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칼럼] “내 고장 7월” 이육사

전문가 칼럼

[정병국칼럼] “내 고장 7월”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시인 이육사는 시인이며 애국자이다. 일제 강점기에 청년기를 맞은 그는 조국의 해방과 독립을 위해 투쟁한 독립운동가이기도 하다. 그는 그의 시 “청포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시인의 고향 마을에는 7월이면 청포도가 익어간다. 청포도에는 고향 마을의 과거가 묻혀있고 꿈꾸는 미래가 알알이 박혀있다. 어느 고장이든지 그 고장 나름대로 전설과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기 마련이다. 청포도는 고향의 자연과 동네 사람들의 흔적, 그리고 그 고장의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품고 자라왔고 열매를 맺었을 것이다.


우리들도 나름대로 고향의 전설적인 이야기와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다. 이육사의 고장에서 익어가는 청포도에는 하늘의 꿈 꾸는 미래가 알알이 박혀있다고 말한다. 꿈꾸는 미래 중에 청포를 입은 손님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그 손님은 먼 타향에서 고생을 많이 한 사람(독립운동가)으로 생각된다. 손님을 맞이할 준비로 은쟁반에 하얀 모시 수건을 놓으려고 한다. 은쟁반에 담은 청포도를 두 손으로 먹다가 하얀 모시 수건으로 손을 닦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시인의 고향이 지난날 일제의 핍박 속에서 험한 날들을 보내고 있는데 꿈에 그리던 세상이 오면, 즉 해방이 되면 얼마나 좋겠는가를 간절한 마음으로 표현했다. 아무런 핍박이 없이 청포도를 따 먹으면 얼마나 맛이 좋고 흥겹겠는가? 그러나 일제의 핍박 속에서의 청포도는 그냥 처량하게만 보인다는 시인의 고백이 엿보인다. 이육사는 익어가는 청포도를 바라보면서 당시 우리의 고난과 일제의 핍박을 의인화하여 표현한 작품(시)이다. 마음 놓고 청포도의 맛을 즐겨야 하는데 마음이 편하지 않아서 제맛을 낼 수가 없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원래 청포도는 말만 해도 입에 침이 가득 고이는데 이육사의 청포도는 그 당시에는 그런 맛을 볼 수가 없는 실정이었다. 그래서 청포도의 맛을 의인화하여 그려낸 작품이다. 그러나 우리는 본래의 청포도 맛을 알 수 있고 그 청포도를 바라만 보아도 입에 침이 가득하다. 하루속히 해방되어 익어가는 청포도를 마음껏 먹으면서 고향(조국)의 해방을 맞이하고 싶은 심정을 한 편의 시로 나타냈다.


나도 해방되던 해에 초등학교 1학년이었다. 처음에 입학하여 일본어 교과서를 읽고 외우는 것이 초등학교 교육의 거의 전부였다. 지금도 그때 외운 일본어가 생각난다. 어찌 되었건 이육사는 일본의 폭정과 핍박 속에서 교육받았고 그 기억을 하나의 시로 표현한 것이 바로 “청포도” 시의 숨은 내용이다. (이육사 전기 참조)

0 Comments
제목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