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Do you likes 신라면?”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Do you likes 신라면?”

직원들이 있는 사무실은 일 층에 다 있고 아래층 지하실에는 168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식당, 도서관, 컴퓨터룸, 그리고 강의실이 있다. 우리 직원들은 수용된 우리 고객(homeless people)들을 그들만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 두 명씩 교대로 두 시간씩 이 사람들과 함께 있어야 한다. 식당 옆 코너에 우리가 앉아서 사무를 볼 수 있도록 컴퓨터가 준비되어있고 비상시를 대비해서 누를 수 있는 벨이 사무실 책상에 붙어있다.


보통 100명이 넘는 homeless people들, 여기에 오기 전에는 코카인, 헤로인, 알코올, 대마초 등등에 중독되었던 이 사람들이 (현재는 안 하는 상태) 함께 있는 이곳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때로는 사소한 것, 옆에 앉은 사람이 다리를 살짝 밟았을 경우 보통 사람들은 “미안합니다”. 하고 말을 하면서 마음을 표현하는 게 정상인데 그냥 슬쩍 한번 쳐다보고 그냥 지나가려다가 밟힌 사람이 화며 “What are you doing? Do you think I am dumb?” 


하면서 싸우려는 자세를 취하면 같은 방에서 이들을 지켜보던 직원이 일단 싸움을 말리지만 웬만하면 이들이 그만두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앉아있던 책상에 있는 비상벨을 누르면 무장한 security들이 서너 명 금방 우리한테 온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정서적으로 메말라 있고 마음이 지쳐있으며 따뜻하게 주고받은 정들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라 쉽게 분노를 낸다) 직원들은 싸움에 가담한 이들을 모두 밖으로 내보낸다. 그래도 여름에는 날씨가 따뜻하니까 밖으로 나가도 별 고생스러운 일이 없어서(시애틀의 여름 날씨에 에어컨이 필요한 날이 얼마나 있는가?) 싸움에 걸려들면 밖으로 쫓겨 나가도 있을 곳이 많으니까… 


특히 여름에는 싸움이 자주 일어나는 편인 데 비해 겨울에는(특별히 시애틀의 겨울은 얼마나 비가 많이 오는가?) 그래서인지 웬만큼 싸움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쫓겨나면 갈 데도 없는 데다가 날씨는 눅눅하고 추우니 우리 프로그램에 들어오면 따뜻한 커피나 차를 마실 수 있는 데다가 점심때는 “Fare Star group(homeless 갱생 program으로 요리사 양성기관)”에서 만들어온 훌륭한 음식도 맛있게 먹을 수 있으니까…. 쉽게 자주 주먹다짐이 오가는 이곳에 안전을 살피는 관리가 안 되어있다면 여기 모인 사람들이 과연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을 것이다.


우리 사무실에 오게 되면 카운셀러들에게 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겨울이면 온종일 따뜻한 곳에서 컴퓨터도 배우고 job training도 받을 수가 있으며 머리도 무료로 깎아주는(이곳에 오셔서 한 달에 두 번씩 무료로 머리를 깎아 주시던 “이영도 목사님의 아내 되시는 이태분 사모님, 사모님 협회 회장님이신)” 처음에 머리 깎아주시러 봉사하러 오셔서는 너무 무섭고 떨려서 가슴이 방망이질치셨다며, 레지나씨, 어떻게 이 사람들하고 일을 하느냐고 걱정 반 염려 반으로 물으시다가(이 사람들하고 일하는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얘기를 듣고 나신 후에는 봉사하신 지 서너 달이 되시면서 이들이 불쌍하고 안쓰럽다며 나중에는 이 사람들이 엄마라고 부를 정도로 편안해지셨는데 사모님! 정말 감사합니다) 이곳은 homeless 사람들이 들어오고 싶어 하는 선망의 장소인 곳이다. 


여기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들은 현재 약물중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로 과거에 강도 혐의로 감옥에 갔다 온 이도 있고, 살인미수죄로, 아니면 강간미수로 10년씩, 20년씩 감옥에서 살던, 아니면 코카인이나 헤로인 등에 오랜 시간 중독되었으나 새로이 살고 싶은 이들로, 아니면 여러 가지 이유로 homeless 가 되어 길에서 살던 이들로 걸핏하면, 아니 사소한 일 가지고도 생명을 걸고 싸움하는 일반사람들이 쉽게 만날 수 없는 그러한 이들이다. 


여름이면 에어컨이 되어있어서 시원하고 겨울이면 따뜻해서 서로들 들어오려고 하지만 약물중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 미래를 새로운 인생으로 거듭나고 싶은 사람들을 추천받아서 스크린을 해 결정된 사람들로 우리 카운셀러가 한 카운셀러에게 26명 정도(지금은 경제가 약해져서 한 사람의 카운셀러에 42명 정도)를 일주일에 한 번 내지 때로는 필요에 따라서 서너 번씩 만나며 이들의 아픔을 들어주고 힘들었던 과거의 생활에서 배울 수 없었던 life skill 들을 가르쳐주는 곳이다.


이 사람들하고 함께 지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면 오래 일할 수가 없다.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 어떻게 이 사람들하고 일하는 것이 행복한지?) 글쎄,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잠깐 살아가는 인생이라는 길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고 내가 누리는 삶을 조금이라도 함께 누리고 싶어서인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나눔이란 남의 삶을 어루만져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세상이 생각하는 것보다도 이 사람들은 정에 약하고 마음이 그렇게 독하지 않다. 중독 상태일 때는 위험하지만! 


이들은 오랜 길거리 생활에 익숙해져서 거칠고, 쉽게 화를 내며, 때로는 몸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앞에 앉아있으면 머리가 아프고 숨을 쉴 수가 없을 때도 많다. (몸이 깨끗하지 않으면 우린 이들에게 목욕을 권한다. 우리가 권한 목욕을 거부하면 이곳에서 나가야 한다) 이층에는 남자 샤워실 4개와 여자샤워실 6개가 최고의 시설로 준비되어있다.

Max는 이때 만난 사람이다.


어느 날 나는 아래층 duty 가 있어서 아래층 책상에서 사무를 보면서 사람들을 살펴보고 있는데 피부가 까만 African American 한 사람이 자꾸만 나에게 시선을 보내면서 무엇인가 말을 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다가가” Do you want to talk to me? 하고 물으니 고개를 숙이며 수줍어서 말을 못 하며 우물거리다가. “Do you like 신라면? 하고 묻는다. 나는 신라면을 좋아하니까 of course! I love 신라면!


나의 대답에 자신을 얻은 맥스는 활짝 웃는 얼굴로 자기가 얼마나 신라면을 좋아하는지 아느냐면서 신라면에 대해서 침을 튀기며 열심히 설명하는 것이다. 컵 신라면에 뜨거운 물을 넣고 일회용 버터를 넣은 후 먹는단다. 우리 사무실 옆에 한국분이 하시는 조그마한 그로서리에서 파는데 한 개에 $99 cent 하는데 다 먹고 난 후의 국물에다가 빵을 찍어 먹으면 그 맛이야말로 맥스의 표현대로 죽여준다나?


맥스의 신라면 칭찬은 한참을 이어갔다. 얼마 후 옆에서 듣고 있던 노숙자 몇 명이 슬그머니 나가더니 얼마 후 컵 신라면을 사 와서 나는 뜨거운 물을 준비해주느라고 바빴다. 

나는 맥스의 카운슬러는 아니지만 이 일로 맥스와 나는 친하게 지낼 수 있었는데 맥스의 이야기에 자기의 아버지는 자메이카 출신의 미국 사람이고 엄마인 0자씨는 한국 사람인데 엄마하고 아버지하고 자기가 9살 때에 헤어져서 지금은 엄마가 어디에 사는지 연락도 없어서 찾을 수도 없지만 소문에 의하면 타코마에 산다고 해서 이곳까지 왔는데 엄마를 찾을 수가 없다며 한숨을 푹 쉬며 그리운 엄마를 찾고 싶단다. 


맥스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자기의 엄마가 하얀 쌀밥에 간장 국물에 말은 소고기(장조림일듯하다) 그리고 오이김치, 콩나물무침들이 얼마나 맛있었는 줄 아느냐면서 눈을 지그시 감고 그리워한다. 맥스는 코카인 중독자였었는데 지금은 8개월째 약물중독 free(sober)란다. 나는 이후로 내가 하는 일을 돕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신라면을 사달라고 해서 이들에게 몇 번씩 먹이기도 했고 또 부한마켓의 젊은 한사장님이 유통기관이 거의 다 되어 가는 라면을 우리 프로그램에 기증해주어서 이들과 함께 라면 파티도 자주 했다. 


우리는 라면을 함께 먹으면서 새로운 공동체의 삶으로서 관계가 시작되었고 맥스에게는 새롭게 시작하는 삶에 대한 동기가 되기도 하였다. 엄마는 찾을 수 없지만 엄마의 냄새로 기억되는 매운 신라면의 기억과 한국 사람 카운셀러인 나하고의 만남의 시작으로 맥스는 세상에서 한국 사람인 나하고의 연결고리가 형성되었기에 새로운 사람으로서 바르게 살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물론 약물중독에서 헤어나기가 쉬운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래도 또 한 번의 시작을 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맥스의 엄마 0자씨를 찾아보려고 타코마 부인회에 알아보기도 하고 웬만한 타코마 교회와 공공단체에는 다 알아보았고 예전에 지금의 아까싸끼 레스토랑이었던 쇼군이라는 레스토랑에서 일했던 맥스의 엄마인 0자씨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0자씨의 행방을 찾을 수가 없었다. 맥스는 2년의 프로그램을 잘 마치고 일에 필요한 자격증을 딴 후에 약물 중독자나 범죄자였던 사람들을 고용하는 회사에 취직이 되어서 지금은 열심히 살고 있다. 나에게 가끔 전화를 주면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이야기해준다.

Hey Regina, what’s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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