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목회계사] 신 대서양헌장과 중국 20 (나토)

전문가 칼럼

[안상목회계사] 신 대서양헌장과 중국 20 (나토)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자기 나름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독일 통일 과정에서 나온 James Baker의 발언을 문제 삼아 왔다. 앞뒤 제거하고 푸틴이 원하는 부분만 딱 도려내면, 베이커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There would be no extension of NATO’s jurisdiction for forces of NATO one inch to the east. (러시아군을 동독에서 빼주시면) 나토군이 주둔할 나토의 관할권은 동쪽으로 1인치도 확장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말은 1990년 독일 통일 협약 과장에서 베이커 당시 국무장관이 고르바초프에게 던진 말이다. 그 말이 화근이 될 수도 있다는 염려가 있었지만, 그러한 말과 다른 여러 말을 종합한 최종 결과에는 그런 것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독일통일조약: https://blog.naver.com/samahncpa/223147231076]

조약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그 어떤 말도 오갈 수 있다. 최종 조약문에 직접이든 간접이든 반영되지 않으면 도중의 말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 조약에 의하여 통일 독일 전체가 나토 소속으로 되었다. 


또, 조약 제6조에는 “통일 독일이 어떤 연합체에 소속할 권리와 그 소속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모든 권리와 책임은 이 조약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하고 규정하여 그 조약과 다른 조약과의 연관을 단절해 두었다. 푸틴이 나토의 ‘동진’을 비난한다는 문맥에서, 특정 발언의 해석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나토가 무엇 하는 연합체인가 하는 점이다. 푸틴은 베이커의 지나가는 말을 붙잡고, 흡사 나토가 동쪽으로 자꾸만 밀고 들어오는 듯한 환각을 창출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스웨덴과 핀란드가 취한 조치를 보면, 나토라는 연합체에는 “동쪽으로 밀고 들어오는” 모습 같은 것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개전 직후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 가입을 신청한 것은 러시아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 이전에 이 두 나라가 중립을 취한 것은 러시아의 침략을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즉, 나토는 러시아나 러시아 우방을 침략하기 위한 집단이 아니라 러시아의 침략을 염려하는 집단이다. 그 어떤 회원국도 강요나 협박에 굴복하여 가입한 적은 없다. 나토 가입은 쉽지도 않고, 헌법에 침략 의지가 암시된 국가는 가입할 자격이 없다. 나토는 회원국을 받아들이기 전에 그 국가의 헌법부터 심사한다. 


러시아의 헌법은, 그 자체로서 나토 가입 자격을 잃을 만한 그런 것은 아니다. 정권이 바뀌면 나토에 가입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러시아가 “러시아의 침략을 염려하는 집단”에 가입한다는 것은 일견 말이 안 되는 듯하다. 만일 러시아가 나토에 가입한다면, 그것은 “푸틴의 러시아 같은” 국가의 침략을 염려하는 집단으로 재정의될 것이다. 그런 국가는 더러 있고,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국가는 본토 중국이다. 


유엔헌장에 의하면,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는 단 두 가지 분이다. 첫째, 안보리의 결의로 무력 사용이 허용되었을 때. 둘째, 안보리 결의에 의하지 않는 공격을 받았을 때.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는 유엔이 허용하지 않은 무력을 사용하고 있고, 우크라이나는 유엔이 허용하는 두 번째 이유로 무력을 사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의 철군을 요구하는 유엔 총회 결의가 여러 번 있었는데, 거기에 기권 또는 반대한 국가들은 유엔헌장을 모르거나 모르는 척한 것이다.


만일 러시아와 본토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아니었다면 러시아의 이번 침공에서 유엔권이 결성되었을 것이다. 이런 두 나라가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것은 유엔의 약점이다. 유엔은 새 가입국의 헌법을 심사하지 않는다. 그것도 유엔의 약점이다. 이러한 약점 때문에 유엔헌장의 무력 사용에 관한 규정은 좀처럼 지켜질 수 없다. 때때로 나토가 나서고 나토군이 무력을 사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새로운 러시아가 나토에 가입하면, 나토는 유엔이 하지 못하는 많은 일을 하게 된다. 그 첫 임무는 선량한 소국들을 본토 중국의 침략 또는 협박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만일 본토 중국과 대만이 꼭 하나의 중앙 정부 아래 통합되어야 한다면, 그 통합은 유엔이 인정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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