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 산이야기] 하와이 코코헤드 트레일

전문가 칼럼

[김수영의 산이야기] 하와이 코코헤드 트레일

잊을 수 없는 고행을 체험하려면 한 번 정도 올라가 봐야 한다는 하와이 호놀룰루 오아후섬의 남동쪽에 위치한 코코헤드 트레일 정상에 도전했다.  

코코헤드는 하와이에서 가장 힘든 트레킹 코스로 손꼽히는 곳으로 정상에서는 마우날루아만의 비경과 함께 와이카이의 절경을 볼 수 있다.화살같이 지나간 2022년의 크리스마스 이브에 받은 행운의 선물이 기록적인 폭설만큼이나 내게는 코코헤드에 대한 추억이 생생하다.


돌연 시애틀 기온이 화씨 25도로 급강하 하고 폭설에 강풍까지 몰아쳐 수십만 가구에 전기가 끊어지더니 급기야 항공사에서 줄줄이 결항을 발표하였다. 

이렇게 험상궂은 동장군의 위세가 기승을 부린다면 시애틀 산꾼들이 겨울에 보헤미안들처럼 알프스나 몽블랑만큼이나 아름다운 워싱턴주 원더랜드를 누비고 오를 수 있는 길을 막히게 된다. 


어둠 속에서 보내야 한 생각을 하니 따뜻한 곳에서 쌓인 피로도 풀고 싶고 넘어진 김에 쉬어가자는 생각이 들어 바로 짐을 챙겨 하와이로 떠났다. 

지금은 활동하지 않는 사화산의 분화구가 최정상인 코코헤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군수물자를 실어나르던 군인들의 자취가 곳곳에 묻어있다. 버려진 벙커에서 적군인 일본군이 오는 방향을 정확히 알 수 있는 그런 위치에 있는 섬이다.


1040개의 철도 계단으로 연결된 긴 언덕을 시작부터 정상까지 일직선 코스로 쭈욱 오르는 트레일이다. 장정들도 엉금엉금 기어오르고 내려가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보였다.  

난이도가 생각보다 높은 것 같다. 그보다 더 고행이고 인내가 필요한 것은 계단의 폭도 만만치 않은데다 85도가 넘는 하와이의 무더운 날씨를 생각하면 여름에 오른다는 생각은 하고 싶지 않을 정도다. 


험악하게 생긴 낡은 나무다리 밑으로는 낭떠러지가 보이고 정상에는 '메리 크리스마스!' 성탄절 트리가 기다리고 있지만 운동 꽤나 한 젊은이들도 엉금엄금 기는 모습을 보니 고행길이 맞다. 낡은 다리 바로 앞에 세워놓은 경고판이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준다. "부상이나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코스이니 알아서 오르세요."


트레일을 오르면서 머리카락이 쭈뼛 서고 동시에 등에서 땀이 주르르 흘러 내가 왜 이 고생을 사서 할까 하던 생각도 잠시, 정상에 오르니 이곳저곳에서 환성이 들려왔다. 주위를 돌아보니 360도 사방을 볼 수 있는 비경에 홀려 하산 생각을 잊고 한없이 앉아 있고 싶은 곳이다.


젊은이들의 크리스마스 축제 파티 환성과 웃음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린다. 그래, 되돌아갈 수 없는 젊은 날이라면 내게 남아 있는 날들을 잘 돌보기나 하자.

계묘년 토끼해에도 바른 음식(절제)을 먹고, 바르게 움직이고(운동), 바른 생각으로 한해를 보내기로 마음먹고 첫발을 옮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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