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칼럼 ]“삶의 현주소”–노인을 위한 삶-

전문가 칼럼

[정병국 칼럼 ]“삶의 현주소”–노인을 위한 삶-



사람이 한평생을 살아가는 것을 삶의 현주소라고 할 수 있다. 현주소는 내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곳이고 또한 그것은 내 삶의 역사이기도 하다. 삶의 역사는 반드시 위대한 사람이나 유명한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남들이 보기엔 삶의 역사라고 할 것도 없는 시골의 한 촌부의 삶도 그 나름대로 그의 일평생의 삶의 역사이다.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서 한세상을 살다가 가면 그 사람의 역사와 발자취가 엄연히 남는다. 그의 삶을 책이나 작품을 통해 남겨야만 인생의 역사가 있는 것이 아니다. 


한 인간이 세상에 도착하여 한 평생을 살다가 가면 그것이 곧 그 사람의 인생 역사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역사는 인간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다. 인생의 현주소는 곧 그 사람의 역사이고 살아온 길이다. 인간의 삶이 유한하여 이 세상에 왔다가 한평생을 살다가 가는데 그 자체가 곧 그 사람의 인생 역사이고 지금 살아 있으면 그의 현주소가 되는 것이다. 인생의 역사는 유명한 사람이나 평범한 사람이나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그 공통적인 것을 가지고 이 세상에서 살다가 주소를 하늘로 옮기면 현주소가 바뀌는 것이다.


이런 공통점은 인간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으며 대동소이하다. 즉 크고 작음이 별로 차이가 없고 유명한 사람이나 재산이 많은 사람이 주소를 하늘로 옮기면 그의 역사가 길지만 그 역사는 거의 같다. 어느 노인의 한탄을 들어보자. 젊었을 적에 식탁에는 꽃병이 놓이더니 늙은 날 식탁에는 약병만이 줄을 선다. 그러고 보면 인생의 한평생이 고작 꽃병과 약병 사이인 것을 알게된다. 어느 날 아침 한 노인이 커피 가게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 앞에는 남루한 옷을 입은 비쩍 마른 한 여인이 커피 한 잔의 값을 치르기 위해 지갑에서 동전을 꺼내서 세고 있는데 계산대에 있던 직원이 말하기를 “저기 있는 빵도 하나 가져가세요.” 여인이 망설이는데 직원이 다시 큰 소리로 말했다. “제가 오늘 사는 거예요. 오늘이 내 생일이거든요. 좋은 하루 되세요.” 그 여인은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하면서 빵 하나를 들고 나갔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그 남자 직원에게 말했다.

”생일날 그 여인을 위해 빵을 사주다니 멋집니다.. 생일을 축하해요.” 


계산대의 직원이 고맙다는 시늉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자 그 옆에서 일하고 있던 다른 직원이 말했다. “가난한 사람이 오는 날은 언제든 이 친구의 생일이에요. 하하하....”

내가 말을 이으려고 하자 계산대의 직원이 말했다. “그것은 당신 거예요. 하지만 이건 너무 많은데요.” 그때 내가 말했다.“괜찮아요. 오늘은 내 생일이예요.” 우리 모두 매일 매일이 생일인 것처럼 넉넉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멋진 날들이 되기를 바란다. 인생은 꽃병과 약병 사이인 것처럼 길지 않다. 넉넉한 마음으로 덕을 쌓아가자.” 덕을 쌓는 것은 곧 사랑의 실천이다.


오늘이 내 생일이라고 외치며 살아보자. 매일이 우리에게 생일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받는 생일이 아니니 나누어 주는 생일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들이 삶의 현주소에서 사는 기간은 길지 않다. 고작 70년 내지 90년인데 그중에 잠자는 시간,

병으로 누워있는 시간 등을 제외하면 그 절반 정도이다. 특히 70이 넘은 노인들에게는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그렇다고 초조해서는 안 된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 늙어가면서 자연히 맥이 빠지고 삶의 의욕도 줄어들고 만사가 귀찮아진다. 


그러나 노익장이란 말이 있듯이 늙어가면서 더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젊은이들 못지않게 삶을 즐기며 유머와 위트가 담긴 말로 주위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하며 조금도 늙은이 같지 않은 삶을 사는 사람들도 있다. 몸은 시들고 병이 들었어도 여전히 왕성한 작품을 쓰고 운동을 하며 삶을 즐기는 노인들도 많다. 나도 이제 나이는 노인 축에 들지만 사회적 활동이나 자원봉사를 함으로써 늙어가는 사실을 잊고 살아간다. 운전이 좀 매끄럽지 못하지만 가까운 거리는 아직도 할 수 있고 먼 거리는 아내가 운전을 한다. 


그래서 아직은 노인이라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고 젊은이들 앞에서 주눅이 들지도 않는다. 매일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몸이 힘들 들어도 걷기 운동을 매일 한 시간 정도 한다. 그리고 노인이 되어서는 어느 정도 혼자 지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독서를 하고 사색을 하며 글도 쓰면서 시간을 보내면 조금도 삶이 지루하지 않다. 그리고 가능하면 노인이라도 남이 보살펴 주기를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무슨 일이든 자기 함으로 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늙으면 시간의 여유가 있으니 유산소 운동을 매일 하는 습관을 들이자. 

당황하거나 성급해 하지 말고 뛰지 말아야 한다. 나이에 비해 체력과 기억력이 왕성하다고 뽐내지 말고 스스로 반성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계속) 

0 Comments
제목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