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 산 이야기] '숲 향기 가득한' 허리케인 릿지
워싱턴주 남쪽으로는 백년설산 레이니어가 으뜸 자랑이라면 그에 쌍벽을 이루는 서북단의 허리케인 릿지는 우람하고 수려한 모습까지 갖춘 산 중의 산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의 스토리에 자주 나오는 올림픽국립공원 지대는 고즈넉한 바위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쉬다 보면, 빅풋(사람을 닮은 거대한 곰)의 흔적이 보이는 듯하고 이루어질 수 없는 애절한 사랑을 담은 트와이라이트 사가와 뉴 문 이야기가 산줄기를 타고 능선 사이로 흘려나오는 바람에 담겨 들려오는 것 같이 느껴진다.
사랑하는 뱀파이어와 늑대인간 사이에서 주인공인 아름다운 벨라가 선택하여야 하는 인간(?)적인 고뇌… 모든 것을 초월하고 드라큘라의 사랑을 선택하는 한층 고차원적인 러브스토리가 감미로운 미풍으로 떠오르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굽이굽이 도는 산길을 오르노라면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색이 다른 절경들은 이곳을 찾을 때마다 자연만이 지닐 수 있는 멋으로 우리를 맞아 준다. 어느새 심신은 멀리 보이는 태평양 바다의 물빛처럼 맑아진다.
울창한 산림환경에서만 맡을 수 있는 흙냄새와 호된 바람을 견디며 허리가 휘어진 고목, 이끼 낀 우림목이 어우러져 뿜어 나오는 피톤치드 향기, 여름에는 보라색 꽃 루핀과 온갖 야생화가 곳곳에 널린 올림픽산이 주는 오묘한 '산스러운' 향기를 맡을 수 있다.
멀리 바다 건너 캐나다 빅토리아가 보이고 엘화강을 따라 올라 오는 송어와 거대한 태평양 바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어어장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천연온천에 옷을 벗고 누워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여름에는 캠핑, 하이킹, 수영, 수상스키, 사이클링을 즐길 수도 있다. 겨울에는 스키, 스노우 슈잉과 겨울 산행을 하는 산악인들로 붐비는데 연간 방문객이 3백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여름에는 숙박시설이나 캠프사이트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허리케인에서 내려와 세계에서 가장 차가운 물을 담고 있다는 레이크 크레센트와 던지니스게의 원산지인 스큄, 인디언 보호지역 니아베이도 둘러보면 이색적인 풍경을 볼 수 있다.
루비 비치에서 반나절 동안 햇볕을 즐기고 돌아오는 길에는 뱀파이어 영화 '트와이라이트 사가'의 촬영지로 전체 주민이 3천 명에 불과한 산림도시 폭스에 들러 구수한 시골 커피와 버섯 햄버거로 점심을 즐기면 최고다. 식사 후 라푸시를 지나 101번 하이웨이를 타고 여유 있게 돌아오려면 2박 3일 정도는 잡아야하는 올림픽국립공원 여행은 낮 시간이 길은 여름에는 아침 일찍 출발, 밤늦게 돌아올 수 있는 당일 계획이라도 세워서 허리케인 릿지를 꼭 가보기를 권한다.
시애틀 지역에서는 타코마 네로우 다리를 이용하거나 에드몬즈에서 페리를 타고 가서 101번 하이웨이를 따라가면 된다. 시애틀에서 출발하면 2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캐나다에서는 빅토리아에서 포트앤젤레스로 직행하는 페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