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영칼럼] 12월의 성적표 -시애틀한인로컬문학칼럼
달력 한 장이 버티고 있다.
11장의 달력이 넘어가는 동안 진정 가까운 부모님, 형제, 이웃, 자녀들에 얼마나 표현하고 살았나 생각해 본다.
아직까지 ‘Hug문화’에 익숙지 않아 그동안 사랑의 표시를 감추고 살고 있지 않았나.
하루에 따뜻한 사랑의 표현을 얼마나 하는 지, 상대방에게 전달은 잘 되고 있는 지, 마음만으로 자만하고 있는 건 아닌 지 한 해의 '표현 성적표'를 제출해야한다.
행동으로 표현하는 습관도 마음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가족에게 스킨십 하는 게 어색하다”고 말하는 반면 서로에게 말과 가벼운 포옹을 일상화하고 하는 이도 많다.
한 엄마는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데 내 마음을 이렇게 몰라주나.......’라며 자녀로부터 속상해 하지만 정작 하루에 한 번도 사랑한다는 말과 행동을 하지 않는다. 이미 훌쩍 장성한 자식을 보며 후회하지만 사랑의 표현은 시기가 없다.
한 노인이 백발이 되어버린 어머니를 끊임없이 안아주며 사랑한다고 말한다. 이런 풍경들이 참으로 소중하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가족은 물론 가까운 이웃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대단한 행동과 이벤트를 꿈꾸지 말고, 평상시 꾸준히 상대방에게 따뜻한 사랑을 인식해 주는 끊임없는 세뇌가 필요하다.
어릴 적 부모 품에 포근하게 안긴 기억은 많지만 성인이 되었다는 이유로 멈춰진 ‘안아주기 사랑’에 그리운 이들이 있다.
또한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부모에게 좀 더 많이 안아드릴 걸 많이 후회한다”고 눈물을 흘린다.
떠나간 이들에게 가장 후회하는 것 중에 하나가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해주지 못한 일이라고 한다.
자녀에게도 좋은 선물을 사주기 이전에 사랑이 가득한 체온으로 한 해 고생했다고 포옹해준다면 강한 사랑이 전달될 것이다.
그래야 자녀들이 어른이 되어도 노인이 된 부모를 안아줄 것이다.
고마운 이들에게 진심어린 포옹으로 깊은 마음을 전달하며 따뜻하게 12월 성적표를 잘 제출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