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칼럼] 경기고 59회 졸업 60주년 기념 만찬과 여행
이번에 처음으로 길게 한 달 동안 한국 선교관에서 생활하다가 5월 13일 미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남편이 결혼식 주례도 했고 칼로스선교회에서 후원하는 모스크바에서 목회하던 분이 한국으로 와서 부산에서 개척교회를 하고 있어서 그곳에도 갔고 우리가 후원하는 탈북신학생이 교회를 개척한 교회와 공주 기도의 집에도 갔었고 남편이 “성경 난제 해설”을 매일 써서 카카오톡 기도방에 올리는데 책으로 만들고 아침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세미나로 공부하고 모두 너무나 좋다고 다음에 또 하자는 말들로 큰 위로를 받고 한국에 온 보람을 느꼈다.
사실 이번에 남편은 고교 졸업 60주년 기념 만찬과 여행에 큰 비중을 두었는지 모르지만 나는 그것은 부수적인 것으로 성경세미나를 계획하고 기도 많이 했었고 여행은 별로 관심 밖이었다. 남편의 친구들이지, 내 친구는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행을 떠나기 전날에 플라자 호텔에서 기념 만찬을 했다.
부인들이 모두 아름답게 치장을 하고 남편들도 모두 정장으로 멋있게 차리고 오시고 “경기고 59회 졸업 60주년 기념”이라고 대형 플래카드도 걸어놓았다. 뷔페로 맛있는 식사를 하고 사회자가 발표하기를 의사가 40명이고 교수가 72명이고 서울대와 고대와 총장들이 4명이고 검사, 판사 등이 몇 명이라고 이야기하고 임원들이 그동안에 동창생들 중 재벌들에게 찾아가서 5,000만 원, 3,000만 원씩을 기부받아 동창생들이 1인당 10만 원씩만 받고 2박 3일 전남 신안으로의 여행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예전에도 거의 실비로 하와이와 제주도 등을 여행하였는데 많은 사람이 동창생들을 위해 기부를 아끼지 않았었다. 다섯 명의 젊은 성악가들이 나와서 “친구야”와 이태리 명곡 ‘오 솔레미오’를 부르고 나중에 3년 후배인 가수 윤형주 씨가 나와서 여러 가지 이야기와 노래를 들려주셨다. 의대에 들어가서 공부하다가 노래가 너무 좋아서 때려치우고 가수가 되어 크게 성공하셨고 자기가 급하게 즉시로 작사 작곡한 곡이 대유행이 되기도 했다고 하신다. 사람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고 사회도 많이 보셨다고 하신다. 나중에는 젊은 성악가 사위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이런 장인과 사위가 같이 부르는 무대는 아마 없을 것이라고 하신다. 윤동주 시인이 사촌 형인데 일본 감옥에서 27살에 순교하신 이야기를 하고 그의 유명한 시를 암송하고 낭독하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다.
사회에서 잘 나가는 막내아들이 스리랑카로 선교사로 가서 하필 한창 잘 나갈 때에 가느냐고 하니 젊었을 때에 주님께 헌신해야 한다고 했다고 해서 나로서는 더욱 정이 간다.
처음에는 모두 일어서서 애국가를 불렀고 마지막에는 모두 일어서서 교가를 부르고 학창 때의 사진과 여행 시의 사진들을 화면에 띄우며 그리운 친구들을 생각하고 향수에 젖게 했다. 15년 동안 식물인간으로 살다가 깨어난 친구가 휠체어를 타고 나와서 돌면서 일일이 인사를 하기도 했다. 죽은 친구가 124명이며 앞으로 또 이런 행사를 하면 과연 몇 명이나 모일 것인가를 이야기했다. 남편의 공덕초등학교 동창도 만났는데 4명이 가서 3명이 붙었다고 하고 그분은 의사로 은퇴를 하셨다고 한다.
149명이 리무진 버스 6대로 버스에 반장과 부반장이 있어서 여러 가지로 소식을 전하고 회원들을 보살피고 수고를 하신다. 회장단과 임원단의 피나는 헌신으로 오늘 149명의 부부동반 단체들이 왕복 기찻값도 안 되는 10만 원씩으로 2박 3일 좋은 여행을 할 수가 있었다. 너무 저렴한 비용도 더 많은 인원을 참석시키기도 했을 것이다. 깨끗하고 안락하고 공기가 좋은 신안의 우전 해수욕장 리조트에 2박을 머물면서 간장게장과 연포탕(산 낙지를 넣어서 끓여 먹는)과 어부의 밥상이라고 온갖 회와 고기로 차린 풍성한 비싼 식사로 대접받고 맨 나중에는 장어와 장어 수제비로 좋은 식사를 할 수가 있었던 것은 임원진들이 애썼기 때문이었다.
신안의 보리밭과 1500년 된, 20억 원 상당인 분재들이 있는 꽃동산과 나무들이 있는 아름다운 공원에 갔었다. 염전에도 가서 소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배웠는데 바닷물을 모아서 소금을 만드는데 빗물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그 소금은 못 먹고 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비가 온다고 하면 미리 부지런히 기계를 돌려 바닷물을 저장 탱크에 몰아넣고 날이 활짝 개면 밖으로 내보낸다고 한다. 저렇게 힘들여서 얼마나 돈을 버는지 누군가가 궁금해서 물으니 수입이 1년에 몇 억을 번다고 괜찮다고 해서 다행이다 싶었다.
리조트 큰 홀에서 “어부의 밥상”으로 온갖 회와 보리 굴비와 떡갈비 등 만찬을 다시 하고 성악가 출신인 부인이 나와서 명곡을 부르고 어떤 부인은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노래 잘하는 동창생들이 나와서 여러 가지 노래들을 부르는데 모두 박자를 맞추며 함께 부르고 즐거워하였다. 외국에서 온 대표로 남편이 나가서 우렁찬 목소리로 복음을 전하는데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도했다. 이 자리는 포도주를 마시고 80대에 들어선 노 친구들이 즐기는 자리고 크리스천들도 있지만 불교도들도 있고 종교가 다 다르고 복음을 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말씀을 전하라고 하셨고 모두 80인데 이제는 주님을 영접하고 천국에 가야 하지 않겠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큰 소리로 용감하게 복음을 전했다.
10년 후에는, 아니 5년 후에는 꼭 건강하게 다시 만나자고 사회자가 이야기를 하는데 모두 그동안에 예수님을 영접하고 천국 갈 준비들을 했으면 싶다. 친구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고, 좋은 친구가 많아야 장수한다고 하는데 세상 친구가 별로 없는 나는 오직 예수님이 제일 좋은 친구라고 가르쳐주고 싶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외로울 때, 슬플 때, 아플 때에 세상 친구가 아무리 우정이 돈독하다고 해도 무엇을 해 줄 수가 있겠는가? 아내도, 자식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오직 홀로 가야 할 영원한 내 고향이 있다는 것을 저들이 깨달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그러나 서울에서 등산도 다니고 자주 만나고 돈독한 우정을 쌓는 저들 부부가 부럽기도 하다. 기목회(畿牧會)라는 크리스천 그룹도 있어서 한 달에 한 번 새문안교회에서 모여 예배도 드리는데, 남편이 한국에 가면 꼭 달려가서 남편이 쓴 책도 나누어 드리고 말씀도 전한다. 세상에서 서로 돌보아주고 자주 만나고 참 좋은 친구들이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59회라고 ‘오구(59)’를 옥우(玉友)라고 부르는데, 그러면 부인들은 옥녀(玉女)라고 부르면 어떻겠느냐고 이야기도 나오고 지난날 하와이와 제주도 여행 사진을 영상으로 만들어 카카오톡에 올리고 80대에 들어서는 노인들이 우정을 자랑하고 전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풍창장어집(정금자할매집)에 가서 장어를 들었는데 “오늘의 대한민국, 당신들이 있어 가능했습니다.”라고 프래카드에 써서 걸어놓고 사장의 아들이 너무 감사하다고 실컷 많이 드시라며 복분자 술을 서비스하면서 3대째 경기고를 나온 사람에게 큰 상품도 주고, 생일을 맞은 사람과 다른 공로자에게도 상품을 주었다. 149명이 식사를 하니 대단하고 큰 식당에서 미리 준비를 다 해 놓고 우리를 맞아주었다. 조금도 불편함이 없도록 차마다 반장과 부반장을 뽑아서 인원을 점검하고 저들이 애쓰고 수고하는 모습이 너무 재미있고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