>

믿고 따르던 위탁모를 떠나게 된 어린아이가 받은 상처는 너무나 커서 늘 7개월간 잘해주던 흑인 엄마 생각에 눈물을 흘리며 잠을 자고는 했단다.


그리고 5살 때 들어가 살게 된 위탁가정 부모들은 어찌나 못되었는지 00를 한 상에 밥을 먹지도 못하게 하고 자기들은 켄터키 후라이드치킨을 박스로 사다가 식구들이 둘러앉아 먹으면서도 위탁 아동인 00는 자기 아이들이 다 먹고 남은 겨우 뼈만 남은 치킨 한 덩어리를 주며 저쪽 구석에 가서 먹으라고 했단다.


이 집에서는 5살 먹은 아이에게 매일 설거지를 시켰는데 설거지통이 손이 안 닿으니까 의자에 올라가서 싱크대 앞에 세워놓으며 설거지통의 그릇들과 커다란 냄비 등을 씻어내라고 


일을 주고는 자기들은 가족들이 둘러앉아서 티비를 보면서 하하호호 하던 소리가 나이가 56살이 된 지금도 귓가에 그리고 눈에 선하게 보이곤 해서 그때마다 화가 치밀어올라 두 손을 불끈 쥐고 숨이 가빠진다고 했다. 


지금도 그때의 일을 생각만 하면 화가 머리끝까지 난다며 설명할 때는 내 아픈 고객 00의 눈가가 빨개지고 얼굴이 찌그러지며 분노로 어찌할 줄을 몰라 했다. 00는 절대로 요리를 해먹지 않는다 요리도 못하지만 요리하고 나서 설거지할 때마다 옛날 받았던 상처들이 올라와서 숨도 못 쉬고 죽을 것만 같아서라고…


그리고 00의 주된 음식은 데워서 먹는 냉동 음식이다. 

냉동 박스 하나 꺼내어 마이크로오븐에 돌려서 먹고 나면 박스는 쓰레기통으로 버리는..

그렇게 평생을 살아왔다. 00의 삶의 과정이 참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상처가 많다. 


성인이 되면서 처음 잡은 직장이 캘리포니아 어느 지역에서 말을 키우는 농장이었는데 그 말 농장에서 2년을 일을 한 것이 처음 직장이었고 제일 오래 일했던 장소였다.


00가 일을 했던 모든 곳은 헤아릴 수가 없이 많은데 00는 일과 사람들 하고 잘 적응 못하고 늘 주눅이 들어서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저 사람들이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하는 망상증에 빠져 기회만 되면 숨어버리고 좀더 큰 성인이 된 이후에는 무조건 사람들하고 부딪치기 시작했었다.


왜 네가 뭔데 나를 건드려!

어떻게 감히 나를 무시해?(물론 본인의 생각일 때가 더 많다)라며 그리고 00는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서 늘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살아오다가 결국은 홈리스가 되어버려 거의 30여 년간을 길바닥을 헤매고 살다가 9년 전 우리 프로그램에 아웃리치 스페샬리스트와 


연결되어서는 저소득층 아파트에 들어 살게 되고 일자리도 얻게 된 케이스였는데 00는 마음의 상처 때문에 늘 일하는 곳에서 문제가 생겨서 보호 자격인 내가 찾아가 사과하고 좀더 일하게 해달라고 읍소를 하고 또 별거 아닌 것에 화가 난 00를 달래어 설득시켜 다시 일하게 하고… 휴유!!!


그래도 감사한 일은 우리 아이들 셋이 별 어려움 없이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사회에 이득되는 일을 하면서 건강하게 살아가니 이게 얼마나 감사한지!

가끔씩 아이들이 엄마 무슨 도움이 필요해요? 


물어오면 나는 무조건 아니 도움은 안 해도 돼.

나는 너희들이 무조건 자랑스러워! 그리고 열심히 건강하게 살아가 주어서 정말 고맙고 감사해! 너희들이 어렵게 해주지 않아서 엄마가 세상에서 힘든 이들을 보살피며 함께 하는데 훨씬 수월하게 해나고 있는 것이거든! 말하고는 한다.


00는 나이를 먹어 가면서 분노로 쌓인 마음에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아무하고 부딪치며(거의 자기만의 오해이다) 버스 안에서 상대편에 앉아있던 이가 자기를 빤히 쳐다보면서 무시하는 행동을 했다며 가지고 있던 물건을 던지고 욕설을 하고 해서 감옥에 가기도 하고 자기가 사는 아파트 위층에 사는 거주자가 소란스럽게 한다고 아파트에 쫓아가 아파트 방문을 주먹으로 쳐서 박살을 내어 유치장 신세를 지고 등등..


세상에서 받은 상처로 마음이 닫히고 몸이 커진 00는 화를 다스릴 줄 모르는 괴물이 되어있었다. 00가 내 고객이 되던 날 나는 00가 무엇이 필요한지 알 수 있게 되었다.

관심과 사랑이었다. 50대의 성인아동인거다.


물론 00에게 여자들이 관심을 줄 수가 없으니 가정은 꿈을 꾸지도 못하겠으나 너무나 운 좋게도 일하던 소규모 비즈니스에 주인 딸과 사랑에 빠져 주인 부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 고객과 주인 딸(약간 지능이 부족하다고 한다)은 가정을 이루고 아들을 하나 낳았는데 내 고객의 폭력적인 모습을 본 장인 부부의 강제로 부부가 헤어지고 아들은 장인 부부가 키우게 되고 나서 00는 또 혼자가 되었단다. 


00의 아들은 장인 부부의 정성 어린 돌봄으로 지극히 정상적인 청년으로 그리고 평범한 청년으로 자라났는데 30대의 00의 아들은 조금은 다른 모습의 내 고객을 아빠로 인정하기보다는 그냥 아는 아저씨 정도로만 여기니, 내 고객의 유일한 자랑거리인 아들이 자기를 무시한다고 늘 가슴앓이를 하고 살아가고 있다. 


내 고객 00는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삶이다. 

누군가가 이 망가져버린 인생에 줄을 놓아주고 잡아준다면 그래도 00의 인생이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며칠 전 페이먼트를 못 낸 차를 은행이 차압해갔다.


이유는 차를 샀으면 보험을 들었어야 하는데 차를 산 날부터 보험이 안 되어있으니까 2017년도 중고차 한 대 매달 붓는 값이 295불에 연체된 보험료까지 합해지니 거의 매달 800불 정도를 은행이 빼어가니 자기가 버는 돈에서 아파트값 반 내고 모든 페이먼트 내면 자기의 먹을 것도 챙길 수 없는 그래서 생활이 불가능 하니 너무 삶이 힘들고 어려워진 00가 폭발을 한 거다. 


처음에 차를 사려고 했을 때 내가 염려했던 것이 현실이 된거다.

은행에 쫓아가 행패를 부리고 어카운트 정지당하고 경찰이 와서 연행해가고…

은행직원과 얘기를 나누려니 나와 내고객 00에게는 볼일이 없으니 나가달란다.

그리고 00의 일터에서 받는 돈은 강제적으로 그 은행이 빼어간다. 


아직도 남은 잔여금을 받아가기 위해서,,,

그러다 보니 내 고객 00가 먹을 것을 살 수 있는 돈이 하나도 없게 된 거다.

오늘 냉장고에 있는 거의 모든 음식 재료를 싹쓸이해서 백에 넣고 나를 아는 친구들이 건네준 그로서리 마켓 기프트 카드 두 개를 넣고 00의 아파트로 찾아가니 이틀을 굶고 지낸 00가 나를 보면서 아주 자랑스럽게 얘기를 한다.


레지나, 나, 너무 배고프고 슬프고 화나는데 이번에는 아무런 나쁜 행동을 안 하고 너에게 전화한거야! 그래! 너무 잘했네

자 여기에 음식들하고 기프트카드 있으니 네가 빚을 갚을 때까지 네 수입이 그대로 그리로 빠져 나가니 우선 견디어 보자구!


그리고 다음 주에는 나하고 후드뱅크에도 가보자구!

00는 모멸감 때문에 절대로 후드뱅크를 가지 않는다.

그런데 나의 설득에 함께 가보기로 했다.


이런 고객이 한둘이 아니어서 늘 퍼다 주다 보니 내 주머니가 늘 가볍다.

화를 내지 않고 잘 참아냈다는 내 성인 아동 고객 00에게 말을 했다. 

00야 정말 잘 참았어!


난 네가 참을 수 있는 것이 너무나 자랑스러워!

나의 말에 으쓱해진 00가 그늘진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한다. 

레지나 정말 고마워!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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