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영칼럼] 밥 한 끼

전문가 칼럼

[박미영칼럼] 밥 한 끼

"밥은 먹었니? 뭐 먹었니? 제때 챙겨 먹어라."

부모님께 전화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밥 타령이라고 왜 그런 인사를 먼저 하는지 모를 때가 많다고 젊은 세대들은 말한다. 요즘 끼니를 굶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오히려 너무 많이 먹는 탓에 다이어트를 한다고 밥을 일부러 먹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말이다.

밥으로 안부를 묻고, 인사하는 문화는 유일한 한국민족의 표현이다. 한 끼 밥 속에는 존경, 안부, 걱정 등 친화적 인간관계의 모든 철학이 담겨 있다.


그래서 밥 한 끼는 음식에 대한 욕망이 아니라 관계에 대한 희망이자 연결이다.

역사적으로 가난했던 보릿고개 시절엔 하루 중 끼니를 챙겨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었기 때문에 흰밥은 목숨이자 꿈이었다. 바쁜 현대사회에서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대충 때우고 한 끼를 제대로 자신을 위해 챙겨 먹는 일이 쉽지가 않다. 그래서 부모와 독립한 젊은이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의 하나가 "집밥 먹고 싶다"라는 말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밥의 원동력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이러한 밥심은 곧 하루를 시작하는 힘의 원천이자 지친 하루를 잊게 해주는 보약이다. 어떤 이는 아름다운 소리 중 하나가 엄마가 부엌에서 가족을 위해 음식을 하는 도마에 칼 부딪히는 소리라고 말한다.

가족의 행복 조건은 경제적 여유보다 대화 시간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통계가 있듯이 가족 간의 밥 한 끼의 의미는 따스한 사회의 중요한 밑거름의 시작이다. 


인성교육도 훌륭한 선생이 있기 이전에 마음을 나누는 밥상머리에서부터 나온 것이다. 

요즘같이 소가족 안에서 함께 하는 밥 한 끼는 그래서 더욱 귀한 시간으로 느껴진다. 어느 누가 밥 한번 먹자고 습관적으로 그냥 뱉은 말도 기분 좋은 이유다. 예나 지금이나 지치고 힘들 때 "밥이나 같이 먹자"라는 말이 가장 힘이 되기도 한다. 

잔소리같이 지겹게 들어온 밥 한 끼가 행복의 원천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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